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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슬산 대견사지에 피어 있는 쑥부쟁이(좌). 비슬산 입구의 '요산요수' 비(우)
ⓒ 정일관
경남 합천의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가 지난 22일 매년 가을에 하는 체험학습인 산악 등반을 했습니다. 1학기에는 3박 4일 동안 지리산을 종주 등반하고 가을에는 지리산을 제외한 산들 중 하나를 선정해 하루 일과로 오르는 것이 산악 등반입니다.

올해 산악 등반은 대구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琵瑟山)을 택했습니다. 비슬산은 대구의 남쪽에 있는 산으로 북쪽의 팔공산과 더불어 대구 지역의 2대 명산으로 불립니다.

▲ 대견사지 옆에 있는 부처바위
ⓒ 정일관
비슬산의 높이는 1083.6m로, 팔공산이 1192.9m니 높이로도 거의 맞먹는 산입니다. 비슬산이라는 이름은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 모양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졌다는 일설이 있지만 그 유래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합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조·종례 시간을 이용해 비슬산에 대한 기초 지식을 학습했습니다. 드디어 22일 도시락과 물을 준비하고 대여한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비슬산으로 향했습니다. 이틀 전에 비가 와서 날씨가 참 좋아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대견사지 삼층 석탑
ⓒ 정일관
비슬산의 초입에는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글이 큰바위에 새겨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樂'자의 음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樂'자는 '음악 악'자로도, '즐거울 락'자로도, '좋아할 요'자로도 쓰는데, 여기서는 '좋아할 요'자로 쓴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樂山樂水'란 <논어>에서 공자께서 '仁者樂山 知者樂水(어진 이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라 한 데서 온 말이라고 유래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처음 오르는 길이 다소 가파라 아이들이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맨몸으로 가볍게 오르는 등반이라 금방 몸이 적응하였고, 기분 좋은 땀을 흘릴 즈음에 조화봉(1034m) 아래 대견사지에 도달했습니다.

대견사지는 매우 높은 위치에 있는 절터입니다. 고려 전기 양식의 삼층 석탑이 외로이 서 있는데 산을 오르면서 아스라이 삼층 석탑을 볼 수 있어 신비감이 더했습니다. 삼층 석탑 옆에서 바라본 비슬산의 굽이치는 능선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 대견사지에서 내려다본 비슬산 능선
ⓒ 정일관
그런데 감탄하면서 산의 아름다움을 아무리 상찬해도 아이들은 별 감흥이 없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산 위에서 툭 터진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야 어찌 시원하지 않겠습니까?

▲ 대견사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들 '토르'
ⓒ 정일관
대견사지로 들어가는 초입에 부처 바위가 우뚝 솟아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부처 바위는 비슬산 아래 사바 세계를 굽어보며 오래된 비원을 어루만지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 부처 바위를 비롯해 대견사지 주변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서로 엇대고 쌓여 기묘한 모양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비슬산의 또 하나의 볼거리인 이 바위들은 전문 용어로 '토르'라고 한다더군요. 토르 아래엔 구절초가 예쁘게 무리무리 피어서 가을을 한층 더 아름답게 했습니다.

▲ 토르 위에서 내려다 본 대견사지
ⓒ 정일관
맛있는 김밥 도시락을 먹고 난 아이들은 바위 사이를 다니거나 대견사지 너른 마당을 뛰어다니며, 또 토르 위에 올라가기도 하면서 산의 기운을 받았습니다. 선생님들도 잠시나마 산의 맑은 정기를 마음껏 맛보았습니다.

▲ 단체사진. 그냥 순하게 사진을 찍기보다 다르게 보이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 정일관
단체 사진을 찍고 쓰레기를 줍고 하산하는데 다리가 마구 후들거렸습니다. 산을 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을 오르는 것은 자연 친화 교육을 통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컴퓨터와 텔레비전에 찌든 아이들에게 한국의 산들은 대안교육의 마당이요, 교육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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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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