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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을 잡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학생들
밧줄을 잡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학생들 ⓒ 김강임
서귀포 항에서 배를 타고 5분, 문섬으로 향하는 배는 바다 위에 길을 만들고 있었다. 광활한 초원처럼 잔잔한 서귀포 바다는 온통 푸름뿐이다. 배 안에서 바라본 문섬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문섬 앞 파식대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 2명이 찾아 오는 손님을 향하여 손을 흔들어댄다.

벌거숭이 새끼섬
벌거숭이 새끼섬 ⓒ 김강임
문섬 앞 새끼 섬에 뱃머리를 들이대자, 서귀포 중문 수중환경보호 연합회 회원들이 배를 타고 온 손님들에게 손을 내밀며 안전하게 인도해 준다. 배에 탄 손님이라야 초등학생 2명, 중학생 2명, 그리고 삼십대 여자 한 분과 나. 모두 스쿠버 다이버 무료 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이다.

시퍼런 바다를 쳐다보니 "바당 속에 들어 가 볼 꺼 꽈?"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리는 나에게 수중환경보호 연합회 회원 한 분이 말문을 연다.

"아, 예."

대답은 했지만 시퍼런 바다를 쳐다보니, 가슴이 '콩당콩당' 뛰기 시작한다. 같은 배를 타고 갔던 학생들이 스쿠버 다이버 복장으로 갈아입을 동안 나는 바다 속만 바라보고 있었다.

중문 수중환경보호연합회 회원들
중문 수중환경보호연합회 회원들 ⓒ 김강임
"한번 들어가 봅 써! 산호가 기가 막힙니다"라며 회원 중 한 분이 사탕발림을 한다.

회원들의 인도를 받으며 해저여행을
회원들의 인도를 받으며 해저여행을 ⓒ 김강임
초등학생 2명이 먼저 회원들의 인도를 받으며 밧줄을 잡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잔잔했던 문섬 앞바다에 잔물결이 일더니 초등학생 2명은 바다 속 깊은 곳에 몸을 숨기고 말았다.

바위틈에 사는 생물들
바위틈에 사는 생물들 ⓒ 김강임
바위 끝에 붙어 있던 생물들도 얼굴을 내밀며 우리를 반긴다. 시퍼런 바닷물이 출렁일 때마다 몸을 담그고 있는 생물들의 묘기가 신기하기만 하다.

"안 들어 갈 꺼 꽈?"

'바다사랑회' 회원은 내게 음료수 하나를 건네주며 문섬 앞바다 바다 속 풍경을 장황하게 설명해 준다. 문섬을 병풍처럼 들러싸고 있는 바위들의 풍경과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산호초의 모습, 그리고 바다 속에서 살고 있는 갖가지 바닷고기들, 설명이 너무 진지해서 바다 속을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훤하게 해저의 풍경을 도화지 위에 그릴 수가 있을 정도다.

"아휴, 바다 속을 바라보니 무서워서 맘이 달라지네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서귀포 칠십리의 '바다사랑회' 회원 한 분은 중학생의 손을 잡고 바다 속 기행을 시작한다.

벌거숭이 새끼섬과 문섬

하얀 속살이 훤히 드러내 보이는 새끼섬이 옷 하나 걸치지 않고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 바위에 줄을 의지하며 차례대로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외국인도 있었고 대학생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스쿠버 다이버들은 다이빙을 하며 파도를 삼킨다.

천연기념물인 문섬의 생태
천연기념물인 문섬의 생태 ⓒ 김강임
서귀포시 서귀동 산 4번지, 섬에도 주소가 있다. 서귀포의 미항인 서귀항에서 1.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문섬. 문섬은 천연기념물 421호로, 동서로 500m, 남북으로 280m의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문섬 앞에 있는 새끼섬은 스쿠버 다이버들의 정거장으로 다이버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섬은 섬 전체가 수직으로 주상절리가 발달하여 조면암질 안산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파식대가 발달하고 있어, 스쿠버 다이버들의 천국이기도 한다. 특히 서귀포시가 칠십리축제의 일환으로 지난 9월16일부터 9월20일까지 관광객들과 제주도민들에게 문섬에서 스쿠버다이버 무료 체험행사를 개최했다.

새끼섬의 암벽
새끼섬의 암벽 ⓒ 김강임
새끼 섬에서 바라본 문섬은 울창한 숲으로 형성되어 있다. 문섬에는 제주도에만 자생한다는 보리밥나무와 보리수나무의 잡종식물인 큰보리장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후박나무도 생육한다고 한다.

바다 속에서 신화를 엮는 사람들

다이버의 체험
다이버의 체험 ⓒ 김강임
10분 정도가 지나자, 해저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생 친구가 엄마에게 그림처럼 펼쳐졌던 산호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초등학생도 체험하는데.'

비장한 각오로 스쿠버 다이버의 체험을 해 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꿈이 현장에 도착하니 잔뜩 겁만 집어삼켰다. 육지에서 바라보는 섬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섬 속의 섬에 들어오니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바다는 왜 이렇게도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지.

모기가 많아 문섬이라 불린다는 섬, 그리고 그 섬과 마주하고 있는 벌거숭이 새끼 섬, 스쿠버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섬 속의 섬은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간이역처럼 느껴졌다.

문섬에서 바라본 서귀포
문섬에서 바라본 서귀포 ⓒ 김강임
그 섬에서 바라본 서귀포의 풍경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 아련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구름 속에 가려진 한라산 산등성이가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낼 때, 형형색색의 산호초 구경을 실컷 하고 나온 스쿠버 다이버들은 꽉 낀 다이버 복을 벗으며 다시 일상복으로 갈아입는다.

마치 우주복을 입고 우주기행에 나선 사람들처럼, 바다 속에 펼쳐진 또 다른 세계를 신화로 엮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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