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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북부지역 레이크 먼로 호수가에 있던 낚시터가 허리케인 강풍에 여기저기가 뜯겨져 날라가 버렸다. 바로 옆에는 야자수가 강풍에 견디지 못하고 길게 쓰러져 있다.
올랜도 북부지역 레이크 먼로 호수가에 있던 낚시터가 허리케인 강풍에 여기저기가 뜯겨져 날라가 버렸다. 바로 옆에는 야자수가 강풍에 견디지 못하고 길게 쓰러져 있다. ⓒ 김명곤
멀리서 '진'이라는 허리케인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고 하이티를 쳐서 몇백명 정도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만 해도 플로리다 주민들은 '설마 네번째 허리케인이 오겠나'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지난 24일께 '설마'가 기정사실로 발표되자 모두가 어쩔줄을 몰라 했다.

특히 플로리다 동부 휴양도시인 웨스트 팜비치로부터 30분 거리의 윗쪽 도시인 포트 세인트 루시와 포트 피어스 지역의 주민들은 허리케인이 다시 이쪽을 칠 것이라는 소식에 혼비백산 했다. 두번째 허리케인 프랜시스 때도 정통으로 얻어 맞아 아직 복구도 되지 않았던 터 였다.

26일 오전 1시경 허리케인이 칠 것이었지만, 이 지역은 25일 오후 5시부터 통금에 들어갔고 인근의 5개 카운티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다.

허리케인이 26일 오전 1시경 플로리다에 3급으로 상륙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2급으로 바뀐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허리케인을 맞은 내륙 지역은 훨씬 긴 시간을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찰리'때는 한시간 가량 짧게 치고 지나갔고, 프렌시스때는 네시간 정도 세게 치고 세시간 정도는 풍속 40마일의 토네이도로 바뀌었었다. 그러나 이번 허리케인은 26일 해 질무렵까지 장대비를 휘몰아 치며 마구 흔들어댔다. 지긋지긋한 허리케인이었다.

허리케인 '진'은 27일(현지시간) 오후 8시 현재 19개 카운티에 최소 60억불의 재산피해를 입히고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채 35마일로 약화되어 사우스 캐롤라이나 쪽으로 물러갔다. 현재 2백만명 정도가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35개 카운티의 학교들은 28일까지 휴교하기로 했다. 이번까지 4차례의 허리케인으로 최소한 76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최소한 250억불의 재산 피해(보험 청구액 기준)를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앙플로리다 지역 주요 도로중 하나인 17-92 도로가 강물의 범람으로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중앙플로리다 지역 주요 도로중 하나인 17-92 도로가 강물의 범람으로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 김명곤
허리케인을 대비해 창문을 완전히 봉쇄한 2층집.
허리케인을 대비해 창문을 완전히 봉쇄한 2층집. ⓒ 김명곤
네차례 허리케인으로 250억불 피해...76명 목숨 잃어

이번 허리케인 기간동안에도 약 5천여명의 연방 구호요원들이 재난 지역에 파견되어 구호 할동을 펼쳤는데, 이번 파견으로 911 테러당시에 파견되었던 연인원보다 더 많은 수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처음 허리케인이 상륙한 세인트 루시, 포트 피어스, 멜본 등 동부 해안 지역이다. 이 지역은 두번째 허리케인 프랜시스가 상륙한 지역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의 막대한 피해를 입게되었다. 해변가 수십개의 주택들과 상점들이 무너지거나 침수 피해를 심하게 입었다. 특히 미 전역의 '10대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지역은 30 마일 정도의 해변이 심하게 침식 피해를 입어 복구하는데만 수주일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쪽 마이애미까지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A1A 도로와 주변 도로가 바닷물과 강물의 범람으로 여러군데 잠겨 당분간 통행이 불가능해 졌다.

