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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식 행사가 끝난 후 중국작가 위에 민쥔씨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는 관람객들.
ⓒ 오마이뉴스 안현주

현대 산업 사회에서의 억압과 소멸의 동기를 상징하는 '먼지 한 톨'이 소통과 새로운 운동현상을 제공하는 '물 한 방울'과 섞임으로서 생명체로 거듭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제로 하는 2004 광주비엔날레가 10일 개막됐다.

이날 오전 10시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거행된 개막식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 비엔날레 참여 작가와 관객 등 국내외에서 18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특히 이번 개막식은 노 대통령의 '광주 문화수도 원년 선포식'과 함께 진행되어 그 의미가 더 커졌다.

치사에 나선 노 대통령은 "광주지역이 제조산업의 시대에는 소외를 느꼈지만, 문화의 시대에는 광주의 시대가 될 것이고 아시아의 문화의 중심을 넘어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중앙정부도 여러분들이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재)광주비엔날레 김포천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광주비엔날레의 5번째 막을 광주 문화수도 원년 선포식과 함께 열게돼 가슴이 뿌듯하다"며 "문화수도 광주에 우리의 모든 언어와 지향, 정성을 모아 문화예술 혁신의 불을 붙이자"고 말했다.

올해 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들이 작품 설치에 참여하는 '참여 관객제'로, 42개국 200여명의 작가와 더불어 참여 관객 60여명이 공동 작업에 참여했다.

▲ 참여관객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인의 모임의 <광주천의숨소리>란 작품에 참여한 지율 스님과 부안사람들의 <무제>란 작품에 참여한 문규현 신부가 작품 앞에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특히 천성산 관통도로를 반대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단식을 했던 지율 스님은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인'들과 '광주천의 숨소리'라는 작품에 참여관객으로 나섰고, 전북 부안군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반대운동을 펼쳤던 문규현 신부도 28명의 작가와 '부안사람들'의 주제로 참여했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도롱뇽들의 꿈과 광주천을 살려내려는 환경운동은 상통한 것으로, 환경적 작품에 내용적인 연계를 위해서 참여했다"며 "전시와 더불어 '도롱뇽의 친구들'의 전국 순회를 18일 광주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낮 12시부터 일반인들의 관람이 시작됐다. 가족단위로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관람을 위해 경주에서 왔다는 김인숙(34)씨는 "설치된 작품들이 모두 신경을 많이 쓴 작품들인 것 같아 좋다"고 전시에 만족감을 표하며 "문화 수도도 대통령이 한다고 했으니 잘 되면 좋겠고, 무엇보다 젊은 작가를 키우는 광주와 비엔날레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비엔날레를 준비하는 강모씨와 임모씨는 "광주비엔날레를 보면서 인지도만큼 예산투입이 많아서 그런지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지지만, 주제에 맞춰서 작품을 끼워넣은 것 같은 식상하고 도식적인 느낌도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4 광주비엔날레는 11월 13일까지 65일 간 진행되며 중외공원 비엔날레 전시관과 5.18 자유공원, 지하철 등 광주시내 전역에서 열린다.

▲ 외국인 관람객들이 나이지리아 작가 무이와 오시푸예씨의 <불균형을 키워가는 사회>란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문화교육과 작가지원 등 기초가 중요"
노 대통령의 "문화수도 적극 지원" 발언에 대한 현장 목소리

작가 조모씨 "지금까지의 정책이 말뿐이었다. 앞으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실행될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그랬듯이 다 믿지는 않는다. 문화생산의 주체가 작가이지만 혜택은 제일 늦게 돌아온다. 문화생산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행정적인 실적위주의 행사만 치러진다. 물고기와 큰 어항만 마련해 주면 뭐하나? 물고기가 살아갈 수 있도록 밥도 주고 물도 갈아주고 이런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오늘 개막식 행사만 봐도 작가들은 항상 가장 뒤에 있다. 주인은 없고 객들이 주인 노릇하고 있는 듯하다. 외국인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웃음거리밖에 안 될 것이다. 문화생산자들이 푸대접받는 상황에서 문화수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 후세들이 문화수도인으로써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한국화가 주지환(53) "광주사람들의 기대가 크다. 이런 기재에 호응하기 위해서 정말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 보다도 광주지역에서 제안을 잘 해야 한다. '무엇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제시를 해야 하고, 앉아서 받아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아이템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보다는 광주에서 받아들일 준비를 잘 해야한다."

시민 신철호(42) "화가, 미술시장, 갤러리 등 문화시장은 다 죽어있는데 1회성 행사한다고 뭐가 틀려지나? 미술계나 문화계 내막은 전혀 알차지 못하다. 작가들의 생존토대마련이 가장 중요하다. 문화수도는 건물이나 행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과 작가 등 기초가 중요하다. 언론도 외형이나 스케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화의 모습을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비엔날레 개막식도 주제처럼 참여작가와 원로들이 손을 맞잡고 나오면 얼마나 좋은 행사가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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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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