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친일신문'이 아니라 바로 '일본신문'이었다. 일제 때 일본어를 국어로 상용(常用)하자고 캠페인을 벌였고, 또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국기로 여겼던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였다. 이런 신문을 어떻게 친일신문이라고 가볍게 얘기할 수 있겠나. 또 조선일보를 친독재신문이라고도 하는데 '독재의 대변지'였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에서 근대 이후 1백년간의 부정적 과거사를 청산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려운 경제사정 등을 이유로 과거사 진상 규명을 반대해온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2일 오후 2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주최로 열린 '과거사 청산 보도관련 긴급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조선일보를 두고 '일본신문' '독재의 대변지' 등으로 부르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정 의원은 과거사 진상 규명 배경에 대해 "일부 언론의 주장처럼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정기를 바로잡고 역사적 진실을 바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본인들은 이 문제의 당사자고 대상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발하겠지만, 과거사 진상규명 요구는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신성한 역사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 힘' 초대대표로 17대 총선에서 마포을 지역에 출마해 당선된 초선의원이다. 현재 열린우리당 내에 설치된 언론발전특별위원회에서 간사를 맡고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사회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이영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정길화 MBC <2004 이제는 말할 수 있다> CP,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정청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 "과거청산 방해 매체 청산기구 마련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올바른 과거청산에 반대하는 반역사적인 매체에 대해서는 청산기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조·중·동 같은 보수 언론들은 친일·독재정권의 당사자였다"며 "이같이 과거 청산을 방해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청산기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친일·독재정권의 당사자 이면서 더 많은 혜택을 누려왔고 가해 당사자인 조·중·동이 더이상 과거사 청산 문제를 왜곡시키지 못하도록 아예 배제시켜야 된다"며 "전 사회적인 힘으로 조·중·동의 이런 행태를 막아야 하고 할 수 있다면 법으로라도 막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과거사 청산과 관련, 통합입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과거사 청산과 관련 개별입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개별법안 하나하나가 수구세력들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며 "어렵더라도 관련법들을 통합법으로 일괄 정리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김동민 교수는 "반역사적 매체 청산기구가 만들어 진다면 조·중·동은 또다시 비판언론 죽이기에 나섰다고 비난할 것"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민언련 등 언론개혁 단체보다는 3일 출범 예정인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등이 나서는 게 바람직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동춘 교수 "잘못된 보도를 지나치지 않고 냉정하게 따지는 태도가 중요"
토론자로 참석한 김삼열 대한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최근 독립기념관장 추천에 관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런 과거사 왜곡 사례를 막기 위해서 시민연합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독립유공단체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는 특정인을 벌주고 욕보이자는 차원이 아니다"며 "민족사적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방응모나 김성수 같은 인물이 무슨 큰 존재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과거사 청산 관련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몇가지로 요약하며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지나치지 않고 냉정하게 따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언론이 과거사 청산 문제를 다룸에 있어 ▲ 정쟁으로만 부각시킨 점 ▲ 과거사 청산 관련 법안에 대한 무지 ▲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과 영향을 불러올지 분석하고 해외사례 조사 등을 톨한 대안제시 등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보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현재 우리 언론은 몇몇 유명 정치인들의 발언만을 좇는 등 과거사 청산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접근해 사회적인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정길화 CP "신문-방송, 족벌신문-독립신문, 공영방송-민영방송 대립"
한편 정길화 MBC <2004 이제는 말할 수 있다> CP(책임연출자)는 "현재 과거사 청산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신문-방송, 족벌신문-독립신문, 공영방송-민영방송 간의 대립구도를 선명히 볼 수 있다"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결국 언론사 과거사 청산 문제가 언론개혁 문제와 맞물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 CP는 "언론사 족벌 체제 자체가 이미 기득권 구조의 아성을 이루고 있다"며 "이런 족벌 언론사 조직 하에서는 과거사 청산 논의에 대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접근이 구조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 CP는 "개인적으로 언론개혁기구를 국회 내에 두는 것은 불필요한 정쟁으로 인한 소모전을 불러올 수 있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각 매체의 성향과 논조의 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일부 보수언론의 몇몇 보도의 경우는 다양성 차원을 넘어 심각한 왜곡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체 상호간 비평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 국장은 "과거사 청산 문제에 있어 언론계가 그 첫번째 대상이 돼야한다. 올바른 과거사 청산 노력을 폄하하고 방해하는 언론사는 언론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며 "명실상부한 역사 청산을 위해서는 선언적인 행동보다는 구체적인 자료를 분석하고 제시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내실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