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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109호 화각장 이재만(55)의 예물함
중요무형문화재 109호 화각장 이재만(55)의 예물함 ⓒ 곽교신
서울 삼성동 무역센타(COEX)에 모처럼 품격있는 고급 문화잔치가 열렸다. 지난 2일 개막한 '제20차 세계박물관협의회(ICOM) 서울총회'의 메인 전시행사로 무역센타 3층 장보고 홀에서 열리는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 전시회(ICOM 2004 SEOUL EXHIBITION)'가 그것. 이곳에서 각국의 박물관장, 미술관장, 큐레이터 등 세계의 '문화 브레인'들이 '문화올림픽'을 열고 있다.

이번 대회에 대해 '3년마다 열리는 문화 올림픽',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박물관총회' 등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 관계자들은 ICOM 총회가 차지하는 대내외적 무게에 비해, 주최 측의 홍보 부족과 언론을 비롯한 사회의 관심이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고 염려하기도 했다.

소품을 제작 중인 이가락 소장, 신기하게 지켜보는 양종승 박사.
소품을 제작 중인 이가락 소장, 신기하게 지켜보는 양종승 박사. ⓒ 곽교신
단순히 아시아 최초로 ICOM 총회를 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이라는 대회 부제가 상징하듯, 이번 대회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무형문화재 보호시스템을 내놓고 자랑하는, 우리 문화의 자존심이 넘치는 현장이다.

ICOM '자크 페로'(Jacques Perot) 회장은 "한국의 정책적인 무형문화재 보호시스템을 잘 배워가고 싶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다. 모처럼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이 서는 말이다. 그러나 대회 전시장인 장보고홀은 진행요원들을 제외하면 '문화올림픽'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반 관람객의 발길이 뜸하다.

이번 대회의 컨셉트인 '무형문화유산'은 문화 창작 또는 향수의 주체가 대개 일반대중이다. 이번 문화잔치를 세계에 알리는 대회 로고도 우리 민속문화자료의 대표적 상징 중 하나인 '솟대'이다.

솟대는 상류계층의 문화가 아닌 기층 서민문화유산의 한 전형이다. 친근한 솟대가 그려진 대회 깃발 아래, 세계의 '문화브레인'들을 모아놓고 자랑스레 잔치를 열고 있는데 정작 우리 국민들은 대회장에 모이지 않는다.

국가무형문화재 89호 침선장 구혜자(60)의 시연
국가무형문화재 89호 침선장 구혜자(60)의 시연 ⓒ 곽교신
대회장에서 만난 '어린이역사문화학교' 이은화 교장은 "아이들이 많이 와서 체험하면서 문화의 세대 전승을 자연스럽게 이루는 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고급 문화를 체험하는 좋은 기회이다"라며 한가한 전시장을 의식한 듯 부모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국립중앙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양종승(민속학) 박사는 "중앙민속박물관이 우리 솟대와 장승을 소품화하여 우리 민중 문화의 높은 예술성을 세계에 알린 장승문화연구소 이가락 소장을 대회장에 초빙해 외국의 참가자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면서, 무형문화재를 지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세계가 직접 살펴보고 가는 이 대회를 계기로, 우리 문화를 보는 세계의 눈이 달라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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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만만하고도 사랑스러운 '장승'

한국이벤트개발원 조달호(전 경희대 교수) 대표는 "근본적으로 '축제'인 이 대회에 국민의 관심이 적은 것이 아쉽다"면서, "보다 치밀한 사전 홍보가 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유리상자 안의 금속활자 공방
유리상자 안의 금속활자 공방 ⓒ 곽교신
대회 이름은 어려워 보이지만 이 전시는 분명 일반대중을 위한 문화잔치이다. 무역센타에서 열린 기존의 전시회들이 고액의 입장료를 받아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면,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고급 문화체험의 현장인 이번 대회는 8일까지 무료로 열려 있다.

대회장에서 나눠주는 각종 안내서만 챙겨와도 눈과 마음이 부자가 될 이번 잔치를 <오마이뉴스> 독자들만이라도 놓치지 말자. 이 가을 문화의 붉은악마가 되어 코엑스로 달려가 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장 주요 부스 안내

국립중앙박물관

내년까지 3년에 걸쳐 용산 새 박물관으로 유물을 이전하는 방대한 작업으로 적극적인 전시를 준비하지 못했으나, 현 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별 기획전시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받을 수 있다. 이전 작업으로 10월 18일부터 우리 문화의 대들보 국립중앙박물관은 1년간 문을 닫는다.

문화재청

가장 넓은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 작품전'을 기획전시로 열고 있다. 이런 작품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흔치 않다. 전시물이 많기도 하지만 참가 외국인들의 발길이 가장 많은 곳이다. 요일별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장인들이 2분씩 출연해 직접 시연한다. 5일 매듭과 갓, 6일 각자(새김글씨)와 악기, 7일 조각과 궁시(활), 8일 나전과 장도(칼)를 시연.

국립중앙민속박물관

장승과 솟대 소품을 제작하는 공간을 마련, 장승문화연구소 이가락 소장이 대회 폐막일까지 시연을 벌이며 소품을 판매한다. 외국인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이가락 소장의 손길이 분주하다.

청주 고인쇄박물관

우리 선조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제작하는 과정을 입체 조형물로 꾸민 것이 인상적. 프랑스가 강탈해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을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꼭 보여줄 부스. "문화유산의 불법적 국제거래를 금지"하자는 ICOM 회장이 직지를 강탈해간 프랑스 사람인 것과 공교롭게도 그가 고문서 분야의 전문가인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 곽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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