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인 이강헌(51) 목사는 원래 충남 대천의 한 감리교회 목사였다. 이 목사는 안식년(Shabbath; 교수나 목회자들이 학문적, 정신적 재충전을 위해 7년에 한 번씩 쉬는 해)을 맞아 새로운 목회활동을 구상하던 중, 인천에서 외국인들에게 목회활동 중이던 조병린 목사를 만났다.
"이전에는 우리 옆에 이렇게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현실을 알게 되고 접하면서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것보다 이 일이 더 중요할 것이란 생각으로 외국인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 천안대학교의 한 교수님이 '천안지역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이곳을 추천해 주셨고 뜻 있는 목사님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저희 집에서부터 처음 목회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 해 4월 '임마누엘 선교회'란 이름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천안외국인교회. 바로 부설기관으로 '천안외국인노동자센터'를 열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충남 인근에선 가장 많은 정보력과 활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500명 가량에게 임금, 의료, 산재, 형사사건 등에서 도움을 줬고 게스트하우스에 일별로 기거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합은 3천명을 넘는다.
"인도에서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는데 우리 돈 8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합니다. 그들에겐 막대한 비용일텐데 성과 없이 몸과 마음에 상처만 입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보람을 느낄 때도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사는 이글 씨 부부 같은 경우죠. 1년 동안 한국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 러시아로 돌아가 개인택시를 사게됐다며 한국에서 고마웠다는 소식을 전해왔었어요.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것은 우리나라의 이미지 제고에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게 해주는 일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제도적으로 안정적인 지원 받았으면...
천안·아산을 비롯한 충남 북부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는 1만8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2003년 천안외국인노동자센터의 주요 항목 사역통계를 살펴보면 체불임금상담이 936건, 의료상담 300건, 산재처리 15건, 직업상담 1040건 등에 이른다.
이런 방대한 양의 사업은 단순히 마음과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안전교육, 고용주와의 관계 개선노력, 임금문제, 의료, 사고 중재 등이 주업무였는데 이젠 외국인 노동자들의 송금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노동자들도 저희들도 현재는 약간 어려운 상태죠"라고 말하는 이강헌 목사.
하지만 외국인노동자센터의 재무구조를 보면 어려움은 '약간'이 아니다. 이들에게 지원할 사회봉사비, 인건비, 행사비, 관리유지비를 포함, 연간 운영비가 1억6000만원 가량인데 총 운영비 중 이강헌 목사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가 자부담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있는 것.
누구나 버스 한 번이면 찾아올 수 있는 천안터미널 인근에 자리를 잡느라 마련한 사무실 임대료만 한 달에 190만원 정도고, 오갈 데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이 기거할 수 있게 마련한 게스트하우스 2곳의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외부의 교회나 개인후원은 한 달에 약 8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
그 동안 '할 일을 우선 한 다음,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자'는 이강헌 목사의 의지를 지자체에서 조금만 뒷받침한다면 지역 제조업체들의 인력수급, 노사관리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아울러 지역경제에도 충분한 순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도 안산이나 남양주 등지에는 시·도 자치단체의 지원 하에 외국인 노동자 복지센터를 건설, 지원단체에 위탁운영을 하고 있고, 서울 성동구, 경기 수원시, 경북 구미시는 의회에서 조례안을 제정해 제도적으로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겐 축복"이라는 이강헌 목사의 좋은 뜻이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얻게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