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국회 담장에는 10여 개의 보라색 리본이 나란히 달렸다.
민주노동당 노회찬·현애자 등 의원과 김혜경 대표, 주대환 정책위 의장 등 당 최고위원들은 국가보안법 완전폐지를 요구하며 국회 담장 철책에 리본을 묶었다. 보라색은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의 어머니들이 스카프에 주로 사용하면서 '인권'의 상징으로 알려진 색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투쟁선포식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 내에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의정활동은 물론, 100만인 서명운동, 각종 전시회, 문화제 등 장외투쟁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의 안보는 국민을 기만하고 사실을 호도하는 수구 기득권세력에 의해 위태로워진다"며 "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완전 폐지되어야 하는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국보법 존치 주장에 대해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반북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구시대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위장폐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고 주장했다.
'형법으로 보완' 입장, 실랄히 비판
민주노동당은 '형법 보완'이나 '대체입법'에 대해 "껍데기만 바꾸고 국가보안법의 반인권, 반민주, 반통일성을 그대로 남겨두는 대국민 사기"라는 비판적 입장이다.
노회찬 의원은 "대체입법은 개악 수준이고, 형법 보완도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처벌이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이런 식이면 차라리 국보법을 그대로 두고 좀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또한 "지금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이긴 하지만 151석이라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반대하는 속에 부분개정을 밀고나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 함께 완전폐지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정당대표 토론회'를 통해 원내에 완전폐지론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오전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안하자 민주노동당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고,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전화통화를 하며 토론회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또한 "양당간 토론회는 정치적 공방만이 오가는 실효성 없는 토론이 될 우려가 높고,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해 두 당만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소수정당의 입장과 대안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미리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국보법 완전폐지'라는 원칙에서 물러서기 힘든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의 협상에 어떤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회찬 의원은 "아직까지는 '완전폐지'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또다른 원내 활동기반은 '국보법폐지의원모임'. 이 모임은 이미 각당 의원 101명으로부터 국보법폐지 서명을 받아 국보법 폐지안 공동발의를 추진하며 원내 국보법 폐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모임이 당론보다 더 강한 결집력으로 열린우리당 의원의 이탈을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간사인 노회찬 의원은 "서명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형법 보완 쪽으로 생각이 바뀐 의원은 '반성문'을 써서 국민 앞에 전향한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보법폐지의원모임은 이날 오후 2시 간사회동을 갖고 각 당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후 활동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