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의계약 방식으로 땅값 폭리를 취해온 건설업체의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택지개발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건설교통부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로써 경실련이 토공과 주공의 택지공급현황 자료를 통해 증명함으로써 불거진 건설업체의 '땅값 폭리' 논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6일 "토공이 건설업체에 5000억원대의 택지를 특혜 제공했다"고 주장, 촉발된 택촉법과 공공택지관리를 둘러싼 논란은 국정감사장에서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실련과 건교부가 해석을 달리하고 있는 부분은 공공택지의 수의계약률이 지나치게 높은 배경이다.

경실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수도권에 공급된 택지의 61%가 경매나 추첨 방식이 아닌 임의지정 방식인 '수의계약'으로 공급됐다. 경실련은 이처럼 공공택지 공급의 투명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건설업체의 땅값 폭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건교부 "미분양 뒤 선착순 방식도 수의계약으로 통계잡힌다" 반박

ⓒ 오마이뉴스 이성규
하지만 이러한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건교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데 따른 오해"라고 반박했다.

건교부는 통상 수의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는 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에 제공되는 택지, 택지가 미분양될 경우 허용되는 선착순 분양 택지, 그리고 택지개발지구 지정 전 토지소유자에게 주어지는 택지 등 주로 세 분류라고 설명했다.

건교부 공공주택과의 한 관계자는 "민간주택업체가 받은 택지 가운데 37∼40% 가량은 미분양 뒤 선착순으로 공급된 택지"라며 "이럴 경우 선착순 방식은 수의계약으로 통계가 잡힌다"고 말했다.

정부가 택지개발지구지정을 하기 이전에 해당지역에 토지를 가지고 개발사업을 하려했던 업체가 있었다면 그들에게 땅을 '수의계약'을 통해 우선 공급하는 것은 택촉법에 보장돼 있고, 이 비율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주장에 대한 법률적 근거는 택지개발촉진법 제13조의 2 제5항 2호에 명시돼 있다.

"주택법 제9조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한 주택건설사업자가 제5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공고일 현재 예정지구안에서 소유(그 공고일 현재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계약이 체결되어 있고, 당해 예정지구에 대한 개발계획의 승인전까지 그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토지의 전부를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에 의한 협의에 응하여 시행자에게 양도한 때에 당해 주택건설사업자에게 그 사업추진정도 등을 고려하여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면적의 범위안에서 택지를 공급하는 경우"

택지비 허위신고 "차액이 그렇게 과도하지는 않을 것"

또한 이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실제 매입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택지를 사들였다고 관할구청에 허위신고 함으로써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 대목에 대해서는 "주택법과 관련한 것이어서 잘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과도할 정도로 차액이 발생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해, 일부 차액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앞으로는 택지공급을 받을 때 채권입찰제를 거치게 될 것이고 원가연동제도 실시되지 않느냐"며 이미 해소된 사안에 대해 거듭 문제제기 하는 경실련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경실련의 해석은 달랐다. 건교부가 제시한 수의계약 허용 세가지 항목 가운데 주공에 수의계약으로 공급된 임대주택 부지는 통계에서 제외했고, 수도권 '금싸라기' 땅이 미분양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미분양이 있어서 수의계약을 했다는 것은 지방의 택지이거나, 경기가 아주 안좋았을 때라면 얘기가 가능하지만, 분양수익률이 엄청 보장되는 수도권 택지 아니냐"며 "이곳이 미분양 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건교부의 논리를 반박했다.

▲ 경실련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건설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땅값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택지개발촉진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박 국장은 특히 택지개발계획 승인 전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 수의계약이 허용되는 부분에 주목했다. 박 국장은 이같은 비율이 상당이 높다고 봤다. 그는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이전에 건설업체가 사전에 땅을 사놓기 위한 경쟁을 법률이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수의계약으로 따내기 위해 건설업체들은 택지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 땅을 사두는 행태를 이 법안이 조장하고 있고, 이러한 방식으로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합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경실련의 김성걸 간사는 용인 동백과 같은 고수익이 보장되는 땅이 '분양 후 수의계약'(미분양분에 대한 수의계약)으로 체결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간사는 "86개 사업 가운데 22개가 '분양 후 수의계약' 형태로 갔다"면서 "용인 동백도 상당수 있고, 남양주 호평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김 간사는 수익률이 상당히 높은 두 지역에서 왜 택지가 미분양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미분양 배경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경실련 "고수익 용인 동백, 남양주 호평 땅 '미분양' 이해안가"

설계공모에 당첨됐다는 이유로 택지를 수의계약으로 공급받은 특혜도 있었다고 김 간사는 전했다. 그는 "이렇게 악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조항이 존치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러한 악용근거들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 16일 이와 유사한 문제를 제기하며 토지공사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인 김 의원은 "토공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토공이 수의계약으로 택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택촉법에서 규정한 면적을 490%나 초과해 부당하게 공급했고, 그 규모가 무려 5000억원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공은 "민원 해소차원에서 불가피했고, '그밖에 시행자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택지공급대상자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에 의해 이를 적용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해명했다. 이같은 모호한 조항으로 인해 수의계약이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있음을 역으로 증명했다고도 볼 수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