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경제부는 10일 지난해 지정된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만들었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재경부는 개정안에 대해 9월 30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정안은 경제자유구역 내 의료기관을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경제자유구역 내 의료영리법인도 허용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그 동안 보건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속에서 재경부는 특구 내 외국인의 편리를 위해 병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추진하고 있다.
특구 내 영리법인 허용이란 말은 의료시장 개방의 또 다른 표현이고 이는 민간의료보험 도입으로 이어지고 우리의 부실한 국민 건강 보장 시스템의 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의료기관의 영리 허용으로 이어져 국민을 두번 죽이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영리법인 허용은 곧 건강을 매개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영리법인 허용은 일부 국내외 의료 자본을 빼고는 국민도 손해이고, 거기에서 일하는 보건의료인도 손해이며, 우리 나라 정부도 손해 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영리법인 허용이나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지금도 완전하지 않은 국민건강보험 체계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국민의 대다수가 아무런 보험체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쥐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워 버리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의료를 산업이나 상품으로 인식하는 일부 관료들의 가치관의 문제와 이를 조장하는 국내외 자본의 문제가 함께 응축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는 의료의 90% 정도를 민간 영역에서 맡고 있지만 그나마 비영리법인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돈의 논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영리법인이 허용된다면 이익 창출을 위해 과잉 진료, 불필요한 중복 검사 강요, 과잉 처방 등이 더욱 늘어나 국민들의 총의료비는 엄청 늘어날 것이다.
이는 미국의 현 상황(13%가 영리)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미국은 전세계 의료비의 50% 정도(미국 GDP의 13~14%)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인구 중 4300만(미국 인구의 15%)명이 어떠한 형태의 보험체계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고 영아 사망률도 우리보다 못할 정도로 기초 의료가 낙후되어 있다.
한마디로 비효율의 극치요, 시장의 실패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왜 이런 나라를 따라 가려 하나? 미국도 이런 상황에서 직면하자 정부의 개입을 검토 중이다. 우리가 외국 거대 자본의 압력에 이런 식으로 끌려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본의사협회도 영리법인(예, 주식회사) 병원의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도입 반대 이유는 일본 의료는 효율적이고, 주식회사가 의료법인보다 효율적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 영리법인의 목적은 이익의 극대화이므로 환자에게 무엇이 최선인가보다 회사의 수익에 무엇이 최선인가가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윤이 높은 진료와 과다 경쟁, 채산성이 낮은 진료과(예, 소아과, 구급의료, 노인의 장기 입원 등)의 폐쇄, 수익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통폐합 등에 따른 의료 시스템의 변화, 공적의료보험의 쇠퇴와 민간의료보험회사에 의한 의료 서비스 지배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왜 자꾸 영리법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나? 그것은 외국의 거대의료자본 요구와 경제특구에서 한 건 하려는 재경부와 복지부의 조급함 때문인 것 같다. 경제특구 살리기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우선 생각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