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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라이브 가수들이 공연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라이브 가수들이 공연하고 있다.
통기타의 아름다운 선율과 노랫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관중들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그 힘찬 메아리는 관중들의 마음밭에 촉촉히 녹아들며 성금이라는 또 다른 인정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여기 저기 관중들 사이에 놓인 모금함에는 "함께 하는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나눌 때 커집니다. 여러분들의 정성은 불우 이웃과 백혈병 어린이에게 소중히 쓰여집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곡이 끝날 때마다 관중들은 열광하며 박수로 화답했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으로 사랑의 모금함은 채워졌다. 안산에서 왔다는 장효경씨는 "남편 직장인 산본에서 음악도 듣고, 아이들과 함께 성금을 내니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라며 행복해 한다.

엄마 따라 아장아장 걸어온 고사리 손부터 할아버지의 쌈짓돈과 한 푼이라도 허튼 데 쓰지 않으려고 요모조모 따지며 살림하던 주부들까지 사랑의 손길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사랑의 손길이 이어질 때마다 공연하던 라이브 가수들은 "네~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고요. 저희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모두들 좋은 일만 있고, 주위 모든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분위기를 조성해 나갔다.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하는 가수들로 구성된 '좋은 사람들'은 98년 임명모(48·안양6동) 단장을 중심으로 발족됐다. 임 단장이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를 통해 인연이 된 가수들은 매주 일요일에 한 차례씩 공연을 하고 있다.

첫째, 셋째주 일요일은 평촌 범계역 분수무대에서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은 산본 이마트옆 야외 분수무대에서 공연한다. 하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살을 에는 듯한 한겨울 한파 때는 기타 줄을 튕기는 손가락이나 입이 꽁꽁 얼어 붙어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금년 여름처럼 푹푹 삶는 듯한 가마솥 더위에는 온몸이 흥건하게 범벅이 되어 땀으로 멱 감다시피해 눈 뜨기조차 고역이었다.

자녀와 함께 모금하는시민
자녀와 함께 모금하는시민
이 모든 고통을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은 힘겹게 투병하는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일념과 오로지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 때문이었다. 그 일념과 열정은 매주 일요일마다 서너 시간씩 8년째 이 일을 할 수 있는 근원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이전에는 공연 때마다 일정하진 않지만 1회 70~80만원 정도의 성금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요즘에는 20~4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임 단장은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던 96년 겨울, 후배 라이브 가수들과 지방을 여행하며 재미 삼아 공연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 내내 목이 터지도록 노래를 부른 대가는 고작 10만원이었다.

불우 이웃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 소중한 성금은 안양시청을 통해 고스란히 백혈병과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전달됐다. 성금을 전달하며 임 단장은 액수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통해 그늘진 얼굴에 웃음을 선사하고,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더 시급함을 직감했다.

그 때부터 병원마다 있는 '소아암 모임'을 통해 위문 공연을 해 온 지도 벌써 두 해째. '좋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메아리가 노래에 실려 입소문으로 퍼지며 가수와 스태프들이 40명이나 함께 하게 됐다.

초창기 '좋은 사람들'은 거리 공연으로 모인 성금을 복지재단의 은행계좌를 통해 독거노인들과 위탁아동을 후원했다. 꼬박 2년을 후원했지만 수혜자들의 얼굴은 물론, 연락처조차 몰랐다.

그 후,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미인가 시설로 후원의 손길을 돌렸다. 대다수의 미인가 시설은 무허가로 지은 허술한 집이었다. 그 열악한 시설에는 정신지체 등으로 가족에게 버림 받거나 오갈 데 없는 이들이 모여서 고단한 삶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소외된 삶을 살아 온 그들은 낯선 외부인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힘겹게 살아온 그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먹거리를 손수 입에 넣어 주며 친근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산본 3단지에 사는 이은영 주부는 "군포에도 이런 수준 높은 거리 공연이 있어서 참 좋아요. 쇼핑하러 나왔다가 몇 차례 접했는데 팝송과 가곡으로 공연 때마다 레퍼토리가 달라서 신선해요"라고 말하며 딸아이를 통해 모금함에 지폐를 넣었다.

음악은 나의 삶, 열창하는 가수 이락씨.
음악은 나의 삶, 열창하는 가수 이락씨.
'좋은 사람들'의 6인조 밴드에서 활약하는 이락(29)씨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가슴 뿌듯하다. 더 많이 도와주고 싶은데 성금이 점점 줄어서 아쉬워요. 하지만 공연은 계속하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좋은 사람들'의 선행 뒤에는 눈에 보이는 신명나고 재미있는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다. 봉고 차에서 악기를 내리고 테이블과 앰프를 설치하는 세팅과 공연 후 철거까지 노동에 가까운 일손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들'의 거리 공연으로 시민들은 수준 높은 음악을 접할 수 있다. 그들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온정의 손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온정의 손길은 소리없는 메아리로 울려퍼지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희망의 꽃을 피워 내는 근원이자 원동력으로 뿌리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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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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