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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첫 여성노조위원장인 고경임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업계 첫 여성노조위원장인 고경임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 아시아나항공 노조
항공업계 최초로 여성노조위원장이 탄생해 노동계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제5대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고경임(35)씨.

승무원 출신인 고 위원장은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치러진 제5대 노동조합 임원 보궐선거에서 남성 후보를 200여표차로 누르고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항공업계 특성상 여성 직원 또는 노동조합원의 비중이 타 업계보다 많긴 하지만 여성이 실제 노조위원장 당선에까지 이른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고 위원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조합원 2400여명 가운데 1500여명이 여 승무원이라는 점, 여성위원장이 나올 때가 됐다는 현장의 분위기가 존재하고 있었던 점 등이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 위원장은 노조 내부를 둘러싸고 있는 복잡한 환경 탓에 취임식을 가지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사쪽의 개입으로" 노-노 갈등의 여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여유있게" 취임식을 할 형편이 못 돼서라고 한다. 오히려 그보다는 노조의 조직력 강화 등 내실을 기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여성노조위원장의 탄생 이후 투쟁 강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노동조합에서는 여성이 남성 보다 강성이라는 것을 알지 않느냐"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렇다고 강경 일변도의 협상·투쟁 방식을 고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문제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생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쟁의행위로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피해갈 계획이라고 그는 말했다.

당선 이후 쏟아진 언론의 관심을 그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고 위원장은 이같은 언론의 태도에 대해 "노동계에 요구되고 있는 변화, 그리고 변화의 이미지 등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해석하면서도 "썩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한 노동이슈가 언론에 의해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다음은 고경임 신임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여성위원장 나올 때 됐다는 현장 분위기 존재..."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 항공업계 최초로 여성위원장에 당선됐다. 어떤 요인 때문이라고 보나.
"노동조합원 2400여명 가운데 1500여명이 여 승무원이다. 이같은 여건과 함께 여성위원장이 나올 때가 됐다는 현장의 분위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온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 최근 언론의 보도를 보면 업계 최초의 여성위원장이라는 점만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아쉬움은 없는가.
"언론의 시각에서 볼 때 노동계 이슈가 없다보니까 그런게 아닌가 한다. 중요한 노동계의 이슈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와 함께 노동계에 요구되고 있는 변화, 그리고 변화의 이미지 등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 노동계의 입장에서도 썩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 취임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 업계 최초의 여성 노조위원장 탄생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결단을 내린 이유는 뭔가.
"나는 직전 노조(4대) 집행부의 여성부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실시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부결됐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4대 집행부가 중도 사퇴하게 됐다. 게다가 회사 쪽의 개입으로 조합원 150명이 노조를 탈퇴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임식을 한다는 것이 그렇다. 처음 여성위원장이 나왔기 때문에 조합원들 일부가 취임식을 기대하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도 형식보다 내실을 많이 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형식에 치우치기에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 직전 4대 집행부가 다소 불미스럽게 물러나게 돼 부담이 클 것 같다. 과도기적 성격의 5대 집행부를 이끌게 될 터인데,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4대 집행부의 중도하차에는 노-노 갈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노-노 갈등이 빚어진 한가지 원인은 회사의 개입 때문이다. 물론 노사가 윈-윈 관계 혹은 상생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노조 입장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길이고 바라는 길이다. 하지만 열쇠를 가진 쪽은 강자의 입장인 회사다. 회사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상생의 길을 갈 수가 없다. 회사쪽에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노조의 힘이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노조 내부의 힘이 강화되지 않고선 회사와 어떤 식으로든 윈-윈 관계를 가질 수가 없다. 내년에 6대 노동조합 집행부를 꾸려갈 사람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내부를 추스르는데 노력을 주력할 것이다. "

"노조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내뱉었다"

- 여성위원장이기 때문에 투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회사도 그렇고 나도 그렇지만 모든 문제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렇다고 투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노동조합에서는 여성이 남성 보다 강성이라는 것을 알지 않나. 사쪽은 여성위원장 탄생으로 골치 아파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니까 그런 것 같다. 93년 입사한 뒤 조용조용히 업무를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여하튼 투쟁의 강도를 가르는 열쇠는 결국 조합원들이 쥐고 있다고 보면 된다."

- 노동조합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
"93년에 입사했고 입사 6년 뒤인 99년에야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나는 조합이 없는 시절을 직접 겪어봤다. 노조 설립 이전에는 임금 인상이라는 게 없었다. 뿐만 아니라 휴일도 거의 보장받지 못했다. 물론 생리휴가도, 시차적응을 위한 여유도 없었다. 이후 월차와 생리휴가가 생기긴 했지만, 회사가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쉬어야 했다. 여하간 우리의 목소리가 없었다.

일한 만큼 적절한 대우를 받고자 하는 것이 노동자의 당연한 요구이고 바람직하지 않나. 이런 불합리함을 느끼게 돼서 자연히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나도 노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 파업을 겪으면서 선배들의 권유로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노조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내뱉었다. 내 말에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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