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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입시안 평가 및 대입제도 개혁안 마련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토론회' 현장.
'교육부 입시안 평가 및 대입제도 개혁안 마련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토론회' 현장. ⓒ 정현미
2008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 시안(이하 개선안)이 발표된 이후 찬반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교육부 입시안 평가 및 대입제도 개혁안 마련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토론회가 지난 3일 흥사단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창의력과 성장 가능성을 지닌 21세기형 우수인재 발굴·육성에 기여하고 고교 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의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만중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정책실장이 사회를, 이철호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박경양 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장,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회장, 김성근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 한석수 교육인적자원부 학사지원과장이 참여했다.

2008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은 무엇인가

2008년부터 시행될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은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중 확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제도 개선, 학생선발의 특성화·전문화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먼저 성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한 학교생활기록부의 반영비중 확대는 현행 평어(수우미양기)와 석차로 표기하던 성적표에서 '원점수(과목평균, 표준편차 병행기제) 표기제'로 바뀐다. 과목별 석차도 석차 경쟁을 막기 위해 '과목별 석차 등급제(9등급제)'로 전환된다. 특히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독서활동을 기재한 독서 매뉴얼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수능 개선안에는 표준점수, 백분위, 9등급을 제공하는 기존 제도에서 등급(9등급)만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고, 통합교과적 출제에서 고교 교육 과정 중심의 출제로, 폐쇄형 출제 방식에서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으로 전환된다. 또한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수능시험 복수시행방안을 검토해 2010학년도부터는 연 2회 시험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학생 선발의 특성화·전문화 강화 안에는 수능위주의 선발 관행에서 벗어나 대학 특성에 부합한 선발을 위주로, 대입 전형의 전문화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대학입학제도 개선안, 무엇이 문제인가

현행 대입제도는 전국의 대학과 학문의 서열화, 청소년들의 과도한 학습노동,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 심화, 대학별 선발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과도한 단계별 준비 부담, 학교생활기록부의 반영비중 저조, 성적·석차 중심의 대입전형 등 수많은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철호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대학입학 제도를 바꾸는 것은 사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자 우리나라 '교육의 상'을 바꾸는 것"이라며 "그 동안의 대학입시 제도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 사회의 부대적 개혁을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근원적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철호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
토론회에 참석한 이철호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 ⓒ 정현미
우리나라의 대학입학 제도가 변경된 것은 이번이 벌써 15번째다. 그리고 매년 수능이 치러지고 나면 수험생 자살이 이어진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이 운영위원은 "그 동안 대학입학제도의 변경은 절차적인 공정성, 관리 체제의 엄격화 등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근본적 제도의 문제점은 방치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대학에 가기까지 거쳐야 할 절차와 관문이 '사회적 타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험생의 자살을 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철호 운영위원은 이번 시안에서 대학서열 구조를 유지한 채 내신과 수능을 모두 등급제로 할 경우 "대학은 변별력이 낮다는 이유로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될 것이며 이는 대학의 서열구조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내신이 등급화되어 그 비중이 강화되면 수험생은 내신과 수능도 소홀히 할 수 없는데다가 대학별 전형이라는 새로운 부담이 추가돼 수험생의 학습부담과 사교육비는 오히려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교등급제가 실시될 경우 사교육이 내신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고교 평준화를 해제하자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부유층 국민의 자제를 위해 농어촌과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가난한 계층의 학부모 학생에 대한 차별을 하자는 공식화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은 학생들에게 기존 수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기는커녕 내신에 대한 부담의 가중과 사교육비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석수 교육인적자원부 학사지원과장은 벌써 15번째 바뀐 교육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걱정하며 "대학진학 절차가 복잡하다기보다는 학생부, 수능, 논술 및 면접이라는 세 가지 정도는 학생의 성실성을 전국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내신 등급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출제하는 내신은 학교 교육의 권위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경양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장은 교과중심의 출제에 대해 "교육부에서는 교과만으로 평가하며 내신등급을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내신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있다"며 "신뢰확보를 위해서는 교사에게 교육의 기획, 구성, 편성권을 주고 그에 대한 책임도 교사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양 회장은 "수능이 변별력을 가질 때에는 대학이 서열화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9등급제가 변별력을 갖지 않는다면 시민단체가 원하는 5등급으로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 9등급제가 변별력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며 비판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회장은 "현재 1학기에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남은 학기를 활용하기보다 수업 분위기를 흐트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시 1학기 제도의 불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김 회장은 과목별 석차백분율에 의한 내신 비중을 강화하고 수능을 폐지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해서도 논의되었다. 김성근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은 "실제로 대학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와 별로 연관 없이 공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선생님들의 수업부담을 줄여 학생들의 개인적인 관찰과 판단, 평가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자 열리는 이번 공청회는 오는 7일 동국대를 시작으로 부산, 대전, 광주를 순회하며 열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개정안이 마련되기까지 국민여론 수렴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철호 운영위원은 "대학입시제도의 전환은 교육의 목표를 다시 한번 논의하는 것인데 몇 번의 공청회만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는 것은 오산"이라며 국민들의 논의와 합의 과정을 촉구했다.

고려대 고교 등급제 문제, "총장 말만 믿고 조사 끝났다?"

얼마 전 고려대의 대학 입학 과정에서 고교 등급제가 적용되었다는 의혹이 보도된 것에 대해 박경양 회장은 "교육부는 고대에서 불법적으로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하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자수했으면 처벌을 해야 하는 것인데 눈감아 주는 것은 고교 등급제를 허용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석수 과장은 "보도가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다"며 "확인해본 결과 논의, 분석하는 차원에서 연구해 본 것은 사실이나 시행, 활용한 적은 없었다는 해명 자료를 언론사에 냈다"고 대응했다.

박경양 회장은 "교육부가 자신 있다면 감사를 하라"며 "사실이 확인되면 분명하게 불이익, 처벌을 줘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고대를 고발하려고 법적 검토를 해 봤더니 법적 처벌 근거가 없었다"며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하병수 전교조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범죄자가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냐"며 전면적인 고려대의 감사 실시와 책임 추궁을 촉구했다.

이에 한석수 과장은 "고려대 문제는 범죄 조직과 같은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사회 책무성을 지닌 공교육의 기관인 고려대 측과 대화를 통해 기자의 보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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