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과 호수가 어우러진 춘천의 10월은 '조선일보'가 주연인 마라톤대회가 두 번 열린다. 다가오는 24일 조선일보사가 주최하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와, 그보다 2주 앞서(10일) 열리는 조선일보 '반대' 춘천마라톤대회가 그것.
지난 6일 조선일보 '반대' 춘천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반마 조직위, 공동위원장 김동민·김한성, anti-chosun.jinbo.net) 사무국을 찾았다. 춘천시 온의동 주택가 골목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서자 "언론개혁은 시민의 힘으로", "언론 우리 땅에 지어놓은 왜곡의 철옹성, 친일청산 언론개혁"이라고 쓴 글씨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온 실무 간사 2명은 끊임없이 걸려오는 문의전화 때문에 점심 한 끼 해결하기가 벅찰 정도. 대회 참가자는 6일까지 총 1467명. 전국 각지에서 계속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어 대회 당일 총 17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하고 있다.
다음은 조반마 조직위 김덕수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왜 조선일보 '반대' 마라톤대회를 여는가?
"조선일보의 문제점을 느끼고 안티조선운동을 하던 20여명의 사람들이 조선일보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조선일보의 해악성을 밝히는 선전전을 해왔다. 그러나 조선일보 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 2만여명 속에서 조선일보를 알려내는 2∼3년의 과정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
그래서 '안티조선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면 전국적으로 안티조선에 동의하는 분들도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고, 마라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조선일보의 친일 반민족성을 선전해 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 어떤 측면에서 조선일보가 사회발전에 해악적인가?
"현재 우리나라에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 농민, 선진적 의식을 지닌 청년학생들에 대해서 폭력적으로 왜곡 보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최근 조선일보 논조를 보면 앞뒤가 많이 바뀌고 있다. 자기 변명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신행정수도 이전을 보면 한나라당이 제1야당일 때는 하자고 주장하더니, 4·15 총선 뒤에는 말을 바꾸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엘지 칼텍스 파업을 볼 때, 조선일보는 노조의 입장이나 노조가 왜 파업을 하는지 보도하지 않았다. 임금인상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그저 배부른 노동자가 파업한다고 비판해왔다.
농민문제도 마찬가지다. 쌀 수입과 농산물 개방은 세계화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며 빨리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들. 노동자 농민 등 기층 빈민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전혀 묵살해버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최근에는 국가보안법 문제에 소위 말하는 수구 기득권 세력들의 대변지 역할을 하는 것이 조선일보다."
조반마 조직위 "조선일보를 반대한다면 친노 세력도 상관없다"
지역시민사회·학계 '안티조선운동' 순수성 왜곡 우려
조선일보반대운동의 전국적 결합체로 성장한 '조반마'가 안티조선운동의 순수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여론이 지역사회서 제기되고 있다.
강원대 홍모 교수는 "안티조선운동을 옹호하지만 수용자운동으로서 시민사회의 자발성이 이 운동의 원천이 돼야 한다"면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안티조선과 시민사회의 교묘한 결합은 조반마의 순수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는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수구세력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열린우리당 전국평당원 협의회 연대회의'가 주최 단체로 포함돼 있다. 집권당이자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보이는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공식행사에 이들의 참여가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있다.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정당이나 어느 누구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조직위의 입장이다. 한나라당 당원이라도 조선일보를 반대한다면 받아들인다. 심지어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동참하겠다면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
- 정파적으로 흐르지 않겠는가?
"글쎄. 그런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폐간되거나 자기 과오를 인정할 수 있다면 어떤 정파의 입장이라도 대회가 치러졌으면 한다. 흔히들 친노 세력들이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조선일보를 반대한다면 친노 세력이라도 괜찮다고 본다."
- 최초 15개 단체서 14개로 줄었다. 그 단체는 민주노총이다.
"작년에 강원민중연대에서 1차 제안을 하고 시민사회단체가 받아 안아서 참여했다. 그러나 올해는 강원민중연대의 중심단체인 민주노총 강원본부, 공무원노조 강원본부,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이 불참하면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민주노총이나 공무원노조는 하반기 투쟁 때문에 곤란한 것으로 안다. 2회 대회는 운동단체들의 입장도 반영해서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 그 이유가 열린우리당 때문인가?
"모르겠다."
- 춘천을 비롯한 강원지역 시민단체의 참여도 적극적이지 못한 것 같다.
"자기 단체를 포기하면서 이곳에 파견할 만한 인력이 없는 탓이다."
- 강원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에 공식적 참가를 제의했나?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힘들겠다는 입장이다. 사유는 모르겠다."
- 그 또한 열린우리당이 문제인가?
"단체별로 차이는 있다. 자세한 것은 강원시민단체 연대회의 대표에게 문의해보기 바란다."
8일까지 '안티조선주간' 선포..."10일간 시민축제 기대"
- 조선일보 '반대' 마라톤대회가 춘천에서 열리는 이유는.
"춘천에서 조선일보 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왜 마라톤대회를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시민 여론이 강했다. 그래서 우리는 마라톤대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마라톤대회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조선일보의 죄악성을 알려내고 언론개혁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득하면서 이해해달라고 말해왔다."
- 지난해 대회와 달리 '안티조선주간'을 선포하는 등 문화행사 면에서 풍성한 것 같다.
"가장 큰 차이점은 준비기간이 길었다는 것이다. 작년 경우는 모든 핑계거리가 준비기간이 한 달 반 밖에 안돼서 참가자 접수만 받는데도 힘들었다. 이번 대회는 길게 준비하면서 여러 고민들 속에서 마라톤대회를 넘어서는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다양한 문화공연, 볼거리,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 문화행사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볼거리 중심으로 판넬, 사진, 걸개그림 전시를 해서 시민들 스스로 참여를 통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이 있구나 하는 정도다. 대회가 끝난 뒤 안티조선 선포주간 10일간 종합적인 평가를 하면서 내년에는 조금 더 알찬 대회를 열어갈 생각이다."
- 최근 마라톤대회서 안전사고가 종종 일어나는데.
"춘천 소방서 지원으로 119 구급대와 의료진이 대기할 것이다."
- 덧붙일 말은.
"4일 남아서 정신이 없다. 이 대회가 내년에는 더 큰 규모로 준비돼 조선일보 마라톤대회를 능가하는 축제 대회를 여는 것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