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수집이 취미이거나 인도의 화려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볼 만한 전시회가 있다. 서울 세계 박물관대회를 기념하여 보성 대원사내 티벳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도ㆍ이슬람 세밀화 특별전이 그것. 박물관 소장품 500여점중에서 100여점을 가려 뽑아 전시하고 있다.
세밀화(miniature)는 동양의 수묵화나 서양의 유화와는 또 다른 인도 페르시안 문화권의 독특한 회화표현이다. 상아나 낙타뼈를 곱게 연마하여 그 위에 가는 붓으로 물감을 묻혀서 그림을 그렸다.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그림속의 장신구(왕관이나 목걸이)에는 직접 보석을 붙이기도 하였다.
16세기 인도에 이슬람 왕조를 세운 무갈제국은 문화적으로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아서 이슬람교를 받들고 예술인들을 후원하였다. 무갈의 초대황제 바브는 자신의 생활을 그림으로 기록하기 위해 작가와 화가들을 고용, 왕의 일기장이라고 할만한 ‘바브-나마’를 만들었다. 2대 황제 후마윤은 페르시아 궁정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중 궁중화가들과 친교를 갖고 인도로 돌아와서 그들을 초대하여 회화를 장려하였다.
그리하여 3대와 4대 황제 때에 세밀화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5대 사자한은 죽은 왕비 타지마할을 기념하여 궁전 타지마할 건축에만 전념하여 그림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마침내 6대 아우랑제브 황제에 이르러 화가집단을 해산시키자 지방의 귀족들이 이 화가들을 후원하게 된다. 이때 인도의 토착미술과 접목되면서 힌두교의 신화를 표현하며 근대의 여러 가지 형태의 회화로 발전하였다.
인도의 세밀화는 그림으로 그려진 인도의 역사이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한편의 서사시가 떠오를 만큼 섬세하고 신비스럽다. 독특한 인도의 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이국적인 인도 음악이 귀를 스치며, 환상적인 그림을 감상하노라면 어느새 자신이 인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특별전이 열리는줄 모르고 우연히 들렀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티비나 영화를 통해서 인도 사람들을 보면 예쁘다기보다는 신비스러운 인상을 받았는데 여기 이 그림들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네요” 특별전에서 만난 박혜숙(광주, 42세)씨의 말이다.
티벳 박물관장 현장스님은 “오래전 인도를 여행하다가 어느 가게에서 세밀화를 처음 접하고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 장씩 모았지요. 한국에 가지고 돌아와서 일부는 아는 이들에게 선물도 하고 일부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나중에 어느 미술가에게 인도 페르시안 세밀화라는 장르인줄 알게 되었어요. 국내 최초로 여러분께 이런 그림들을 선보이게 되어 영광이고 앞으로 인도 세밀화 미술관을 건립하여 인도의 예술세계를 학습하는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고 특별전 초대의 말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