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전남지역 시군별로 열린 ‘쌀 시장개방반대와 식량주권 수호’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농민단체는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 중” 이라며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투표에 앞서 쌀 개방 찬반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제안했다.
지난 10일 오전 함평군청 광장에서 열린 농민집회에 참석한 이석형 함평군수는 “쌀 수입개방 문제에 관해 군민의견을 수렴하고,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군수가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것은 농민단체의 요구에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광주전남 농민연대는 같은 날 이와 관련해 “함평군을 시작으로 나주시와 곡성군, 장흥군 등이 쌀 개방과 관련 주민투표를 갖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쌀 개방문제에 대한 주민투표가 법적인 구속력 뿐 아니라 현행법상 가능한 지 여부가 논란거리로 등장하게 됐다. 현행 주민투표법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 또는 지방의회의 청구에 의하거나 직권에 의하여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준영 전남지사는 13일 “쌀 개방 주민투표는 자치단체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고 언급함으로써 농민단체의 요구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지사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주민투표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고 자치단체 권한도 아니”라고 밝혔다. 또 "농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농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국제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쌀 개방 문제는 주민투표법에 규정된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사안 즉,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지사의 이런 언급은 농민단체의 요구에 함평군 등이 주민투표 수용입장을 밝힌 것과 배치된 것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더불어 박 지사의 주민투표 반대의사에 대한 농민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