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부터 평양에 체류하며 구호원조, 식량 확보, 경제개발 프로그램, 재생 에너지 개발사업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삼육국제개발구호기구(이하 ADRA / Adventist Development and Relief Agency)의 마셜 와그너 지부장은 “북한 당국이 이제는 과거에 비해 외부의 식량지원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향후 북한에 대한 지원은 산업 및 경제분야의 개발위주 활동으로 폭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평양을 출발, 북경을 거쳐 우리나라에 입국한 그는 “2년 반 전 북한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그들은 외국인의 활동에 대해 아주 까다롭고, 제재를 심하게 하며, 감시하는 등 개방에 대한 아무런 징후가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와그너 지부장이 활동하고 있는 ADRA는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관의 요청으로 1999년부터 평양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활동을 시작한 민간단체로 그간 태양열지붕 설치, 어린이 영양공급을 위한 제빵공장 운영, 사리원 아동병원 현대화, 용천병원 재건축 등 대북지원활동을 펼쳐왔다.
북한에서 재난구호사업과 개발사업 등을 직접 전개하고 있는 와그너 지부장은 특히 지난 4월에 발생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국제민간단체로서는 최초로 사고현장에 투입되어 피해규모에 대한 평가실사, 구호물품 운송 등 인도적 긴급재난 구호활동을 펼쳤다.
지난 주말 용천에 다녀왔다는 그는 현지 상황 소식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용천에는 130여 채의 새로운 가옥이 들어서고, 주민들은 기계 설비와 건물을 짓느라 매우 분주하다는 것. 그는 “이제 용천에서 폭발피해로 인한 희생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겨울이 오기 전 복구작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고 당시 충격으로 붕괴된 용천병원의 재건축을 하고 있는데 내년 4월이나 5월이면 완공될 것”이라며 지역특성에 맞는 설계로 북한당국이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후한 의료장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의료장비의 원활한 공급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그너 지부장은 지난 9일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일어난 대규모 폭발은 “북한 공화국 창건일(9·9절)을 기념하고,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이벤트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제기하기도 했다.
“평양에서 출발하기 전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로부터 양강도에서 발생한 폭발이 발전소 건설을 위한 바위제거 작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그는 “만약 사고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도움 요청이 왔을 테지만, 출발 전까지 그러한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기간 동안 공개강연회, 대북관련 전문가그룹 미팅, 북한구호기금마련 음악회 등을 통해 북한에서의 국제기구활동 현황과 대북지원사업의 추진방향을 전하고, 오는 20일 출국할 예정이다.
다음은 와그너 지부장과 한 인터뷰 전문이다.
- 이번 방한 목적은?
"다른 나라에 우리의 사업과 협회, 한국 지부를 알리고 ADRA의 활동사항에 대해서도 전하러 왔다."
- 용천 폭발 사고 당시 구호활동을 펼쳤는데, 현재 용천의 상황은?
"지난 주말에 용천에 다녀왔다. 이미 집 130채가 지어졌으며, 계속해서 새 건물이 건축되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복구작업을)마무리할 계획이다. 용천 주민들은 기계를 설비하고 건물을 짓느라 매우 분주하다. 이제 폭발 희생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 사고 발생 이후 한동안 의료시설은 물론 의료물품 및 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북한의 의료시설 문제는 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문제였다. 주민들은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 사고로 인한 환자들 중에는 특히 어린이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눈에 많은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들은 평양으로 옮겨져 가능한 한 최상의 치료를 받았다."
- 용천병원의 재건축을 전담하고 있는데?
"내년 4월이나 5월경 완공될 것 같다. 병원을 설계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사실 용천병원은 폭발현장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보수할 수 없을 만큼 큰 손상을 입어 재건축을 하고 있다. 이 의료시설에 대해 북한 당국은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들은 훌륭한 장비를 갖춘 세련된 병원을 바라고 있다."
- 현재 가장 필요한 물품은?
