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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문학사상사
턱의 근육과 송곳니가 특히 발달했으며, 발톱을 숨기고 빼는 것이 자유로운 동물. 또 발바닥에 살이 많아 다닐 때 소리가 안 나는 이 동물은 무엇일까?

바로 고양이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 한 마리가 관찰자가 되어 '진노 구샤미' 선생을 비롯한 인간들의 모습을 나름의 독자적 시선을 갖고 바라다보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주인공 '나'는 아직 이름이 없는 고양이 한 마리이다. 이 고양이는 어두침침한 곳에서 태어난 직후 한 서생에게 버림받는다. 그후 중학교 영어교사인 '진노 구샤미' 선생의 집에서 길러진다.

고양이 주인인 '진노 구샤미'선생은 위궤양을 앓고 있으면서도 대식가이다. 그리고 자주 한가로이 낮잠을 즐긴다. 또한 취미가 다양해 하이쿠, 바이올린, 수채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이지만 제대로 솜씨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는 고양이가 인간만큼 제멋대로이고 인정없이 어리석게 사는 동물이라 여긴다. 또한 아집과 허영의 대립으로 쓸모없는 갈등만 되풀이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진노 구샤미' 선생 집에 모이는 사람들 역시 별난 사람들이다. 독신주의자이기도 하며 항상 거짓말을 늘어놓는 미학자 '메이테이', 진노 구샤미 선생의 제자이며 물리학을 전공한 '미즈시마 강게쓰', 미즈시마 강게쓰의 친구이자 자칭 시인인 '오치 토후', 그들은 선생의 집에 자주 들락거리며 제멋대로의 담론에 열을 올린다.

이러한 주변상황과 그 안에서의 담론을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고양이의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고양이는 술에 취해 산책을 하던 중 물이 가득찬 항아리에 빠져 죽는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자신이 인간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인간들의 세상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생김새와 두 발로 걷는 인간들의 사치, 돈에 굴복하는 인간의 모습, 서로 아웅다웅하는 사회, 죽지 않기 위해 사는 인간들의 세상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우리 스스로 우리 '인간들의 세상'을 관찰해 보자. 자신보다 나약한 존재들에게 쏟아내는 따가운 시선과 차별, 일부 졸부들의 허무한 씀씀이, 때론 그 졸부들 아래서 굴복해 같은 부류가 되는 무리들, 건강을 위해 살아있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인간들…. 이것이 현실 속의 우리 모습이다.

이러한 현실이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100여 년 전 일본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세계 인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과 귀를 통해 알 수 있는 세상과 결코 다르지 않다.

기자의 고향집에 가면 만 5년이 갓 지난 애완견 한 마리가 있다. 때론 가족 같고, 형제 같고, 친구 같은 그 애완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혹시 녀석이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곤 한다.

혹시 키우고 있는, 아니 함께 살고 있는 애완동물이 있다면 오늘 그들에게 말을 건네보자. 그리고 한 번 질문을 던져보자. 기껏 살아야 100년을 사는 우리 인간이란 존재들이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악'을 지니고 살아가는지.

한 번 물어보자. 그들이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냐고.

저자 '나쓰메 소세키'는 어떤 사람?

1867년 2월 9일 당시의 에도(현재의 도쿄 시주쿠쿠 기쿠이초)에서 태어났다.

명치유신이 한창일 때 태어나 유년 시절을 격동의 시대 중심지였던 도쿄에서 자라난다. 또한 태어나자마자 수양아들로, 다시 생가로 몇 회를 반복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1890년 동경제국대학 문과대학 영문과에 입학하고, 1893년 졸업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하고 1900년 관비유학생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1903년 영국에서 귀국, 동경제국대학의 강사로서 영문학을 강의한다.

1905년 친구의 권유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다. 그 외 작품으로는 <도련님>, <풀베게>, <양귀비 꽃>, <열흘 밤의 꿈>, <그리고>, <문> 등이 있다.

해외에까지 명성이 널리 알려져 일본 근대작가 가운데 가장 폭넓게 연구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 박성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현암사(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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