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시작은 1시 30분, 다른 곳에서 있었던 인터뷰가 늦어져서 약 10분쯤 늦게 거산분교에 도착했다. 운동장에는 승용차들이 가득 차 있었고, 두 개의 교실에서는 재량활동수업 탐방이 진행되고 있었다.
6학년 김영주 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우리가 키우는 동물들은 행복할까?'라는 제목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관리하거나 관심 있는 동물들, 거산분교의 작은 동물원에 생활하고 있는 거위, 토종닭, 오골계, 토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보노보노’와 ‘햇살이’의 가면을 머리에 쓰고 수업에 참여했다.
양쪽 교실을 오가며 취재하다보니 어떤 내용으로 진행됐는지는 김영주 선생님께 설명을 부탁해야 했다.
김 선생님에 따르면 아이들은 매 주 화요일 5~6교시에 진행되는 재량활동 시간을 통해 동물을 관찰ㆍ보호하고, 청소까지 책임지는 사육사 역할을 감당해 왔다. 관찰 내용을 생태일지에 쓰고, 아이들의 동물에 대한 시와 글이 어린이 신문에 몇 편 실리기도 했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동물관련 글 맛보기’의 일환으로 이원수의 ‘우는 소’노래 부르기와 동물을 주제로 쓴 시 맛보기가 진행됐다.
| | | 알 품은 암탉 | | | | 2004. 4. 6
닭장에 가서 알이 있나 보려고 하니
암탉이 알 같은 것을 품고 있다.
재균이가 품고 있는 것을 보려고
닭을 쫓아내려니까
닭이 꿕 꿕 하면서 달아나지 않는다.
내가 봐도 닭도 사람처럼
모정이 대단한 것 같다.
/ 6학년 이종성 | | | | |
<야생이 초원 세렝기티>라는 초식동물들의 4개월 동안의 영상기록이 상영됐고, 중심 활동으로 “사육동물과 야생동물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후, 아이들과 선생님은 거산분교의 동물 친구들이 행복할까, 불행할까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행복과 불행이 8:10의 비율이었는데, 토론 이후에는 7:11로 변동이 있었다. 계속해서 각자가 자신이 키우는 동물의 입장에서 행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수빈이가 토끼의 불행에 대해 발표했다.
“나는 하얀색 토끼야. 두 마리 토끼들과 같이 살다보니 불편한 것이 많아. 나를 가두고 더 이상 토끼장을 넓혀주지도 않아. 매일 시들한 고구마 줄기만 먹고 살고. 지금이라도 애완용 토끼가 되어서 따뜻한 곳에서 살고 싶어.”
양진이는 “나는 강아지 햇살이야, 나는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밥을 많이 줘야 돼. 그런데 내 머리 위에서 살고 있는 토끼들의 배설물과 풀들 때문에 내 자리가 엉망이야"라고 말했다.
거위를 맡은 태일이는 “거위 세 마리 중 내가 대표로 나왔어. 물과 먹이를 주는 것은 고맙다. 그런데 너희들에게 불만스런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청소를 좀 제대로 해 줬으면 좋겠어. 배설물, 거미줄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게 청소한 거야? 그리고 닭과 사료도 같이 먹는 것도 불만이야. 우리 것은 따로 주면 안 되겠니?”라고 말했다.
거위의 불행에 대해 발표한 새품이는 “내가 왜 매일 꿱꿱거리는지 아니? 나에게 자유를 줘! 먹이도 직접 찾아다니며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
그 외 여러 아이들의 발표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던 것은 '보노보노'라는 정체불명의 동물이었다. 아이들의 평에 따르면 '보노보노'라는 녀석은 너무 시끄럽고 촐싹대는 한 마디로 ‘싹수가 노란’녀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노보노'와 '햇살'이의 주거환경권 보호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즉 그들의 머리 위에 생활하고 있는 토기들이 떨어뜨리는 배설물 때문에 그들의 주거환경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노보노는 그나마 집이 있어서 추위를 견딜 수 있지만, 햇살이는 집도 없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토끼의 배설물을 그대로 맞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하는 아이도 있었다.
양진이의 발표에 의해 햇살이는 강아지의 이름이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보노보노'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동물인지 알 수 없었다. 무슨 ‘보거스’도 아니고….
‘보노보노’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비버나 수달처럼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생활하는 숲 속의 동물쯤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할 수 있었다.
꿀벌은 예방의학 전문가
다른 교실에서는 3학년 최은희 선생님 반에서 '꿀벌의 질병과 예방에 대해 알기'라는 제목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 강사로 나오신 분은 양봉 전문가 안복규 선생님이었고, 안 선생님은 벌통을 직접 가지고 나와 생동감 있는 교육을 진행 중이었다.
최은희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매월 한 차례 있어 온 꿀벌 교육은 약 2시간 30분가량이 걸리는데, 오늘 행사를 위해 40분으로 축소해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안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꿀벌은 예방의학 전문가예요. 벌의 주된 병에는 부저병, 백묵병, 꿀벌 진드기 등이 있으며, 벌은 병을 예방하기 위해 미루나무나 각 나무의 생장점에서 채취할 수 있는 프로폴리스를 밀랍에 섞어서 집을 만들어요. 프로폴리스는 천연항생제로서 불치병 환자 치료에 많이 활용되고,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효능이 높을 뿐 아니라 보습효과가 있어 화장품에도 이용됩니다.”
또한 한 학생의 “벌은 뭘 먹고 살아요?”라는 질문에 안 선생님은 “벌의 밥은 꿀이고 반찬은 꽃가루예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애기였을 때 엄마의 젖을 먹었던 것처럼, 로열젤리는 벌들의‘젖’이랍니다”라고 설명해 줬다.
“벌은 어떻게 여왕벌이 돼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정란은 수벌이 무정란은 일벌이 되는데, 일벌 중 로열젤리를 3일 먹은 벌은 일벌이 되고 6일 먹은 벌은 여왕벌이 됩니다. 수벌은 로열젤리 3일, 꿀 3일을 먹어요. 그리고 숫 벌은 화분을 모으지 않는 ‘백수’예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오늘 배운 것에 대한 환경생태일지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를 담당한 한슬이는 오늘의 환경생태일지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재량활동 수업이 종료됐고, 학생들이 하교를 마친 2시 20분부터 학교경영 보고 및 시범학교 운영 보고, 환경교육 실천사례 발표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 | | 환경생태일지 꿀벌의 질병과 예방 | | | |
| | ▲ 환경생태일지를 발표중인 한슬이 | | | 벌들의 해충(진드기, 말벌)이 질병을 준다. 한 벌통에는 벌이 3만 마리 쯤 있다. 한 장소에 벌을 놓고 키우면 병이 걸린다.
식물의 생장점-새 순이 나오는 곳-의 진을 프로폴리스라고 한다. 프로폴리스는 살균을 한다. 프로폴리스를 물어 오는데 맨 끝 다리 양 쪽에 묻혀 온다. 밀랍주머니에서 밀랍으로 프로폴리스로 섞어서 집을 짓는다.
살균하기 위해서 프로폴리스와 섞어서 한다. 그리고 벌집에 알을 낳을 때 프로폴리스로 코팅을 한다. 프로폴리스가 약의 작용도 한다. 벌은 태어나자마자 로얄제리를 먹는다.
유정란에서는 여왕벌과 일벌이 태어나고 무정란은 숫 벌이 태어난다. 숫 벌은 화분을 물으러 안 간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