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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새 식구로 들어온 '네로'는 태어난 지 넉 달된 아기 고양입니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과연 저 녀석이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작고 가녀린 모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네로가 우리 집에 온 지도 벌써 세 달이 지났습니다. 처음 우리 집에 올 때만 해도 주먹만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법 커서 튼실해졌습니다. 털도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제법 약아져서 자기를 괴롭히는지, 예뻐하는지도 압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가르릉' 소리를 내며 반기기도 합니다.
네로의 가장 큰 적은 우리 집 막내 녀석입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네로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고야이 업쪄"하면서 고양이를 찾아 옆에 뉘여 놓고는 다시 잠이 들 정도입니다. 네로로서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요.
얼마 전 우리 집은 난데없는 비명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잘 자던 막내 녀석이 갑자기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던 거지요. 깜짝 놀란 남편과 저는 혹시 아들 녀석이 어디 아픈 건 아닌지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더라구요.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긴 했는데 아픈 기색이 없으니 놀라고 초조한 게 어쩔 줄을 모르겠더군요. 아이가 다시 잠들고 "괜찮은가 보다"하고 안심하는 찰나 아이가 또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왜 그래? 응? 어디 아파?"
놀란 마음에 아이를 다그쳤더니 막내 녀석이 말했습니다.
"고야이가 무러쪄."
남편과 저는 어이없고 허탈해서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네로가 아이의 이마를 할킨 듯한 자국이 보입니다.
그럴 만도 했지요. 그날 아이는 고양이에게 사탕을 먹인답시고 고양이를 한동안 끌어안고 입을 벌리고 사탕을 밀어 넣었거든요. 네로 녀석, 그때는 마냥 당하고만 있더니 기어이 아이가 자는 사이에 일을 치렀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아이와 고양이의 세력 싸움에 '허허' 웃을 밖에요. 이럴 땐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그날 이후로 네로는 아이들이 잠들면 베란다로 쫓겨납니다. 혹시 또 생길지도 모르는 만약의 일에 대비하는 거지요. 오늘도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고양이부터 챙겼습니다. 고양이가 할퀴고 물어도 고양이가 예쁜가 봅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이 참 귀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