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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의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는 아산 (주)대성엠피씨 공장
파업의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는 아산 (주)대성엠피씨 공장 ⓒ 김갑수
지난 7월 20일 임금 및 잔업수당에 대한 사측의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이유로 총파업에 들어간 노조(금속노조 충남지부 대성엠피씨 지회)와, 이에 맞서 7월 26일 직장폐쇄 조치를 취한 사측의 갈등으로 파업 장기화 국면에 돌입한 ㈜대성엠피씨(대표이사 심종현)가 이번에는 천안노동사무소와 사측의 유착관계 의혹이 제기돼 파경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 천안노동사무소와 사측 유착관계 의혹 제기

노사 갈등이 첨예화 된 상황에서 사측과 천안노동사무소의 유착관계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9월 25일 노사 간담회 자리에서 이형집 전 대표이사가 “노동사무소 근로감독과장이 이거(노조측의 요구안) 들어주면 1년을 지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라고 언급한 부분이 노조에 의해 촬영된 것이다. 이형집 전 대표이사는 지난 8월 12일 물러났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노사 교섭에서 회사측을 대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오전, 호주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13일 오전, 호주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 김갑수
서종석 지회장은 “이 동영상을 통해 노동부와 사측의 유착관계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노동부가 조사과정에서 노조의 자료보다는 사측의 자료만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사측의 근로기준법 위반과 체불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통해 체불액의 규모를 명확히 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서 지회장은 “금속노조 법률원의 조사에 따르면 편법 체불임금은 15억8천만원인데 사측은 1억4천만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가 신속·정확하게 체불임금의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1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된 실무협상 중재를 위해 참석했던 천안지방노동사무소 김석윤 근로감독과장은 이형집 전 대표이사의 발언에 대해 “‘이거 들어주면 1년을 지탱하지 못한다’라는 말은 이형집 전 대표이사가 늘 해온 말이다. 그것이 마치 내가 말한 것처럼 언급됐는데 그것은 오해다. 노사의 첨예한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으며, 만약 그랬다면 오늘 같은 실무협상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라며 노조측의 의혹제기를 강력 부인했다.

김 과장은 또 “우리가 사측의 입장만 존중하고 노조에게는 소홀하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지금 우리는 노조에서 제출한 고소장을 수사 중에 있으므로 양측의 얘기를 종합적으로 들어야 한다. 조사 내용 중 통상 임금에 대한 부분을 끄집어내야 하는데 그것이 상당히 어렵다. 4년 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측이 수당지급원칙을 매년 바꿨기 때문에 더 복잡하다"면서 "아직까지도 노사 모두 정신을 못 차렸다. 타협점을 찾으려면 양측 모두 양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양측의 첨예한 갈등 상황에서 14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본 교섭에서도 별 다른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노조는 유착 의혹과 관련하여 오후 4시부터 천안지방노동사무소에서 규탄집회를 진행했고, 서종석 지회장은 “3개월간의 파업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생계가 큰 문제다. 회사는 교섭을 회피하는 듯한 자세와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도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유니온 숍’이냐 ‘오픈 숍’이냐

㈜대성엠피씨는 1967년 대성인쇄공업사로 시작하여 음료 캔, 참치 캔, 분유관 등 금속제품 인쇄전문회사로서 업계에서 국내 1위, 세계 5위, 시장점유율 약 70%로서 2002년 기준 자본금 60억원, 연 매출액 258억원의 경쟁력을 가진 유망 중소기업이다.

노조가 창립된 시기는 올해 4월 12일. 노조측은 많은 이익이 발생했음에도 사측은 임금을 삭감하고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산업재해가 잦은데도 터무니없이 적은 잔업수당, 야간근로수당 미지급, 임금 체계 임의 변경, 강제적인 휴일 근로 등의 문제를 일으켜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지난 수십년간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여성노동자에게 야간근로(22:00-06:00)를 강요하면서 기본급을 60만원 미만으로 고정 지급했고, 상대적 고임금자인 20~30년 이상의 경력자에게는 기본급으로 산정해야 하는 잔업수당을 일괄적으로 낮춰 고정하여 지급해 왔다는 것이다.

