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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작은 연못에서 키웠으나 생김새에 비해 순해서인지 다른 물고기의 공격으로 입은 부상 때문에 수족관으로 옮겨 키우게 되었다. 부상 입은 물고기는 물고기용 먹이보다는 작은 물고기를 더 좋아했다. 가끔 작은 물고기를 사다가 수족관에 넣어 두면 시간을 두고 잡아먹었다.
먹이를 공급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물고기도 사람을 알아보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이 놈이 바닥에 배를 깔고 있다 내가 지나갈 적마다 반가운 척 물위로 떠오르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는 줄 알았으나, 다른 사람이 지나갈 적에는 본척 만척하다가 내가 지나갈 적만 반갑게 꼬리치며 다가오는 것이었다.
다가오는 정도가 아니라 오랫동안 먹이를 주지 않아 배가 고프면 재주도 넘곤 했다. 그리고 태도 변화가 너무나 분명해 먹이용 작은 물고기를 많이 넣어 준 날은 수족관에 다가가도 반가운 표정도 없이 멀뚱멀뚱 딴전만 피울 뿐이었다.
욕심 많은 인간
처음에는 이 물고기가 험상궂게 생겨 이웃 어르신께 드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사람을 알아보고 반가워한다는 이유 한 가지만으로 먹이를 주며 키우게 된 것이다.
이런 연유로 고기를 키우게 되면서 일상을 관찰하게 되었는데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물의 세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사자가 잡아먹으려고 하면 처음에는 필사적으로 도망가던 얼룩말이 한 마리가 사자에게 잡아먹히게 되면 더 이상 도망을 가지 않고 사자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사자 또한 사냥을 할 생각이 없는지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장면을 보고 신기해 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전문가에게 들었지만 내일 먹을 것을 미리 저축하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한다. 내일 먹을 정도가 아니라 내가 먹을 만큼은 이미 충분함에도 남의 것까지 빼앗아 모아둔다. 물론 다람쥐 같은 경우 먹이를 집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겨울잠 등을 대비해서라고 한다.
물고기도 먹이가 많다고 한번에 많이 먹는 것이 아니고 충분히 많은 먹이를 주어도 배고플 적마다 항상 주기적으로 일정량만 먹었다. 그것도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며칠에 한번씩만 먹는 것이었다.
큰 고기의 지혜
큰 고기의 동작은 아주 느려 보였다. 그렇지만 작은 고기는 큰 고기의 작은 움직임에도 신경을 쓰며 신속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움직임이라면 큰 고기는 도저히 작은 물고기를 잡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번도 작은 고기를 사냥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고기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때문에 분명히 어떤 방법이 있을 것 같았지만 좀체 의문을 풀 수가 없었다.
이 의문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게 된 건 정전 때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정전이 되어 수족관 전등이 꺼지게 되자 작은 고기들은 어떻게 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다 큰 고기의 주둥이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런 작은 고기의 약점을 이용하여 큰 고기는 별 어려움 없이 물고기 사냥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 큰 고기는 주위가 어두운 밤에 사냥하는 모양이었다.
인간은 소보다 어리석은 동물인가?
지금까지 힘을 믿고 인간에게 도전한 동물들은 이미 멸종되었거나 아니면 멸종 위기에 처해 특별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도 있다. 앞으로도 소처럼 인간에게 순종하거나 아니면 꼬리를 흔들며 친근하게 접근하는 동물들만이 오래 살아 남을 것 같다.
물고기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처음에는 그렇게 험상궂게만 느껴졌던 물고기도 지느러미를 흔들며 반갑게 다가오자 귀엽게 느껴진 것이었다.
어떤 우화에서 소는 지혜롭기 때문에 힘이 있음에도 인간에게 순종하는 동물이라고 묘사하고 있었다. 그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먹이를 주고, 자기 부모들의 대·소변은 더러워 하면서도 쇠똥도 치워 주며 종족 번식까지 보장해 주지만, 소들은 속으로 어리석은 인간이라고 비웃는다고 한다.
나는 물고기에게도 소와 마찬가지로 아는 척한다는 것만으로 먹이도 주고 청소도 해주고 있다. 그러면 물고기도 후천적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에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고 있을까? 나에게 '이 어리석은 인간아' 하고 비웃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