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농업기반공사가 간척지를 논으로 만드는 개답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해남군 마산면 당두리 일대 습지에서 백로와 검둥오리, 왜가리 등 200여 마리의 철새들이 죽은 채 발견된 것.
해남군은 죽은 철새들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보내 사인을 의뢰했으며, 국립환경연구원도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해남경찰도 농약 등 독극물에 의한 집단폐사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박준영 전남지사도 지난 8일 이례적으로 관계 기관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할 만큼 철새들의 떼죽음이 지역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전남지사, 이례적 철저한 원인규명 지시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작물 수확기간인 것을 감안, 집단폐사 원인이 전염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역 일각에서는 독극물 살포에 의해 죽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해남군과 영암군 사이 해안 1만2000 핵타르에 대해 지난 85년부터 공사에 착수, 96년 말까지 간척지로 조성하는 대역사를 완공했다.
그러나 최근 가창오리 등 철새도래지인 해남군 마산면 지역 등 6000여 핵타르에 달하는 이 간척지를 농업기반공사가 논으로 만드는 개답공사를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당국간 의견이 대립해 왔다.
해남 간척지 친환경 농업 관심지로 부상
지역 환경단체는 "겨울철에 황새와 저어새 등 해마다 수만 마리 철새들이 이 지역을 찾아왔으나 공사로 인해 서식 환경이 파괴당하고 있다"며 농업기반공사가 추진하는 개답공사에 반발해 왔었다.
이들은 특히 개답공사로 인해 철새들의 휴식처이자 먹이가 많은 갯고랑이 사라지고, 필요 이상의 넓은 도로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업기반공사 측은 “대체 습지를 조성하는 등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개답공사를 하고 있다”고 맞서 왔다.
이런 가운데 인근 농민들이 경제특구와 같은 생태환경 농업특구지정 등 정책적인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열렸던 개답공사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해남군 마산면 이장단 대표인 김향화씨는 주제발표를 통해 “간척지 생태농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생태환경 농업특구지정과 함께 정책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환경단체에서도 “개답공사로 간척 호수 주변 준설작업이 실시되면 수질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하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물론 개답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농업기반공사 측도 주민들의 이같은 지적을 감안, 조류서식지 보전 차원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처럼 해남 간척지 개답공사를 둘러싸고 지역 환경단체와 농업기반공사 측이 현격한 시각 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백로 등 철새가 집단 폐사하는 사태가 발생해, 당국의 사인규명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일 박준영 전남지사는 관계 공무원들에게 철저한 원인규명을 지시하면서 "전남이 친환경농업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철새들의 떼죽음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다"며 "철새 떼죽음의 주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철새가 집단 폐사한 이 간척지 일대는 8일 현재도 공사 차량들이 오가고 배수로 관로 매설과 교량 건설작업 등 개답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번 철새 떼죽음 사태와 관련 해남 남도문화관광센터 박상일 대표는 “환경단체에서 성급하게 조류 독감과 같은 전염병이 사인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관계기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개답공사와 관련, 당국과 지역 환경단체, 주민들이 의견 차를 보인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