올랜도 지역에서도 레이크 먼로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통과하는 주도로중 하나인 17-92 도로가 호수물이 범람해 통행이 금지되었다. 올랜도에서 40분 거리의 레이크 랜드에서는 한 쇼핑센터의 지반이 가라앉아 20여개의 상점 건물이 무너지거나 건물에 금이 가는 바람에 당분간 영업을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허리케인 기간중 실시된 통금을 위반해 오렌지 카운티에서만 10명이 체포되었다.

허리케인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이 정리되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허리케인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이 정리되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 김명곤
아래부분과 윗부분의 다른 상점 안내 표시판이 허리케인 강풍에 떨어져 나간 가운데  올랜도 코리아 가든 식당의 표시판만 남아 있다.  표지판 사이로 차가운 '추석달'이 보이고 있다.
아래부분과 윗부분의 다른 상점 안내 표시판이 허리케인 강풍에 떨어져 나간 가운데 올랜도 코리아 가든 식당의 표시판만 남아 있다. 표지판 사이로 차가운 '추석달'이 보이고 있다. ⓒ 김명곤
시즌에 4개의 허리케인이 몰아친 것은 1886년 텍사스에 연달아 불어닥쳤던 허리케인 이후로 120년만의 일이다. 첫번째 허리케인은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치고, 두번째는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그리고 세번째는 두번의 허리케인에서 비껴나 있던 북서쪽 끄트머리 펜사콜라 지역을 쳤다. 세번의 허리케인이 남김없이 플로리다 전역을 두들긴 셈이다. 그러고도 남은 곳이 있었던지 네번째 허리케인이 다시 두번째 경로와 비슷하게 플로리다 19개 카운티를 휩쓸고 지나갔다.

네번의 허리케인으로 연인원 1천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이동'을 해야 했다. 이는 '대피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인 인원이었고, 실제 대피 권유지역 주민들의 이동까지 합한다면 족히 연인원 2천만명이 움직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플로리다 전체 인구가 1700만명 정도이고 보면 전체 인구가 한번 가량씩 이동을 한 것이다.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연인원 2천만명 우왕좌왕

이같은 우왕좌왕 중에 실소를 금치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8월 '13일의 금요일' 허리케인 '찰리'가 서부 해안지역을 훑고 위로 올라간다는 예보를 듣고 인구 집중지역인 서부의 탬파 베이 지역 주민들은 플로리다 중앙통인 올랜도로 대거 피신을 왔다. 그러나 남서쪽에 상륙한 허리케인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올랜도로 뒤쫓아 올라와 꼼짝없이 붙잡히고 만 것이다.

주택의 지붕 한쪽이 강풍에 날아가 파란 비닐을 덮어두고 있다.
주택의 지붕 한쪽이 강풍에 날아가 파란 비닐을 덮어두고 있다. ⓒ 김명곤
9월 4일 웨스트 팜비치 쪽을 치고 올라온 두번째 허리케인 '프랜시스'는 반경이 엄청나게 커서 전체 67개 카운티 중 무려 57개 카운티를 짓밟고 지나갔다. 도대체 피할 곳이 라곤 없었다. 잽 부시 주지사가 방송을 통해 "숨을 곳이 없으니 멀리 다른 주로 피하지 않으려면 가만히 집에 들어 앉아 있거나 주정부가 지정한 대피소로 들어 가라"고 권유했을 정도였다.

9월 15일 세번째 허리케인 '이반'이 플로리다의 꼬리인 키 웨스트 지역과 남서부를 다시 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는 남부 마이애미 지역과 서부 탬파 지역 주민들은 미리부터 짐을 싸들고 피신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반'이 플로리다 몸통이 아닌 서북부 끄트머리를 치는 바람에 아까운 호텔비만 날리고 말았다. 결국 네번의 허리케인으로 플로리다 주민들은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그리고 남에서 북으로 '왔다 갔다'한 셈이다.

