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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는 경제특구에 영리병원법인을 허용하면서 '동북아 의료 허브'를 만든다고 말을 바꿨다. 처음에는 경제특구 내 외국인들의 의료편의 시설로 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외국환자 창출'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재경부는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이런 주장을 하는지 묻고 싶다.

인천에 동북아 허브 병원을 만든다고 해도 실제로 들어올 외국 유명 병원도 없지만, 설령 이름뿐인 병원이 들어온다 해도(싱가포르의 존스 홉킨스 분원은 실제 진료 목적보다는 단지 브랜드를 빌리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우리 나라로 일본 환자가 오겠는가? 미국 환자가 오겠는가?

진료에 있어 언어나 문화의 장벽은 가장 큰 장애 요인 중 하나다. 재경부가 예로 드는 중국이나 싱가포르는 어떤가? 그들이 주로 받고 있는 외국 환자들도 말이 통하고 문화가 비슷한 같은 중화권 환자들이다. 싱가포르의 외국 환자의 70% 정도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온 환자인 것도 이를 반증한다.

또한 질병을 가진 환자가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 제일 규모가 큰 파크웨이 의료 그룹도 중국 환자를 싱가포르로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중국 현지에 병원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물가다. 상해의 대규모 의료단지에서는 최상급 호텔을 빰치는 주방에 간병인, 경비원 침실까지 갖춘 40평형 특급 병실의 하루 입원료가 30만원 선이다. 우리 나라의 그 초라한 대학 병원 1인실 1일 입원료 수준 정도밖에 안된다. 한술 더 떠 인천특구는 병원비를 우리 나라 지금 수준의 6배로 받겠단다. 중국 환자들이 굳이 인천으로 오겠는가?

중국이나 싱가포르는 의료의 80~90%를 국영이나 공공 영역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나라와 우리의 결정적 차이는 우리 나라가 내국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최소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내국인이 병원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다. 즉 공공 의료기관들이 기초를 받쳐 주고 있다.

그러나 공공 기반이 약한 우리 나라에서 영리 주장은 개방의 전 단계고 이는 우리 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한다. 이는 뭐 하려다 쪽박 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경제특구 내 외국 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 예전 같았으면 해외 의료를 이용하지 않았을 사람까지 인천에 세울 외국 병원을 통해 쉽게 해외 의료를 이용하도록 돕는 창구(transfer)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어떤 비전이 있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구 내 병원 문제가 즉흥적이라는 것이다. 경제특구에 대해 재경부가 처음에는 특구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편의를 위해 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그 병원 유지하려면 영리법인이 필요하고 내국인 진료도 해 줘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이제는 의료산업을 들먹이며 한술 더 떠 동북아 의료 허브를 만든단다. 재경부는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주장인지 곰곰히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좀 더 크게 보아야 한다. 돈 몇 푼 더 벌려다 전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제도 자체를 송두리째 망칠 수 있다. 재경부가 이제 이도 저도 궁하면 다음엔 또 무슨 주장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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