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거물 관리시설(방폐장) 부지선정을 위한 예비신청이 15일 마감됐음에도 신청지역이 한 군데도 없자 관할부서인 산업자원부가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산자부는 유일하게 예비신청 단계로 남아있는 전북 부안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예비신청 마감 10시간 뒤인 16일 오전 10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예비신청을 한 지방자치단체가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 장관은 "이번 결과는 자치단체들이 자율적으로 내린 결정으로 정부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지난 2월 공고한 현행 부지선정방식은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장의 결정에 따라 유치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절차였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이를 정책전환의 전기로 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장관은 전북 부안을 선정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의지는 "예비신청 단계로 남게된 부안의 경우 새로운 원전수거물처리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안주민, 자치단체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부안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기까지 했다.
다만 접근 방식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민투표 등에 대한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안에서의 주민투표 실시가 어려워짐에 따라, 또다른 대안을 갖고 접근할 수밖에 없는 과제를 떠 안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새로운 절차를 만들 때 그 문제를 담아서 가능하면 10월쯤 발표하겠다"고 밝혀, 부안에 방폐장을 유치하기 위한 다른 대안을 강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다음은 이희범 산자부장관의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 원전센터 건설이 백지화되는 것을 의미하나. 그리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동안의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는 것인가. 또 부안이 주민투표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뭔가.
"지금까지 추진했던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절차는 주민의 자치와 참여를, 그리고 주민투표를 통해서 결정되도록 했다. 중간에 여러 단계가 있었다. 부지 선정 신청부터 주민 참여를 보장했고, 지질조사에서도 주민참여를 보장했다. 선정 뒤에도 주민참여 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는 등 투명성을 굉장히 강조했다. 이런 투명한 절차를 강조했음에도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안의 주민투표가 어렵다고 보는 것은 찬성, 반대 단체간에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 단계에서 투표하는 것은 또하나의 소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새로운 절차를 공고하게 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절차를 검토하면서 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절차가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
- 새 절차도 기존 절차의 큰 뼈대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부안은 어떻게 되나. 예비신청 단계로 봐야 하나. 새로 신청해야 하나.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방안을, 자치단체 등과 해법을 모색할 것이다. 발표 내용을 그대로 해석해 달라. 부안에 관한 발표 내용은 상황에 대한 인식을 말한 것 뿐이다. 어떤 것이 최선의 대안인지는 곧 정책을 결정해서 대안을 마련토록 할 것이다. 부안에 대해서는 앞서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곧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
- 주민투표가 힘들겠다고 판단한 것은 곧 부안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새로운 절차를 만들 때 그 문제도 담아서 발표하겠다."
- 시민사회단체를 전면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 찾고 있나.
"아직 거기까지 나가지는 않았다. 현 단계에서는 어떤 결정도 한 것이 없다."
- 열린우리당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해야 하나.
"당의 의견을 받아 놓고 있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논의가 진행중이다."
- 앞으로 계획은.
"현 상태에서는 더 이상 구체적으로 말할 것이 없다. 머릿속에 그리는 대안이 있지만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한다."
- 새 절차의 발표 시점은 언제가 되나.
"가능하면 10월 정도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