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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실련은 15일 오전 경실련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공과 토공이 제출한 택지공급가격과 감리자지정 신고때 건설업체들이 신고한 택지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땅값을 부풀려 신고한 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온 건설업계의 관행이 실증자료를 통해 증명돼 파문이 예상된다. 주택공사·토지공사의 택지 헐값 공급→건설업체의 고가 매입 허위신고→높은 분양가 책정으로 이어지는 폭리 취득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경실련이 정보공개요구 끝에 주공과 토공으로부터 건네받은 111개 택지의 공급가와 주택건설업체가 감리자 지정신청을 위해 관할 구청에 신고한 토지매입비를 비교·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경실련의 끈질긴 정보공개요청으로 토지공사는 '토공 공동주택지 공급현황'(2000.1~2004.3월)을, 주택공사는 '주공 01~03년 공동주택지 분양현황' 내역을 최근 경실련에 제출한 바 있다.

토공·주공, 평당 298만원에 공급
건설업체, 평당 406만원에 매입 신고


[감리자지정 신고시 택지비 허위신고] 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은 주공과 토공으로부터 매입한 땅값보다 적게는 10% 많게는 70% 이상까지 부풀려 허위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0년 이후 토공과 주공이 건설업체에 공급한 111개 필지의 평당 평균 택지비는 298만원.

하지만 건설업체가 관할 구청에 신고한 택지매입비는 평당 406만원으로 약 108만원 가량 차이가 발생했다. 택지 지구별로 보면, 고양 풍동지구에서 주공이 공급한 택지비는 평당 평균 443만원이었지만, 업체들은 평당 평균 659만원으로 신고해 216만원이 차이가 났다.

용인 동백지구도 사정은 비슷했다. 토공이 업체들에게 공급한 택지가격은 평당 평균 344만원이었지만, 건설업체들은 평당 평균 514만원으로 신고했다. 전반적으로 용인시 택지개발지구가 다른 지역보다 택지공급가와 신고가의 차액이 높았다.

반면 부천시 상동의 경우에는 차액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경우다. 토지공사가 건설업체에 판매한 땅값은 평당 평균 219만원이었는데, 건설업체들이 신고한 택지비도 219만원으로 똑같았다.

ⓒ 경실련 제공

용인 죽전, 356만원(토공 공급가)→551만원(감리자지정)→853만원(입주자모집)

[입주자모집공고 때 부풀리기] 입주자 모집공고 때 소비자들에게 공개되는 택지비와 토공·주공의 택지공급가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부풀려 신고한 택지비에 또 이윤을 얹는다는 얘기다. 감리자 지정단계와 입주자 모집공고까지 시차가 있어 땅값이 오를 확률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를 감안하더라고 차액은 너무 크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경실련은 입주자모집공고때 공개되는 분양가에서 건축비를 뺀 값을 '택지비'로 설정해 비교 근거로 활용했다.

고양 풍동지구의 경우 앞서 언급한 대로 주공이 공급한 택지비는 평당 평균 443만원, 건설업체들이 신고한 택지비는 평당 평균 659만원이었지만, 입주자모집공고 때는 평당 평균 1230만원까지 늘어났다. 주공의 공급가와 비교하면 2.7배, 관할구청에 신고한 가격과 비교하면 1.8배나 높은 가격이다.

택지비가 이렇게 부풀려지는 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고양 풍동지구 택지공급이 시작된 시점은 2003년 11월. 감리자지정을 위한 신고 시점은 2004년 5월, 입주자모집공고는 6월에 이뤄졌다. 불과 7개월만에 택지비가 2.7배나 뛴 것이다.

용인 동백지구의 경우 토공이 업체들에게 공급한 택지가격은 평당 평균 344만원, 건설업체들이 신고한 택지비는 평당 평균 514만원이었는데, 입주자 모집공고 때에는 861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용인 죽전은 356만원(토공 공급가)→551만원(감리자지정신고)→853만원(입주자모집공고)으로, 파주 교하는 332만원→370만원→834만원, 파주 금촌은 291만원→375만원→704만원 등으로 부풀려졌다. 반면 부천시 상동은 219만원→219만원→239만원으로 앞서 제시된 경우와 전혀 다른 경향을 나타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은 "수도권에서 농사 짓는 땅을 정부가 빼앗아 20만∼30만원에 수용한 뒤 300만원에 팔고 있다"면서 "건설업자가 이 300만원 짜리 땅을 수의계약 또는 복권추첨을 통해 취득한 뒤 850만원에 소비자들에게 팔아먹는 구조가 바로 우리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2000년 이후 수도권에서 조성한 공공택지를 헐값에 공급하면서 주택건설업체가 챙긴 불로소득은 총 7조1234억원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수의계약 통해 택지취득 '특혜'

문제는 이러한 허위신고 사례가 민간건설업체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경우에도 적잖이 발견됐다고 경실련은 전했다. 다만 민간건설업체보다는 차액 정도가 다소 적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매·입찰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 맺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정부 산하기관이 택지를 우선 공급받은 뒤 폭리를 취하고 분양한 경우는 시비거리에 휩쓸릴 소지가 많아 보인다.

예를 들면 행자부 산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나 국방부 산하 재향군인회, 군인공제회, 건교부 산하 주택공사, 지자체 개발공사 등은 거의 100%를 수의계약으로 택지를 우선 공급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저가에 쉽게 공급받아 고가에 쉽게 팔아온 셈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1가지 사업만 예외였다.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공공기관이 수의계약을 통해 택지를 취득하는 것은 투명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주공과 토공의 택지공급 계약방식 개편을 주장했다.

경실련 "민간 건설업체에 공공택지 공급 중단해야"

▲ 정보공개청구 끝에 주공과 토공이 경실련에 제출한 공동주택지 공급현황 자료. 왼쪽 자료가 토공, 오른쪽 자료가 주공이 제출한 자료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경실련의 요구사항] 경실련은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민간건설업체에 대한 택지공급을 중단하고 택지개발촉진법을 전면 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아울러 허위신고를 통해 폭리를 취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주택정책을 전면 특별감사할 것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정부는 그동안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논, 밭, 임야 등을 강제로 수용해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지만 본래의 목적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 만큼 민간건설업체에 대한 토지공급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실련은 15일 기자회견에서 "공공택지를 원칙적으로 공영개발을 할 경우 분양가를 40%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또 "택지개발계획의 수립과 지구지정, 택지수용과 개발, 공급방식, 공급 뒤 건설 및 배분 등을 명시하고 있는 택지개발촉진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헌동 본부장은 "이처럼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택촉법이라는 국보위 시절 독재정권에서 만든 초법적 법률 때문"이라며 현실에 맞게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2000년 이후 수도권 23개 택지개발지구에서 주택건설업체들의 평균 분양수익률은 32%로 추정되지만 이 기간 건설업체들이 신고한 경상이익은 매출의 2.4%에 불과했다"며 "주택건설업계가 이익에 따라 제대로 세금납부를 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탈루된 세금이 있다면 반드시 추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주변시세에 따라 결정하고 분양가에 맞춰 택지비와 건축비를 허위로 신고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건설업체들의 세금 탈루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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