"가장 큰 문제는 노후한 의료장비다. 의료장비의 공급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 구호사업이 필요한 많은 나라 중에서 북한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사실 ADRA가 북한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ADRA를 선택했다. 스위스의 북한대사가 1999년에 스위스 ADRA에 에너지 문제에 대해 활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는 WHO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북한에 보건사업을 제공하는 유엔의 조직이다. 독일 NGO, 국제적십자사 등과도 공공건물 건축, 태양열 지붕 개량, 급수탑 설치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에너지, 보건 등 우리 역할을 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북한에 대한 첫 인상은?
"국가 기간산업 등 상당히 많은 것들이 필요한 나라라는 것을 느꼈지만, 주민들은 친절했다. 그러나 40-50년 전의 낙후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육은 큰 문제다."
- 북한에 상주하며 인도적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NGO 실무자로서 북한사회의 향후 체제변화나 개방 가능성 등은 어떻게 전망하나?
"지난 2002년 발표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북한은 경제분야에 있어 적잖은 변화를 겪고 있다. 2년 반 전 북한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외국인의 활동에 대해 아주 까다롭고, 제재를 심하게 하며, 감시하는 등 개방에 대한 아무런 징후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나타나는 첫 신호는 현재의 경제상황에 조금씩 개방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 NGO 활동이 북한개방을 가속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는 북한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을 바꿨다. 북한 정부는 현재 NGO와 2005년 사업을 통해 그들의 필요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 각국 NGO들의 대북지원활동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북한 당국이 이제는 과거에 비해 외부의 식량지원을 그리 환영하지 않는 것 같다. 향후 북한에 대한 지원은 식량구호 위주의 단순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산업 및 경제개발, 의료·구호 활동으로 범위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에너지, 보건 문제 등 우리 역할을 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UN, NGO 단체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 북한 빵공장 운영 현황과 성과를 이야기 해달라.
"빵공장에서는 두 가지를 생산하고 있다. 하나는 2년 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빵으로 하루에 2.5톤을 생산해 아이들 2만5000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는 비스킷으로 하루에 5-6톤씩 생산해 3만5000명에게 나눠준다. 아이들은 이 두 가지 모두 좋아한다."
- 대북구호사업을 진행하면서 재미있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면?
"우리는 정책을 자주 바꾸는 정부와 함께 일을 하며, 매일 새로운 상황에 직면한다. 계속해서 환경이 바뀐다. 이것도 역시 도전적인 환경이다. 용기를 주는 일은 고아들을 보는 일이다. 음식과 옷 등을 나눠준다. 2년 반 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아이들이 병들고, 힘이 없어서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었는데 요즘은 내가 지나갈 때 안기기도 하고 주위를 뛰어놀기도 한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격려가 된다."
- 북한에서 가장 보람있었던 때는?
"우리가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큰 성공은 작년 겨울에 그 기능을 확인한 생물가스 사업이다. 다른 추가 에너지 없이 겨울을 지냈다. 이것은 매우 성공적인 사업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취사와 난방용으로 사용된다."
- 평양을 떠나기 전 양강도 폭발에 대해들었나?
"출발하기 전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북한사람에게 발전소 건설을 위한 바위제거 작업이라는 이야기를 조금 들었다. 우리 사무실에는 현재 북한인 6명이 일하고 있다. 핵실험은 아닐 것으로 본다."
- 북한이 왜 9월 9일을 즈음해 이 같은 폭발을 일으켰을 것이라 보나?
"북한 공화국 창건일(9·9절)을 기념하고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벤트를 펼친 것으로 생각된다. 내 경험에 비쳐 본다면 북한은 예전에도 9·9절이 다가오면 깜짝 놀랄만한 일을 많이 했다."
- 북한 당국은 희생자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고 가능성은?
"만약 사고로 희생자가 발생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왔을 테지만 출발 전까지 그러한 소식은 듣지 못했다."
- 현재 평양의 분위기는?
"국제영화제가 열렸을 때는 다른 외국인들과 만나기도 했다. 또 한국영화를 보기도 했다."
- 하고 싶은 말은?
"나의 이번 방한 목적은 ADRA의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사업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구호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상황을 전하고, 남북한이 서로 돕고 이해할 것을 호소하고 싶다. 북한 주민들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의료물품 및 인력, 시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노후된 의료장비가 가장 큰 문제다. 또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원도 부족하다. 우리의 대북 구호사업은 앞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일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한국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도움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