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삼웅 신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신임 독립기념관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동안 세간의 화제에서 멀어져 있던 독립기념관이 최근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신임 관장 추천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논란의 핵심에는 지난 1일 제7대 독립기념관장으로 취임한 김삼웅(61) 신임 관장이 있었다.

조·중·동은 김 관장이 독립운동가 후손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평소 자신들에게 불편했던 그를 마치 부적격자인 것처럼 매도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일부 신문은 그런 내용을 1면 사이드 톱으로 내보내기조차 했다.

취임 1주일을 맞아 김 관장을 만나 보았다. 그는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해 "마치 부적격자라도 되는양 조·중·동이 무자비하게 공격했지만 사실은 독립운동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며 "노동조합에서 부임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또 관내에 벽보를 붙인 걸 보고 고맙기도 했지만 큰 책임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의 위상 및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그는 "단순한 정부기관의 하나로서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5천년 민족사의 독립의지, 7천만 겨레의 통합과 전진의 전당이 되어야 한다"며 명칭 개정을 둘러싼 논의에 대해서는 "현 명칭도 크게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이 최근 들어 전시기능만 강화된 채 연구기능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경제논리에 따라 규모가 축소되면서 연구인력이 과도하게 축소된 것 같다"고 진단하고 "연구인력들의 여건을 개선해 이곳 독립기념관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할 연구원들을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그는 직원들에게 약속한 '8가지 약속'을 통해 태극기동산 조성을 비롯해 식민지 독립투쟁 관련 영화제 개최, 소장 유물 특별전, 일본인 관람객을 상대로 한 '화해 미래 평화광장' 조성, 독립지사와 '사제의 정 맺기' 사업 등 다양한 기획 및 구상을 발표했다.

다음은 지난 8일 오후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가진 김 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조·중·동이 휘두르던 시대 끝나... 노조 '환영 벽보'에 책임감 느껴"

- 취임을 축하드린다. 몇몇 보수신문들의 공격으로 곡절 끝에 취임하게 됐는데 소감은?
"조·중·동이 기사, 칼럼, 만평 등을 동원해 나를 무자비하게 공격해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신문들의 공격과는 관계없이 신임 관장의 추천과 심사가 공정한 절차를 통해 제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인에 대한 인사가 몇몇 언론의 보도에 휘둘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찾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사회도 이제 그런 점은 바른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독립운동가나 유족들이 나를 관장으로 선임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초대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원로 독립운동가 안춘생 선생, 김우전 광복회장,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석근영 광복군동지회 회장 등 독립운동계의 상징적인 분들이 모두 취임 후 축전을 보내 축하해 주셨다. 다음주 목요일에는 독립운동가 유족들이 차를 대절해 격려방문을 하겠다고 알려왔다. 일부 신문의 왜곡과 매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양심과 정의가 건재함을 새삼 느낀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개관 당시에 비해 독립기념관의 위상이 근래 상당히 낮아졌다고 평할 수 있다. 새 관장을 맞는 독립기념관 임직원들의 반응과 기대는 어떤가.
"이제 취임한지 1주일 됐다. 취임 후 노동조합에서 나를 적극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또 관내에 벽보를 붙인 걸 보고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기쁘고 또 직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신임 관장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취임 인사 때 직원들에게 '8가지 약속'을 했다. 그간 위축되고 소외돼온 독립기념관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 독립기념관 개관 즈음 병충해에 강하다고 해서 일본산 무궁화를 심은 걸 보고 이를 지적하는 글을 투고하는 등 평소에도 독립기념관에 대해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안다. 독립기념관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독립기념관은 일제로부터의 독립 뿐만 아니라 유사 이래 한반도가 겪은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 대해 5천년 동안 국토와 민족을 보전해온 자랑스런 역사까지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고 본다. 독립기념관은 결코 단순한 정부기관의 하나로서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5천년 민족사의 독립의지, 7천만 겨레의 통합과 전진의 전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은 을사조약이 강제로 체결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되새기기 위해 을사조약 무효 학술세미나를 개최할 생각이다. 또 내년 후반기에는 1909년에 체결된 간도협약 문제도 제기할 예정이다. 간도협약은 2009년이 되면 조약 체결 100년이 돼 국제법상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간도 영토를 둘러싼 학술대회도 고려해 보겠다."