노조는 “교섭 기간 중 상대적 고임금자인 경력자들의 임금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잔업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법정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여성근로자 및 저임금근로자의 임금을 10만원 인상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사측은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연차적으로 5만원씩 인상하는 안을 제시하여 사측의 모든 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사측이 조합원 가정에 “노조로 인하여 회사가 망하게 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5살짜리 어린아이에게 “너희 아버지가 깡패에게 맞아 죽었다”라는 통화를 하는 반인륜적인 모습을 보이며 회유와 협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대성엠피씨 서종석 지회장
금속노조 충남지부 대성엠피씨 서종석 지회장 ⓒ 김갑수
노조 서종석 지회장은 지난 7월 21일 교섭에서 단협안 153개 조항 중 147개 조항에는 노사가 잠정 합의했고, 노조가 2개안 철회, 나머지 미타결된 4개안 중 노조의 ‘유니온 숍’ 요구와 사측의 ‘오픈 숍’ 고수에 따른 입장 차로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유니온 숍’은 4조 2항에 “조합가입 대상자가 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하거나 탈퇴했을 때 그 직원은 즉시 직원의 자격을 상실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유니온 숍’은 해당 직장의 조합원이 전 직원의 2/3 이상인 경우, 취업한 모든 가입 대상 직원은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는 제도로서 취업한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지 않거나 가입한 후 자진탈퇴 또는 제명된 경우에는 회사에서도 퇴직해야 하는 규정이며 100인 이상 500 미만의 사업장 중 34.3%가 채택하고 있는 조합가입 방식이다.

이에 반해 ‘오픈 숍’은 노조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방식으로서, 서종석 지회장은 “‘오픈 숍’ 방식이라면 ‘나 혼자서도 20-30명을 조합에서 탈퇴시킬 수 있다’는 사측 모 과장의 발언처럼 사용자측과 노동자측이 복잡하게 학연·지연·혈연으로 연관되어 있는 회사의 상황에서 조합원 다수의 이탈이 예상되며, 지회의 존폐가 위협에 처하므로 공격적인 ‘유니온 숍’이 아닌, 방어적 차원의 ‘유니온 숍’을 사측에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 정석호 총무과장은 “‘민주주의에서는 가입·탈퇴가 자유로워야 하는데, 유니온 숍’의 방법은 노동자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이민구 교육선전부장은 이에 대해 “노조원의 가입·탈퇴 자유를 운운하는 것은 노조의 단결을 우려하는 사측의 기만적인 행동이다. ‘유니온 숍’ 방식은 절대 합법적 방식이며 서구 유럽에서는 어느 정도 보편화 돼 있다”라고 말했다.

잠정합의안 이행이냐 재협상이냐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 가는 또 하나의 쟁점은 지난 7월 21일 잠정합의안 이행여부에 있다.

14일 서종석 지회장은 “사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잠정합의안을 이행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합의된 안을 백지상태로 돌리고 사측에서 제시하는 교섭안을 가지고 다시 교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 정석호 총무과장은 “우리 회사는 하청의 하청을 맡고 있는 회사다. 거래처에서 매일 발주가 들어오기 때문에 물건을 못 만든다면 다른 회사에 뺏기게 된다. 지난 7월에 있었던 협상의 전제조건이 다음날부터 기계를 가동하고 정상운영하기로 한 거였는데 노조는 이를 무시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 때의 잠정합의안은 이행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측이 주장하는 편법 체불에 대해서는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인정하지만,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 미지급 부분을 채워줬고, 우리 회사는 동종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측 노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대준 차장은 “노사 모두가 명분과 입장을 떠나서 한 울타리 안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창출된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이익창출이 어려운 상태에서 잠정합의안만을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단협안을 고민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라며 "지킬 수 있는 단협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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