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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연방의사당(우리의 국회의사당) 직원 출입구 앞에 서 있는 자전거
독일연방의사당(우리의 국회의사당) 직원 출입구 앞에 서 있는 자전거 ⓒ 강구섭
독일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두말할 나위없이 축구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운동으로는 단연 자전거 타기를 꼽을 수 있다.

자전거는 네 다섯살 된 아이부터 머리가 하얀 할머니까지 남녀노소 구분없이 대다수 인구가 즐기는 독일인의 국민스포츠다.

여가운동과 관련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65%가 자전거타기를 여가스포츠로 가장 선호한다. 수영과 축구가 그 다음 순서를 차지하고 있다.

평일 오후면 선수복장을 갖추고 폼 나는 모습으로 도로를 질주하는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마주치게 된다.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한 봄이나 여름이면 자전거를 타고 혹은 차에 싣고 어디론가 주말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직접 즐기는 운동을 넘어서 보는 운동으로서 자전거를 이용한 경기는 생각보다 제법 다양하다.

시내에 세워놓은 독일철도회사에서 대여해주는 자전거. 철도편으로 이동한 후 자전거를 이용해 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시내에 세워놓은 독일철도회사에서 대여해주는 자전거. 철도편으로 이동한 후 자전거를 이용해 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 강구섭
스케이드보드 경기 때 볼 수 있는 반원형 틀을 오고가며 갖가지 동작을 연출하거나 그리 높지 않은 오르막길을 달려 올라가 펼치는 공중회전을 보고 있으면 '자전거로 참 여러가지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독일인의 자전거 타기는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엄마, 아빠 자전거의 보조석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경험한 아이들은 두세 살 무렵 동그란 바퀴 두 개만 달려 있는 나무 자전거를 열심히 양발로 밀고 앞으로 나가면서 자전거 배우기에 입문한다.

네다섯 살이 되면서 자기 키보다 큰 깃발과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한동안 엄마 아빠 뒤를 쫓아다니다가 점차 보조바퀴를 떼고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자전거는 여가운동이면서 동시에 당당한 대중교통수단이기도 하다. 대중교통 요금이 만만치 않은 독일에서 자전거는 근거리를 이동할 때 아주 유용한 교통수단 역할을 한다.

지하철역 앞에는 지하철 이용객들이 역까지 타고 온 자전거가 촘촘히 세워져 있다. 필요한 사람들은 자전거를 지하철에 싣고 이동하기도 한다. 인구 중 2900만 명이 평균 주 2회 이상 자전거를 이용하며 자전거만으로 학교에 가거나 출퇴근을 하는 인구도 약 400만 명에 이른다.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가 자기 몸보다 훨씬 커 보이는 자전거를 번쩍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독일에서 일상적인 모습이다.

정장을 차려입고 바지 밑단을 양말 속에 넣은 채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조금 우습게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아무렇지도 않다.

짧은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인들도 흔하게 보이는데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가끔 배가 많이 나온 임산부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접하는데 처음에는 '저래도 괜찮나'하는 생각에 괜히 걱정스러웠지만 몇 번 경험하다 보니 요즘은 별 생각없이 지나간다.

베를린시내 국립도서관 진입로 양쪽에 늘어서 있는 자전거
베를린시내 국립도서관 진입로 양쪽에 늘어서 있는 자전거 ⓒ 강구섭
방향 바꾸려면 손으로 미리 회전방향 가리켜야

잘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 교통망도 사람들의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는데 큰 몫을 차지한다. 독일 전역에 1만5000km 이상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놓여있고 베를린만 해도 600km 가량 자전거길이 깔려 있다.

자전거로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큰 대로에서 자전거 주행자들은 보통 인도쪽 차선을 이용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1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자동차와 함께 당당히 좌회전을 하기도 한다.

주행 중 방향을 바꾸려면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을 켜는 것처럼 왼팔이나 오른팔으로 뒤 사람에게 회전방향을 미리 가리켜야 한다.

큰 길이든 작은 골목길이든 대개 자동차가 알아서 자전거를 주의한다. 주택가 도로 교차로를 지나가는 차들은 자전거를 보면 열의 여덟 아홉은 속도를 줄이고 자전거가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자전거 신호등, 대개 자동차 신호보다 한박자 빠르다
자전거 신호등, 대개 자동차 신호보다 한박자 빠르다 ⓒ 강구섭
안전의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유는 더 단순해 보인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역시 항상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갖고 있는 최대 장점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전혀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자전거는 독일의 전체 교통수단 가운데 약 12% 수송능력을 보이고 있으며 연간 독일 국민 일인당 평균 300km 거리를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한다.

정부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이용자의 절반 가량이 6km 이내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정부기관에서는 이 정도 거리를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자전거 이용을 권장한다.

관련 기관에서는 6km 이내의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의 30%가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면 연간 이산화탄소 방출량 750만t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인구 일인당 1년에 1000km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거리에 해당한다.

