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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이어 매장의 광고 간판
한 타이어 매장의 광고 간판 ⓒ 문동섭
신발 가격대가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에 이르기까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매장들을 볼 때마다 ‘과연 어떤 가격대의 신발보다 싸단 말인가?’, ‘타이어 하나가 신발보다 싼 것인가, 타이어 네 개가 신발보다 싼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기곤 했다.

이러한 궁금증은 얼마 전(8월초)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풀 수 있었다. 타이어 4개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나는 가격이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아 이 동네 저 동네를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가격이 생각보다 싸지 않았다. 내 자동차(아반떼 구형)에 맞는 타이어 중 제일 싼 것이 5만5000원(광폭타이어 중 제일 싼 제품)이었다. 열 군데도 넘는 매장을 다녔지만 몇 천원의 차이가 있을 뿐 대체적인 가격은 다들 비슷했다.

이 가격은 몇 해 전 타이어를 교체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고로 ‘신발보다 싸다’라는 문구는 타이어 가격이 예전보다 훨씬 싸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실속 없는 문구일 뿐이었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3~4만원대 가격에 괜찮은 신발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이어가 신발보다 싸다는 말은 언제나 참인 명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허탈감을 안고 다시 다른 타이어 매장을 찾아 나섰다. 10여 분쯤 후 나의 눈에 번쩍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타이어 교체하는 모든 손님에게 주유권 5만원을 준다는 아주 구미가 당기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8월 초 타이어매장에 걸려 있던 현수막
8월 초 타이어매장에 걸려 있던 현수막 ⓒ 문동섭
‘기름 넣을 때 주유권 5만원을 사용하면 현찰 5만원이 굳는 거니깐, 이 매장에서 타이어를 바꾸면 결국 17만원에 4개, 즉 타이어 하나에 4만2500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무난하다’라고 생각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매장으로 들어섰다.

매장 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내린 나는 광폭타이어 중에 제일 싼 것으로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술자들은 내 차를 들어올리고 헌 타이어를 빼기 시작했다.

‘역시 다리품 판 보람이 있구나!’ 하며 기분이 좋아진 나는 매장 사장인 듯한 이에게 물었다.

“아무리 행사기간이라고 해도 이렇게 모든 손님에게 주유권 5만원씩 주면 뭐 남는 거 있습니까?”

사장은 약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귀를 의심케 하는 답변을 했다.

“손님은 구매가격이 22만원이니깐 주유권 1만원인데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나는 사장에게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아니 현수막에 모든 손님에게 주유권 5만원 준다고 분명히 써 있잖아요!”

나의 말이 어이가 없다는 듯 사장은 다시 말했다.

“모든 손님에게 주유권은 주는 거는 맞고요, 괄호안에 5만원은 5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만 준다~~ 이 말입니다.”

사장의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목 뒷덜미에서 머리 뒤통수로 스물스물 올라오는 열기를 느꼈다. 나는 다시 쏘아붙였다.

“아니, 그러면 현수막을 저딴 식으로 붙여놓으면 안되죠!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반말 비슷한 나의 말투에 사장도 기분이 나빴는지 나에게 일격을 가했다.

“참 내! 꼴난 22만원짜리 물건 사면서 주유권 5만원 달라고 하면 그게 도둑놈 심보지!”

‘도둑놈 심보’라는 말에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폭력성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사장을 한 방에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또 당장이라도 하던 작업을 멈추게 하고 다른 매장에 가서 타이어를 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나는 이미 너무 많이 돌아다녀 지쳐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장과의 열불 터지는 언쟁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타이어가 교체되길 지루하게 기다렸다가 차를 끌고 매장을 나왔다.

속았다. 요사스러운 현수막에 나는 속고만 것이다. 거기에 ‘도둑놈 심보’라는 말까지 듣는 파렴치한까지 되어 버렸다. ‘그냥 아무 데나 가서 살 것을, 괜히 돈 몇 푼 아껴보겠다고 고생만 하고 기분만 잡쳐버렸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 있는 열, 없는 열 다 받아가며 타이어를 바꾸고 난 한 달 후(9월 11일) 우연히 그 매장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 매장에는 추석맞이 30-50% 세일 이벤트를 한다는 새로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9월 11일 타이어 매장에 걸려 있던 현수막
9월 11일 타이어 매장에 걸려 있던 현수막 ⓒ 문동섭

현수막을 본 순간 ‘과연 저 현수막의 내용은 맞는 것일까?’라는 의혹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간판에 있는 매장 전화번호로 확인 전화를 했다.

“아~ 여보세요! 타이어 매장이죠?”
“네 OOO매장입니다.”

"제 차가 아반떼인데요, 광폭 중에 제일 싼 게 얼마합니까?"
“광폭은 5만5000원부터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근데 그게 세일한 가격입니까? 지나다 보니깐 추석맞이 세일한다고 써 붙여 놓은 거 같던데….”
“그 거는 세일하는 품목이 아니라서요…."

“전 품목 세일이 아닌가보죠?”
“네, ○○브랜드 한 종류만 세일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거는 얼만 데요?”
“제일 싼 게 6만원부텁니다.”

“네에~ 잘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처음 듣는 브랜드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타이어 매장에 전화해서 그 브랜드에 대해 문의해보았다. 전화를 받은 매장 직원은 내가 문의한 브랜드는 수입품으로 잘 찾지 않는 물건이며, 가격대가 7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 6만원에 판다면 15% 정도 할인된 가격은 맞는데 생산연도가 좀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 품목만 세일한다는 내용도 없고, 15% 할인을 30-50% 할인으로 표기해 놓은 그 매장의 새로운 현수막 역시 뻥튀기, 과대광고 현수막이었다.

불경기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벌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이처럼 소비자를 현혹하는 얄팍한 상술은 옳지 못하다.

물론 당장 돈 몇 푼은 더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술로 인해 기분 상하고 열 받은 소비자들은 다시는 그 매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즉 나 같은 소비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갈 때마다 미래에 있을 소득을 두 배로 까먹게 되는 것이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잔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장사하기를 그 타이어 매장 사장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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