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1시경,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는 가슴에 '거짓말쟁이 과학기술부(과기부)'라고 쓴 코가 긴 피노키오와 몸에 '사탕발림 한국수력원자력(주)(한수원)'이라고 쓴 혀가 긴 도깨비, 가슴에 '양의 탈을 쓴 산업자원부'라고 쓴 늑대가 핵폐기물을 상징하는 드럼통을 앞에 두고 모였다.
이들은 지난 14일 오후 11시경 월성 2호기에서 방사성을 포함한 중수가 누출되었는데도 과기부와 한수원이 은폐하려 하자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를 하려고 모인 것이다. 이 행사는 환경운동연합의 주최로 열렸다.
지난 18일에 사고 현장을 조사한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누출된 중수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것으로 3000ℓ 가량이 원자로 건물 내로 누출되었으며, 그 중 8ℓ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증기 형태로 변해 공기 중으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이번 누출사고로 인해 원자로 내에 근무하던 직원 22명은 0.03mSv(밀리시버트)~0.05mSv의 피폭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중수 누출사고가 일어난 지 3일이 지나서야 발전소 내부 종사자의 제보를 받은 주민들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공개된 것.
환경운동연합은 "중수가 원자로 건물 내에 다량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과학기술부와 한수원은 이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과기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연간 피폭 허용치인 50mSv에 비해 작은 수치이며, '관련규정 및 지침'에 정보를 공개할 근거규정이 없어 국민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사실 5년간 허용치가 100mSv이므로 연간 20mSv인 셈"이라며 "일반인의 피폭 허용치가 연간 1mSv인 것을 감안한다면 핵발전소 내 노동자들의 안전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환경연합은 관련규정이 없다는 과기부의 해명에 대해서 헌법 제 10조, 제 21조, 제 35조 등을 예로 들며, 원전의 사고 및 안전관리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사항인 만큼 그에 대한 내용을 국민이 은폐 없이 알 권리가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관련규정이 원자력시설등의방호및방사능방재대책법 제 21조, 동법시행령 별표 제3호, '원전사고·고장정보공개지침' 정보공개대상 항목 중 '종사자의 방사선 피폭, 방사능물질 방출' 등이 있다"면서 "따라서 이번 중수누출사고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국민의 알권리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현장 조사를 통해 "핵발전소에는 밸브 작동을 위한 기계장치나 오작동을 감지하는 시스템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았으며, 방사능 누출에 대한 경보 체계도 전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며 "보다 강력한 원전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과기원, 한수원 관계자의 문책과, 재발방지를 위한 법률 개정 ▲밸브 개폐에 대한 경보 장치, 자동 차단 나아가서는 배관의 분리 등 근본적 대책 수립 마련 ▲중수를 쓰는 월성 핵발전소의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 강화와 안전관리 전면 점검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