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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2시 남원시 산동면 서부지방산림관리청 광장에서 열린 궐기대회에 전북 남원 무주 장수, 전남 구례, 경남 함양 등지에서 2500명의 주민이 참가했다.
31일 오후 2시 남원시 산동면 서부지방산림관리청 광장에서 열린 궐기대회에 전북 남원 무주 장수, 전남 구례, 경남 함양 등지에서 2500명의 주민이 참가했다. ⓒ 이영철

31일 백두대간 보호법 반대투쟁위에 참가한 주민들. 무주군에서는 버스 3대를 전세, 150여명이 참가했다.
31일 백두대간 보호법 반대투쟁위에 참가한 주민들. 무주군에서는 버스 3대를 전세, 150여명이 참가했다. ⓒ 이영철

백두대간보호구역 지정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환경부와 산림청이 입법 예고한 '백두대간특별법 시행령'중 일부 조항은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보다 지역개발을 더욱 제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두대간보호법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심은 이미 전북을 넘어서 전남, 경남, 강원도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조직적인 반대운동은 기세가 더욱 강화돼 정부가 발 빠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 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백두대간보호법 반대 남원시 대책위원장 정준상(47·운봉읍) 시의원이 백두대간 보존이 필요한 구역 외에 나머지 구간은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며 삭발식을 강행하고 있다.
백두대간보호법 반대 남원시 대책위원장 정준상(47·운봉읍) 시의원이 백두대간 보존이 필요한 구역 외에 나머지 구간은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며 삭발식을 강행하고 있다. ⓒ 이영철

백두대간보호법 지정에 반발하며 대책위가 환경부장관과 산림청장 모형에 화형식을 거행하고 있는 모습.
백두대간보호법 지정에 반발하며 대책위가 환경부장관과 산림청장 모형에 화형식을 거행하고 있는 모습. ⓒ 이영철

백두대간보호법 반발, 주민들 대규모 궐기대회

8월 31일 백두대간보호법 반대 투쟁위원회(위원장 윤승호·전북도의원)는 남원시 산동면 서부지방산림관리청 광장에서 전북 남원 무주 장수, 전남 구례, 경남 함양 등 지리산권 영호남 지역주민 2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백두대간보호법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졌다.

투쟁위원회는 집회 현장에서 삭발식을 갖고, 산림청장과 환경부장관 모형에 불을 지르는 등 정부의 백두대간보호법 추진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백두대간보호법은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며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백두대간보호법을 폐지하거나 전면 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궐기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백두대간 보호구역지정은 해당주민의 의견을 들어 완충구역은 제외시키고, 핵심구역을 최소화하되 국유지를 먼저 지정하고, 사유재산은 완전매입 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승호 투쟁위원장은 "전체면적 중 임야가 57.2%를 차지하는 전북도는 그 동안 자연공원법, 산림법, 산지관리법,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지정 등 수많은 규제로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개발이 억제돼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주민생활여건과 정서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백두대간보호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면 더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최진영 남원시장은 "백두대간과 환경은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보호의 방식은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 법이 지정되면 남원시는 더 이상 발전의 꿈을 키울 수 없어, 대통령과 환경부장관에게 모든 힘을 다해 지역민들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투쟁위원회 집행부 7명은 궐기대회 이후 서부지방산림청 3층 회의실에서 산림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경찰은 88고속도로 점거 등을 우려해 집회장 주변에 전·의경 10개 중대를 배치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삼삼오오 트럭을 타고 오거나 관광차를 대절해 참가하는 등 백두대간보호법 지정에 대한 부당성을 적극 알렸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삼삼오오 트럭을 타고 오거나 관광차를 대절해 참가하는 등 백두대간보호법 지정에 대한 부당성을 적극 알렸다. ⓒ 이영철

백두대간보호법의 제정이유

백두대간은?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길이 1430㎞의 산줄기이다. 이중 북한에 746㎞, 남한은 향로봉에서 지리산까지 684㎞가 위치하고 있다. 1800년 무렵에 등장한 전통적 지리서인 '산경표'는 우리나라의 큰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구분하여 정리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근간이자 기둥이 되는 가장 커다란 산줄기가 바로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 보호법은 한반도의 핵심 산줄기이며 생태계의 보고인 백두대간 보호를 위해 보호지역을 지정하고, 개발행위를 제한하여 훼손을 방지함으로써 국토를 보전하자는 취지다.

이 법은 백두대간보호지역 중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에서 허용되는 도로·철도 등 공용·공공용시설 및 광산개발 등 개발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개발행위에 대한 사전협의회 권한위임의 경우, 지역주민과 관계되는 1만㎡ 미만의 소규모 개발행위는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1만㎡ 이상의 대규모 개발행위는 산림청장이 직접 행사하도록 돼 있다.

또 이번 시행령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시설 중 농가주택, 농림축산시설, 조립식 건조물 등의 허용은 기존 법률에서 이뤄졌어야 하는데 오히려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서둘러 제정된 이유는 2000년 환경부가 실태조사한 결과 지리산 운봉 고기지구 농업용수 저수지 공사(남원), 백운산(함양), 덕유산 민주지산 삼도봉 작전리 고개(김천) 등 남한 지역 곳곳이 난개발로 인해 일부지역에 대한 훼손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미 훼손된 지역의 생태계 복원이 절실한 사정이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대요람이고, 한민족의 생존적 기틀을 엮어낸 모태이기 때문이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26일 건의안에서 "정부는 각종 협의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주민 동의 절차가 선행된 후 이 법이 시행돼야 한다"며 "요구조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법 시행을 전면 거부함은 물론 법 철회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들 "친환경적 방안으로 소득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지리산 생명연대 이병채 공동대표는 “백두대간보호법은 가치가 충분히 인식되고도 남는다”며 “ 문제는 백두대간의 지역적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개인재산권 침해에 따른 보완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채완 지리산 생명평화결사 전 사무국장도 “남원시 운봉읍 등 동부 4개 면의 경우 백두대간 자체가 이미 도로로 활용되고 있어, 이 구간에서 삶을 형성하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는 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백두대간 보호에는 지금보다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은 최대한 보장하고, 친환경적 방안으로 소득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부 "주민요구 대폭 수렴하겠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현재 각 시군에 배포된 지정도면은 환경부 장관과 산림청장의 협의하에 마련한 기초자료이기 때문에 변경이 가능하다”며 “이후 주민들의 요구를 대폭 수렴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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