플로리다 한인동포들이 맞은 '허리케인'

이 지역에 사는 한인 동포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첫번째 허리케인 때는 많은 동포들이 데이토나와 멜본 등 플로리다 동부 해안의 호텔이나, 조지아주 애틀란타로 피신을 갔다. 그러나 첫번째 허리케인으로 어느정도 적응력이 생기자 두번째 허리케인 때부터는 미국 사람들 하는 것처럼 사재기도 하고 자가 발전기도 사서 돌리는 동포들이 늘고 있다.

첫번째 허리케인 때 어느 기독교인 동포 가족은 온 식구가 옷장속에 들어가 덜덜 떨면서 구약성경의 시편을 읽었다는 소리도 들렸다. 몇년전 LA폭동 경험으로 진절머리가 난다며 2년전 플로리다로 이사온 어느 동포와, 911 이후로 장사가 잘 안된다며 뉴욕에서 이곳으로 이사온 동포는 아예 짐 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많은 동포들이 파손되거나 가게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으나 인명 피해는 당하지 않았다.

그렇지않아도 대충 대충 지내던 이역땅 추석이 이곳 동포사회에서는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27일 밤은 완전히 날씨가 개어 이곳에도 '추석 달'이 떴다. 그러나 올해 이곳에서 보는 추석달은 동포들에게 어느 때보다도 차갑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고국 생각, 고향 생각보다는 자고 나면 기다리고 있을 허리케인 뒷처리가 더 걱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은 멀지만 저 아래쪽에서 다시 허리케인 '리자(Lisa)'가 살랑거리며 거슬러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있기 때문이다. / 김명곤
이러다 보니 '지난 대선 때 플로리다가 뭔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허리케인 괴담'까지 나돌게 되었다.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얘기도 나돌고 있다. 첫번째 허리케인 '찰리'와 두번째 허리케인 '프랜시스'는 농부 부부 사이이고 '이반'은 그들의 아들인데, 이들 사이에서 '농삿일'로 플로리다를 놓고 불화가 생겨 서로 치고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첫번째 허리케인 '찰리'가 '13일의 금요일'에 생긴 것과, 세번째 허리케인 '이반'이 북쪽 끝까지 갔다가 되살아나서 다시 남쪽으로 기수를 돌려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지역을 친 것을 두고 이 같은 괴담이 무게를 더하고 있다.

연달은 허리케인으로 지칠대로 지쳐버린 플로리다 주민들은 아예 허리케인을 일상화된 '행사'로 받아들이려는 것 같다. 기왕 맞게되는 것이니 두려워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맞서 대응하자는 분위기다. '홈디포'나 '로우스' 등에서는 대형 가스통, 체인 톱 등은 물론 비싼 가격의 자가 발전기가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허리케인이 오기 전날은 창문에 댈 널빤지를 자르기 위해 톱질하는 소리와 못질하는 소리로 시끄럽고, 허리케인 다음날은 전기가 나가버려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럽다.

허리케인, 과거에서 현재까지
플로리다에 전체 허리케인 30% 상륙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허리케인 빈도수가 가장 많고 피해액이 가장 큰 곳이다. 1900년 이래 지금까지 총 215차례의 허리케인 중에서 플로리다에서만 64차례의 피해가 있었다. 텍사스가 38차례, 노스 케롤라이나가 28차례, 루이지애나가 27차례로 뒤를 잇고 있다. 무려 30% 정도의 허리케인이 플로리다에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허리케인은 1900년도에 텍사스 갈베스톤을 내려친 것으로, 이때 무려 8천명이 희생되었다. 두번째로는 1928년 플로리다 오키초비를 내려친 허리케인으로 1836명이 사망했다. 세번째는 1919년과 1938년 플로리다 남부 마이애미에서 100마일 가량 섬들로 이어지는 플로리다 키(Florida Keys)와 뉴잉글랜드 주에 불어닥친 허리케인으로, 각각 600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허리케인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1950년 이후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으로는 1957년 루이지애나와 텍사스를 친 '오드리'이며, 이 허리케인으로 390명이 사망했다.

