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추석을 앞두고 민생 현장을 찾아 서민들을 위로하려다 되려 '쓴소리'만 듣고 돌아갔다.
김 비서실장은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방문해 최근 경기불황에 처한 시장상인들의 어려움을 직접 느끼고 위로에 나섰지만, 상인들로부터 "매출이 작년에 비해 절반 밖에 안된다"는 볼멘소리를 수 차례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오후 3시께 시장을 찾은 김 비서실장은 입구부터 시장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며 추석 경기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매출이 뚝 떨어졌다"는 호소를 줄줄이 이어나갔다.
김과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김 비서실장이 "제수용품은 어떻게 나가느냐"고 묻자 "아예 안 나간다"며 "확실히 예년에 비해 (경기불황이) 더하다, 어떻게 재래시장을 좀 살려달라"고 답했다. 곁에 있던 생선가게 주인은 김 비서실장을 향해 "청와대 있는데 배고프겠느냐"며 "새벽시장에 한번 나가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다른 상인은 김 비서실장이 악수를 청하자 "높은데 있으면 국민들을 살기좋게 해줘야지 맨날 돈박스만 들고 다니느냐"고 정치권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아들들이 줄줄이 밥 굶어 죽게 생겼다"고 실업문제 해결을 호소한 뒤 "기업들, 사업자들 좀 살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의 반응이 대부분 좋지않자 김 비서실장은 내내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몇몇 상인들은 "앞으로는 잘 될 것 같다"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 비서실장 "일부에서 '정체성' 어쩌고 하는 말 듣지말라"
영천시장내 한 옷가게에 들른 김 비서실장은 한 상인이 "매출은 예전에 비해 50%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좀 나아질 것 같다"고 말하자 "오늘 처음으로 기분 좋은 소리를 들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 비서실장은 "불안하다, 불안하다 하면 장사가 더 안 되는 법인데 (경제에 대해) 절대로 불안함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일부에서 '정체성' 어쩌고 하는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좌파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약 40분 가량 시장을 돌아본 김 비서실장은 과일가게에서 과일 2박스를 산 뒤 "노인정에 보내달라"며 전달하고 재래시장 방문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