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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대선후보토론회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이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듣고 있다.
8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대선후보토론회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이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듣고 있다. ⓒ AP=연합
지난 달 30일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벌어진 1차 토론에 이어 벌어진 둘째 토론에서 부시와 케리가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8일 밤 9시(한국 시각 9일 오전 10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워싱턴 대학에서 벌어진 2차 토론에서 부시는 1차 토론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듯 케리에게 맹공격을 가했다.

일단 이날 토론이 끝난 후 CNN과 USA 투데이가 시청자 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조사의 오차한계 +-4%)에서 케리가 이겼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47%, 부시가 이겼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45%였다.

결국 케리가 2% 앞섰으나 조사의 오차 한계를 계산하면 케리와 부시는 대접전을 벌인 셈이다. 이번 토론회 결과는 이틀 정도 지나야 분명한 여론의 평가가 나타날 전망이다.

이번 토론은 1차 토론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부시는 1차 토론과는 달리 2차 토론에서는 활기차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케리에 맹공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ABC방송 앵커 찰스 깁슨의 사회로 벌어진 이번 토론에서도 이라크 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라 이 문제가 이번 대선 최대 쟁점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대량 속임수'(Mass deception)"

케리는 부시가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도 못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며 부시의 이같은 결정을 '대량 속임수(mass deception)'라면서 맹렬하게 부시를 공격했다.

케리는 또 "부시가 이라크 전에 사용한 2천억 달러를 (사담 후세인이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는 데 사용했다면 아마 그는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는 이에 대해 "케리는 테러전의 대상이 오직 빈 라덴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테러전의 대상은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주장하며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다시 제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는 누구보다도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였고 세계는 그가 있는 한 더욱 위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9·11 이후 안보정책에 대해서도 케리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정보기관을 가지고 있는데도 동맹관계가 든든하지 않아 불안하다"면서 미국은 9·11 이전보다 결코 안전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케리는 "미국의 모든 공항에서 탑승을 할 때 반드시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선편 수화물은 검색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케리, 부시 정권 대북정책 실패 다시 거론

이 날 토론 중에도 1차 토론과 마찬가지로 다시 북핵문제가 튀어나왔다. 부시는 케리의 양자회담 주장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6자회담이 진행 중이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케리는 "부시정권하에서 북한은 1개 내지 4개 또는 7개의 핵무기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면서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젊은층이 많이 참석한 이번 토론에서는 이들의 직접적인 이익에 관련되는 질문들도 있었다.

한 젊은이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참전을 위한 징병을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부시에게 징병 명령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했다.

이에 대해 부시는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며 현재 있는 병력으로 이라크전을 치르겠다"고 답하면서 현재 한국과 유럽 등 해외에 있는 미군들을 좀더 효과적인 무기를 갖춘 군대로 재배치할 뜻을 밝혔다.

케리는 "부시는 이길 계획도 서 있지 않은 전쟁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군인들을 배치해 왔다"면서 "부시는 미군을 해외에 너무 광범위하게 배치해 두었다"고 비난했다.

이날 토론 후반부에서는 세금문제와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세금정책-실업률 등 경제문제 '대공방'

세금인상 계획에 대한 답변에서 케리는 연소득 20만 달러 이하 소득자에게는 결코 세금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며 20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세금인상도 클린턴행정부 당시 세율로 환원하는 정도로 그치겠다고 확약했다. 케리는 98%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세금 감면정책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시는 케리가 20년 동안 상원의원 시절에 90차례가 넘는 세금인상안에 찬성했다며 케리의 이 같은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경제문제 토론에서 케리는 "부시가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남겨진 엄청난 잉여 재정을 3년 반만에 완전히 적자로 뒤바꿔 놓은 것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시의 경제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부시도 반박에 나서 이 같은 재정적자는 전쟁과 경기후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공격의 예봉을 피하고 "현재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있고 직업 창출도 계속 늘고 있으며 주택보급률이 역사상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케리는 "부시 행정부 아래서 160만 명이 직업을 잃었다"면서 "이는 지난 72년 동안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리는 또 부시의 보험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지난 3년 반 동안 500만 명이 보험을 잃었으며 캐나다에서 값싼 약품의 수입 문제가 이슈가 될 정도로 현 정부의 보건정책이 전반적으로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낙태 법적 제재도 의견 갈려

이번 토론에서 낙태 문제가 마지막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시는 "어린이는 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면서 낙태에 대한 법적 제재조치에 찬성하는 태도를 고수한 반면 케리는 "개인적으로 낙태를 찬성하지는 않지만 국가가 이를 법률로 억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날 토론 중 케리가 부시가 이라크전을 치르며 동맹국을 잃었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하자 격앙된 부시는 자기 발언 순서가 아닌데도 상대방의 발언을 자르고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당황한 사회자가 부시를 제지하고 나섰으나 오히려 목청을 높이며 아직 동맹국은 30개국이나 되며 사람들은 우리를 좋아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마지막 3차 토론은 오는 13일 애리조나 탬피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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