자전거 교통사고도 많아

자전거 타기가 일상생활이 되면서 그만큼 자전거 교통사고도 적지 않다. 지난 2000년도에는 자전거 교통사고가 총 7만3천여 건 발생했고 600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자전거 법규는 자전거에 아이를 제외한 어른은 동승할 수 없고 시속 30km 이하 속도로 주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어린 아이를 태울 경우에는 반드시 등받이 좌석을 이용해야 하며 8세 이하의 아이는 인도를 이용해 주행해야 한다.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안전을 위해 어린이들은 대부분 주행시 안전모를 착용하며 어른 중에서도 안전모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동네 자전거가게에 걸려있는 고가 자전거. 한화로 100만원이 넘는다.
동네 자전거가게에 걸려있는 고가 자전거. 한화로 100만원이 넘는다. ⓒ 강구섭
독일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전거 수는 대략 7천여만 대. 창고에 넣어둔, 쓰지 않는 자전거까지 합한 숫자라고 하지만 인구 8700만에 7천만 대라면 자전거를 타는 게 불가능한 고령자, 갓난아이, 장애인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전거를 갖고 있는 셈이다.

타고 다니는 자전거도 충격 완화 장치가 달려 있는 고급자전거부터 고물 직전의 자전거, 특이한 모양의 자전거까지 개성적이다.

자전거의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새 것을 마련한다면 100유로 정도부터 시작해 700-800 유로, 심지어 몇천 유로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

바퀴 두 개와 핸들, 몸체가 전부인 자전거에 뭐 그리 큰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떤 이들은 소형차와 고급 승용차를 탈 때의 차이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같은 가난한 유학생에게는 그저 탈없이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데 가끔은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작년 여름 무렵 '거금' 100유로(약 14만원)를 주고 새 자전거를 샀는데 그 사이 고장난 부품을 바꾸는데 들어간 비용이 자전거 값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나마 부품을 사와 직접 바꾸었기에 망정이지 자전거가게에 맡겼더라면 자전거 값에 맞먹었을지도 모른다.

자전거 유모차를 매달고 가는 자전거
자전거 유모차를 매달고 가는 자전거 ⓒ 강구섭
얼마 전 휘어진 뒷바퀴 휠을 새로 사면서 자전거 가게 주인에게 100유로짜리 자전거에 들어간 비용이 너무 많다고 한두 마디 했더니 주인은 웃지도 않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한다. 100유로짜리 자전거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한 500유로(약 70만원)는 줘야 괜찮은 자전거란다.

전에는 '그게 싼 중고차 값이지 자전거 값이냐'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여유만 있으면 그런 자전거를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거리에는 저가 자전거들이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두 번 나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마음먹고 비싼 자전거를 구입했는지, 워낙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고급 자전거도 적지 않게 굴러다닌다.

자전거 도둑도 많아

자전거가 이렇게 고가 물건이다 보니 그만큼 자전거 도둑도 많다. 열쇠로 묶인 채 바퀴 하나만 길거리 철기둥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은 영락없이 자전거를 도둑맞은 흔적이다. 그나마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연간 50만 대 이상이 없어지고 자전거 보험까지 있지만 스스로 잘 간수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아니면 훔쳐갈 마음이 들지 않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든지.

한 친구는 고장이 나 집 앞에 적당히 세워 놓은 자전거를 잃어버렸는데 얼마 후 우연히 그 자전거를 발견해 말싸움 끝에 수리비 일부를 주고 자전거를 되찾기도 했다.

작년 11월 무렵, 베를린시의 대학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달고 다니던 자전거. 종종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도는 자전거 시위가 열리기도 한다.
작년 11월 무렵, 베를린시의 대학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달고 다니던 자전거. 종종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도는 자전거 시위가 열리기도 한다. ⓒ 강구섭
경사가 없는 지형 덕에 자전거 타기 좋아

독일인들이 자전거를 애용하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적합한 이유는 독일의 지형이 경사가 별로 없는, 자전거 타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에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렇지만 자전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노력을 보면 그것을 꼭 지형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독일의 중소도시 에얼랑엔(Erlangen)은 오래 전부터 독일에서 자전거 교통망이 잘 구비되어 있는 도시다. 이 도시에서 몇 년 전 도시가 생긴 지 1000년 되는 해를 맞아 도로사업을 실시해 자전거 교통망을 확충했다. 물론 자전거 도로만을 위한 도로사업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자동차 이용자들은 전보다 더 자전거에 신경 쓰며 운전을 해야 했다.

덕분에 에얼랑엔은 거주자의 40%에 가까운 인구가 상시 자전거를 이용하는, 높은 자전거 이용률을 보이는 도시로 손에 꼽힌다.

가파른 경사길이 적지 않고 걸어 다닐 인도마저 넉넉하지 않은 우리의 상황에서 자전거를 위한 교통망을 확충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자전거가 주요한 근거리 교통수단이라는 인식하에 도시를 만들고 자전거 이용자를 생각하는 교통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에게도 자전거는 훌륭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청와대 근무자들이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경내가 너무 넓어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청와대에서 먼저 자전거 타기를 실천에 옮기면 어떨까?

도시 곳곳에 구비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
도시 곳곳에 구비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 ⓒ 강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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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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