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해 깊은 바다로
지금 막 바다로 지려던 노을이
단 한 번 숨결을 쏘아
지상을 밝게 물들이는 순간
아 아, 나는 그분의 음성을 듣는다.
그분의 노래를 듣는다.
아, 이 한가롭고 막막한 세상에
저만치 비상하고 있는
갈매기처럼 자유 할 수는 없는가.
가능하다면 조그만 어선이라도 빌려 타고
그렇게 자유의 바다를 향해서
나아갈 수는 없는가.
시커먼 갯벌 위에서 몸이라도 뒹굴면
이 뻣뻣한 숨통이
막힌 숨을 토해내고 편해질 수 있는가.
(박철. 바다)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어떤 대상을 위하여
한다는 말이 모두 간지러운
낯 뜨거운 속물근성에
찌들대로 찌는 내 육신이
너무 버거워
그 숱한 감이 나를 미치도록 한다
갈증, 심한 허기가 온몸에 퍼져
어디 도망칠 구석이라도 참아볼 참이지만
여전히 짙은 안개만이 자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눈동자가 나를 감시하고
또 나를 응원하고 있다
지는 서해안의 저녁노을이
바르르 내 몸을 떨게 한다.
(박철. 위하여)
여기 괴로운 육신이 와서
야산 등성으로 앉아 저녁노을에 취해
멀건이 해지기를 바라다가
허물어져
철새 떼 모여 먹이 쪼는 갯벌이 되었다.
하늘이여
지는 황혼이여,
저 무시로 아픈 마음에게
새로운 육신이 생겨난다면
만조(滿朝)를 채워
철새 떼 떠나보낸 뒤
여기 해를 빨리 저물게 해주겠는가.
(박철. 황혼)
10일 저녁 7시 정각 우리집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입니다. 앞산 이름을 '황산(黃山)'이라고 부르지요. 한참 동안 망연자실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황산 산등성에 오르면 북한 연백이 바다 건너 지척에 보입니다. 우리 동네 황산을 막 넘어서려는 붉게 물든 태양은 하늘의 구름과 조화를 이루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노을이 사라질 때까지 한시간 동안 마당에 서 있었습니다. 자연을 통한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해 최북단,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달래 주고 지금 막 넘어 가려는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의 부드러움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줗겠습니다. 그런데 왜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 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