가장 큰 재산 피해를 준 허리케인은 지난 1992년 플로리다 남부 마이애미와 루이지애나를 친 허리케인 '앤드류'. 이때 피해액은 260억불에 이른다. 결국 '앤드류'는 이번에 네 번에 걸쳐 플로리다를 휩쓴 허리케인의 총 피해액과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허리케인이었던 것이 입증되고 있다. '앤드류'는 4급(145마일)에서 5급(풍속 156마일 이상) 허리케인이었다.

두번째로는 1989년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친 허리케인 휴고. 이때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70억불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13일 플로리다에 첫번째 상륙한 허리케인 '찰리'가 약 74억불의 피해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를 포함해 넣는다면 휴고 피해액 순위는 3번째로 밀려난다. 허리케인 '진'은 현재까지 60억 달러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되어 피해액 순위 4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두번째 '프랜시스'는 44억, 세번째 '이반'은 30억불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들은 각각 역대 피해액 순위에서 모두 10위안에 드는 막대한 액수이다.

허리케인 이름은 남자이름과 여자이름이 번갈아 붙여진다. 최근 플로리다에 상륙한 '찰리'는 남자이고, '프랜시스'는 여자, '이반'은 남자, '진'은 여자, 이런 식이다.

허리케인은 통상 가장 약한 1급에서 가장 강한 5급으로 나뉘어 진다. 1급은 풍속 74마일~95마일 (118km~152km)로, 지반이 약한 곳에 세워져 있는 이동식(mobile home) 주택과 어른 팔뚝 두께의 관엽수, 간판 등을 파괴한다. 2급은 풍속 96마일~110마일(153km~177km). 이는 튼튼한 이동식 주택에 심한 피해를 입히고 지반이 약한 곳에 심겨진 아름드리 나무를 넘어뜨리며, 일반 주택의 지붕과 유리 창문을 날릴 정도의 허리케인이다.

3급은 풍속 111마일~130마일(178km~209km)의 허리케인으로, 웬만한 이동식 주택과 직경 50cm 이상의 두께의 나무를 넘어뜨리고, 빌딩에 금이 가게 하는 등의 피해를 입힌다. 4급은 풍속 131마일~155마일(210km~249km)에 이르는 것으로, 어지간한 일반 주택을 심하게 파괴하거나 무너뜨리고, 직경 1m 이상의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날려버린다.

5급은 156(250km)마일 이상의 초강력 허리케인. 지상에 서 있는 나무란 나무는 모두 쓰러뜨리고, 일반 주택과 작은 빌딩을 뒤엎고, 강을 잇는 다리까지도 쓰러뜨린다.

1992년 마이애미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앤드류'는 4급에서 5급짜리. 지난 8월 13일 플로리다 남서부를 처음으로 친 '찰리'는 4급, 두번째 동남부 웨스트 팜비치 지역을 친 '프랜시스'는 2급 (일부지역 3급), 세번째 플로리다 북서부 펜사콜라 지역을 친 '이반'은 4급이었다. 마지막으로 허리케인 진은 3급(일부지역 4급).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은 6월부터 11월까지. 때문에 아직 허리케인이 끝나려면 1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보통 이 시즌에 닥칠 허리케인은 21개로 잡고 있으며, 이번 허리케인 진까지 포함해 현재 10개의 허리케인이 지나갔다.

다음에 올 허리케인은 '칼(Karl)'과 '리자(Lisa)'인데, 이 가운데 리자가 다시 플로리다에 상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마이애미 국립 기상센터는 너무 이른 예측이 필요이상의 불안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진로가 변화무쌍하다며 언론에 섣부른 예보 기사를 내놓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역사적 기록은 올랜도 센티널 발행 2004 Hurricane Guide' 참고) /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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