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 충남대행진 행사 4일째가 되는 16일 오후 2시, 천안역 광장에 모인 천안여성의 전화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성정동의 박상돈(천안 을)국회의원 사무실까지 도보로 이동해 호주제 폐지의 필요성에 대한 서안을 전달하고, 천안시 교육청으로 향했다.
천안시 교육청에 방문한 이유는 지난 5월 13일, 천안 모 중학교 운동부 코치가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소집된 합숙훈련장에서 3명의 운동부 학생을 성폭행하고 다른 6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시 교육청의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온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구속된 코치는 학생들의 흡연현장을 발견하면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겠다"라고 위협하며 성폭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졌고, 이 학교를 졸업한 운동부 학생도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고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청은 이 사건의 정확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피해자 가족을 달래는데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차별철폐충남운동본부'에 참여한 14개 단체는 시 교육청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체육코치의 신분으로 운동 후 편히 쉬고 보호받아야 할 어린 체육특기 여학생들을 합숙소에서 성폭행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라며 "특기생들이 맘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의 운동 환경을 인적, 물적인 측면에서 지원하고 보살펴야할 의무는 방기한 채, 그들을 메달 경쟁에만 내모는 교육청 관련자들은 마땅히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의 귀한 딸들을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도록 방치해온 교육청 관련자와 교육장은 상처로 얼룩져 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께 진정으로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 아이들의 인권과 생명을 위협하는 합숙소를 폐지할 것▲ 체육부 코치 및 감독교사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할 것 등을 제안했다.
전교조 천안지부 박덕진 여성위원장은 “시 교육청에 성명서와 함께 항의의 뜻을 전했지만, 교육청 관계자들은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고, 해당 학교에 대해 경고조치만 내린 상태다”라고 말했다. 교육청 집회를 마치고 다시 천안 역으로 이동한 행진단은 천안여성의 전화 한희자 상임대표의 선포식을 시작으로 오후 6시부터 ‘성매매 추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희자 상임대표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모든 가정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성의 일자리 창출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성매매 업종에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며, 남성들도 성매매의 환경을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가정주부들까지 성매매 관련 업소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성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남성들의 철저한 각성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천안여성의 전화 김혜영 사무국장의 선창으로 여성선언문이 낭독되었다.
ㆍ 우리의 이름은 여성입니다.
ㆍ 우리는 여성의 이름으로 스스로 일어섭니다.
ㆍ 우리는 여성의 이름으로 만나 서로 사랑합니다.
ㆍ 모두가 자신을 찾는 새 세상을 향해 우리는 함께 나아갑니다.
천안여성의 전화 인권운동센터 윤미애 소장은 “성매매 근절을 위한 천안여성의 전화의 입장은 성매매에 대한 대중의식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한국여성의 전화에서 조사한 대중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매매가 ‘범죄라고 생각 한다’라는 의견이 50%로, 성매매 행위자가 남자 2명 중 1명으로 조사 되었다. 이러한 대중의식조사 결과를 어떻게 운동으로 이끌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 한국여성의 전화는 ‘성매매 없는 대한민국 만들기’라는 캠페인을 통한 대중의식 바꾸기 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기업의 접대문화와 회식문화가 바뀌어야 하며, 성매매 특별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방지 및 인권침해 행위 근절을 위한 천안경찰서 치안모니터 김복숙 위원장은 “천안경찰서 치안모니터 요원은 사회적 약자인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상담 및 구조, 지원활동을 펴 나갈 계획이다. 참여정부가 성매매 특별법을 제정ㆍ공포하는 한편, 법무부, 여성부, 경찰청이 합동으로 성매매 방지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하고 있는 등 범정부적인 노력에 발맞추어 성매매 방지 및 인권침해 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 더 이상 성매매 여성의 인권유린이 부리내리지 못하도록 치안모니터 요원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여성의전화 김혜영 사무국장은 “여성을 위한 법ㆍ제도적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사회 전반적인 인식은 아직도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의 여성차별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남녀평등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실시되어서 미래 세대들에게 남녀평등의 사회가 실현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