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를 끄는 것은 위 '변호사보수의 소송산입에 관한 규칙'의 변호사 수임료 산정 기준과 폐지된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의 기준이 거의 같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착수금과 승소사례금을 이중으로 받는 관례에 따르면 변협의 기준이 대법원 규칙에 따른 수임료보다 높은 때가 많았습니다.
아무튼 두 가지 기준 중 어느 것을 적용해도 앞서 저를 찾아오셨던 선배의 예를 들어 살펴보면 지금 요구하고 있는 변호사 보수가 얼마나 턱없이 높은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규칙인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착수금과 승소사례금 모두를 합하여 270만원만 변호사보수로 인정됩니다. 위 표에 따라 계산해 보면 소송물가액이 1억 3천만원이기 때문에 {255만원+(1억3천만원-1억원)×0.5/100}이 돼 {255만원+15만원}=270만원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폐지된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착수금 270만원-변협의 착수금 산출기준은 대법원규칙과 동일-과 승소사례금 220만원(50% 승소했을 경우)으로 합계 490만원을 지급하게 됩니다. 승소액수에 따라 적용되는 승소사례금은 대법원 규칙표에 따르면 {205만원+(6500만원-5000만원)×1/100}로 {205만원+1500만원×1/100}=220만원이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변호사가 요구한 1775만원에 비하면 1285만원이나 저렴합니다. 100% 승소하게 되면 착수금 270만원+승소사례금 270만원=540만원으로, 변호사가 요구한 착수금 800만원+승소사례금1950원(1억3천만원×15%)= 2750만원과 더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기준이 있는데...
현재 변호사 보수를 정한 법률이나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수수료나 감정평가수수료 등 대부분 업종의 수수료 기준이 정해져 있고 국민들의 과도한 부담을 덜기 위해 없는 규정도 만들어야 하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있었던 규정까지 없앤 것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규제개혁 차원에서 동 규칙을 폐지한 것이 오히려 개악이 되었습니다.
동 기준이 폐지되는 것을 가장 반겼던 사람은 소위 인기 있고, 능력 있다고 알려진 변호사들이었을 겁니다.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들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아했을 것입니다. 그에 따라 변호사 보수를 합리적으로 받는 변호사는 능력 없는 변호사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보니 변호사 보수는 자꾸 올라갑니다.
분명 국민 대다수를 위하여 변호사 보수기준에 대한 규정은 만들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규제개혁 등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기존의 변호사보수기준도 없앤 이 시점에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자기 발에 족쇄를 채우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대법원에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 역시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혁은 때로 개악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개혁을 하려다 개악을 했으면 빨리 그 사실을 깨닫고 원상회복이나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 모른 체하는 것입니다. 변호사보수기준도 역시 그러한 사안입니다.
변호사 보수를 얼마로 정해야 하는지 주위에서 물어오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알고 있는 변호사들 몇 분에게 물어보지만 제시하는 보수도 각기 다릅니다. 그럴 때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보수의 소송산입에 관한 규칙의 규정이 있기는 있는데 그 금액을 고려하여 협의해 보십시오. 하지만 그 금액에는 어느 변호사도 소송을 위임받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기준이 없으니 대답도 궁여지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