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봉서산 관통도로 공사공법 논란으로 사실상 와해됐던 푸른 천안 21의 재구성을 위한 간담회가 21일 오후 3시 30분부터 천안시청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권녕학 부시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푸른 천안21 박성호 전 사무국장을 비롯하여 8개 시민단체 대표자들과 지역 대학 교수 3명, 기업인 2명 등 지난 2000년 7월 푸른천안21 출범에 참여했던 위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권녕학 부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환경과 개발이라는 주요 쟁점에 대해 시대적 요청에 따라 균형을 이끌어 내는 것이 ‘푸른천안21’의 과제다. 시는 환경을 생각하는 시정을 펼치겠으며 선진의식 함양과 생활환경 개선 등 주요 정책에 시민단체들의 의사를 듣겠다. 푸른천안21이 재구성되어 훌륭한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충렬 환경관리과장의 경과 보고가 있었다. 이 과장은 푸른천안21 재구성 방향에 대해 “각 9개 분과에서 매월 진행됐던 각 영역별 ‘천안의제’ 작성이 마무리되지 않아 부득이 천안시환경보전종합계획 용역사업에 포함하여 천안의제를 작성함에 따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과장은 “명칭을 ‘푸른천안21실천협의회’로 바꿀 필요성이 있고, 원활한 조직 구성을 위해 협의회 조직 전 간담회를 통해 사무국장과 준비위원장을 사전에 인선한 후, 운영규정안을 마련하여 10월 중순 경 총회개최를 목표로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권녕학 부시장이 “이 자리에서 준비위원장과 사무국장을 선출하자”고 말하자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차수철 사무국장은 “그간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각 단체 참가위원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시민단체 “의제21의 와해를 막기 위해선 천안시의 뚜렷한 의지 천명이 우선”
도시정책연구소 박성호 소장은 “푸른천안21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갈등 요인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는 없겠지만, 천안시와 푸른천안21이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수철 사무국장은 “지난번 ‘푸른천안21’의 와해는 파트너십에 대한 이해 부족과 운영의 미숙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시의 정책에 대한 내용과 자료를 정기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하며 둘째, 각종 위원회에서 의제21과 협의할 수 있는 구조가 확보되어야 한다. 출발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시 차원의 확실한 방안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안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천안시가 의제21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전과 같은 의제21의 와해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형식적인 출발은 바람직하지 않다. 천안시의 분명한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 KYC 장기수 대표 역시 “푸른천안추진협의회의 와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을 경우 재발될 수 있다. 충분한 예방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적극적 검토와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여성의전화 김혜영 사무국장도 “왜 와해되었는지에 대한 천안시의 사과와 공식적인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시,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그러나, 윤승수 천안시 사회환경국장은 “지난번 봉서산 문제로 의제21이 와해된 경험이 있는데, 둘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꼭 몰고 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유보적 입장’도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권녕학 부시장은 “토론 문화가 부족하고 너무 극을 달리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부족했다. 역지사지로 ‘내가 시장이라면’하면서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의제21은 시민단체이면서도 관을 이해해 주고 시민의 목소리를 전해줄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너무 과거의 일에 얽매이지 말고, 과거를 반성해 가면서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얘기하자”고 말했다.
한편, 순천향대학교 신현철 교수는 “아무런 규정도 없이 평범한 시민의 자격으로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준비위원장과 사무국장을 뽑는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우선 실무적인 준비를 위해서는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회의는 4시 50분까지 계속됐고, 준비위원장에는 ㈜금강엔지니어링 정선용 대표가, 사무국장에는 유진수 전 천안YMCA 사무총장이 내정됐다.
‘푸른천안21’의 재구성엔 민ㆍ관 모두가 동의했지만 본격적인 실행과정에서 또 다른 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