"을사조약 체결 100주년 맞아 을사조약 무효 학술세미나 개최"

- 독립기념관은 크게 연구기능과 전시기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현재는 전시기능이 강화된 반면 연구기능이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돼 있는 편인데 이를 보강할 계획은 없나?
"우선 개관 당시 150명이던 직원이 현재 90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독립기념관은 군사정권 시절에 외형을 너무 거대하게 지어 건물 관리만 하는데도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들어간다. 경제논리에 따라 규모가 축소되고 인원이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연구인력이 과도하게 축소된 것 같다.

대도시에 비해 주변 환경은 좋은데 학술정보 교류나 자녀들의 교육문제 등은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이런 것이 연구인력의 이직에 한 요인이 된 것 같다. 결국 여건이 더 좋은 서울의 연구소와 대학을 찾아가다보니 이곳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하는 연구원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게 연구환경과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인력을 확충해 다른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연구성과 못지않은 연구 결과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취임 전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관내에 민족대학원 건립 구상을 밝힌 바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국내 대학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우리 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 박사들이 상대적으로 태부족한 실정이다. 또 중고교에서도 국사 수업이 겨우 주 1시간 정도이며, 각종 국가고시에서도 국사 과목이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 역사(국사)가 이렇게 외면받아선 곤란하다고 본다.

근래 들어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역사 침탈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대학원은 우리나라 역사연구를 통해 민족혼을 지키고 전승하는 일꾼을 육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공직자는 물론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시민대학을 만들어 올바른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려나갈 계획이다. 강사진은 역사와 민족의식이 투철한 분들로 구성할 생각이다."

- 독립기념관을 항일기념관 등의 다른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아는데….
"독립이라면 일본으로부터의 독립만을 사고하는 건 근시안적이라고 본다. 우리에게는 독립국가로서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자부심이 있다. '독립'이라는 용어가 그리 부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 그리고 기타 외세의 침탈 시도를 늘 눈여겨 보고 대비해야 한다. 당장 현재의 명칭을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개국 이래 이어져온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 명칭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 아직도 친일인사들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어떤 인물들의 어떤 자료들인가? 그리고 철거 계획은 없나?
"아직 구체적인 실태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간 듣기로는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중 나중에 친일로 변절한 몇몇 인물들의 밀랍인형이 전시돼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들을 33인에서 빼낼 경우 33인의 모양새가 좀 우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이 발효돼 해당 분야의 연구성과가 나오면 적절한 방식으로 그런 문제도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친일사료관에 <조선> 윤전기 전시 적극 검토할 것"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문광위 국감 때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정동채 장관에게 독립기념관에 친일자료관을 신설, <조선일보>의 윤전기를 전시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는데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그 부분도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엄정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회에서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이 개정되고 또 법에 의거해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국가 차원에서 친일 문제가 정리되면 독립기념관내에 친일사료관을 신설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곳에는 항일의 반대편에 서서 민족을 배반했던 반민족 행위자들의 부끄러운 기록을 전시해 후세들이 역사의 교훈으로 삼도록 하겠다. 그런 상황이 되면 조선일보 윤전기 전시 문제도 적극 검토하겠다."

- 취임사에서 독립기념관 식구들에게 8가지 약속을 한 것으로 아는데 몇 가지 간단히 소개해 달라.
"먼저 독립기념관에 '태극기동산'을 조성해 학생, 군인, 경찰 등 모두가 자신의 이름이나 직장의 이름으로 태극기를 게양하도록 유도해볼 작정이다. 이를 통해 민족혼이 약해진 젊은 세대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할 생각이다. 그 다음으로는 언론사 및 지자체와 공동으로 2차대전을 전후한 식민지 독립투쟁 관련 국제영화제 개최와 함께 7만점이 넘는 관내 소장자료를 토대로 '특별유물전시전'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방문객 가운데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이 진심어린 참회와 반성을 할 수 있도록 '화해 미래 평화의 광장'도 조성할 생각이다. 그밖에 독립기념관을 독립운동사 연구의 요람으로 만들기 위해 독립기념관 학술상, 우수논문상을 제정해 우수한 학술인력을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다양한 교육-전시사업을 통해 민족혼이 살아 숨쉬는 애국전당으로 만들어 내겠다."

-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 여건은 어떤가?
"세계 여러나라의 기념관과 박물관을 다녀봤다. 미국의 역사박물관과 홀로코스트기념 박물관, 이스라엘의 야드바셈 유태인학살기념관, 독일의 현대사박물관, 중국의 여순감옥과 각종 기념관 등. 이런 곳의 경우 전부 정부가 운영비 전액을 지원한다. 심지어 파리 루브르박물관도 전액 국가지원이었다. 독립기념관을 상업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또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올바른 민족정신을 살리고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해 나가기 위해 국가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침체된 독립기념관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