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 천봉산에 위치한 대원사(대한 불교 조계종) 도량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지난 8월 28일 '선망부모' '유주무주 영가'(돌아가신 부모와 조상님의 혼을 통칭하는 말)들을 천도(죽은 사람의 넋이 정토나 천상에 나도록 기원하는 일)하는 첫 영산대재를 봉행했다.
1973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영산재는 영혼을 천도하는 의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한국 불교 1600년 역사에서 소리, 춤, 굿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 불교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영산재는 크게 범패(소리)와 작법무(춤)로 구성되어 소리와 춤이 조화를 이루며 진행된다. 범패는 4가지 악기에 반주를 맞추어 소리를 내는 것이며, 작법무 또한 천수바라, 나비춤, 타주춤 등 여러 가지로 나뉘어진다.
이날 재를 주관하는 법주 스님으로 태고종 사암연합회 회장이신 광주 학림사 원명 스님 이하 광주 법흥사 우화 스님, 광주 율곡사 혜령 스님, 광주 삼광사 무령 스님, 장흥 장안사 월호 스님이 한팀이 되어 재를 주관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영산회상도를 거는 괘불의식이 진행됐으며, 각종 불보살님의 명호(이름)를 적은 번을 차리고 지화(종이꽃)와 오색비단으로 불구(부처님에 대한 장엄의 도구)로 장식했다.
마침내 오후 4시가 되어 법고(북), 동라(징), 요령, 호적(태평소) 등 풍악을 울리며 재가 시작됐다. 영가(혼)를 대접하는 대령, 영가가 생전에 지은 삼독(욕심·분노·교만)을 씻어내는 관욕에 이어서 공양 드리기 전에 의식 장소를 정화하는 신중작법, 상단불공(석가여래의 공덕을 찬양하는 범패를 부처님께 올리는 의식)-화청(범패를 대중에게 올리는 의식), 시식(망자의 위패와 번을 태우는 의식)의 순으로 펼쳐졌다.
특히 이날의 천수바라(불교 무용인 바라춤의 하나)가 장엄하여 대원사 주지 스님과 사람들의 앙코르를 청해 다시 선보이기도 했다. 이어진 나비무에서는 일암 스님의 전수상좌이신 우화 스님을 포함, 두 스님의 화려한 의상과 대비되는 어우러지는 정적과 고요한 동작으로 한 마리 벌레가 나비가 되어 훌훌 날아가는 것을 보여 주었다.
광주 율곡사에 교육장을 개설하여 천수바라를 지도하는 혜령 스님은 "작법무를 하자면 먼저 범패 소리을 다 외우고 그 소리에 의지해서 한발 내딛는 춤의 순서를 익혀야 한다. 스무 명의 스님들이 군무를 해도 한 사람 움직이듯이 박자를 맞출 수 있을 만큼 경지가 되어야 한다"고 수행의 어려움을 전하였다.
이어서 누에가 집을 지어 번데기를 탈피하여 나비가 되어 날아가면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아니하듯이 중음 영가님들도 육신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왕생 극락하시기를 바란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영가천도의 소(訴)를 봉송했다.
법흥사 우화 스님께서 화청으로 회심곡을 했다. 회심곡은 일반 판소리의 발성과는 다른 사성(四聲)으로 되어 있어 이 소리를 단련시키기 위해서는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3시간에 걸쳐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이루어진 이날 공연은 망자에게는 해탈과 극락왕생을, 살아있는 대중에게는 불법의 가르침과 신앙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대원사 주지 현장 스님은 향후 정기적으로 영산재를 봉행해 대중과 함께 하는 포교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