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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용두사미'
[기자수첩] 무차별 이적성 감정 파문, 결국 '책임자'는 없는 건가

저녁 8시 모든 의원들의 질의순서가 끝나고 보충질의가 이어질 즈음, 공안문제연구소 문제가 다시금 점화되는 듯 했으나 결국 책임자를 찾지 못하고(?) 맥없이 끝나버렸다.

공안연 문제를 의욕적으로 제기한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단체도 감정한다"는 경찰청장의 발언에 '면피'의 기회를 주었고, 경찰 보안국장은 한발 나아가 조직감정의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연구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규식 의원은 최기문 경찰청장을 상대로 한 보충질의에서 "한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다"며 "공안문제연구소가 개별이 아닌 조직에 대해 감정을 할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청장이 할 수 있다고 답해 혼선이 빚어졌다"고 말해 위증의 책임을 묻는 대신 수정 발언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곧바로 최 청장은 "맞다, 할 수 없다"고 정정했고, 최 의원은 청장의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이는 것을 일축했다. 이어 최 의원은 민주노동당, 한청, 진보의련에 대한 조직감정에 대해서도 "실체를 확인해서 서면 제출하라"며 관대하게 끝을 냈다.

마지막으로 감정업무를 중단할 의향이 없냐고 물었지만 피감기관의 관성적인 답변, "합리적으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그 이상의 발언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후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광섭 보안국장을 상대로 조직감정 사실을 재차 캐물었으나 정 국장은 "의뢰기관에서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물어왔고 이에 연구관 개인이 사적으로 의견서를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 과정에서 무리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연구관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 의원은 "연구소가 작성한 의견서는 법원에서 증거물로 채택되었다"고 따졌으나 정 국장은 "법정 증거물이 반드시 공문서의 형태를 띠라는 법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결국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기'하고 있던 공안문제연구소 소장과 연구관을 증인으로 끌어내는 데도 실패하고, 수만 건에 달하는 무작위 감정의 실체를 확인하고서도 책임자에게 이렇다할 사과 한마디 얻어내지 못했다.

'날 세워' 덤비는 국정감사도 이러할 진데 상임위 활동 차원에서 다루게 될 26일 증인심문에서 과연 공안문제연구소부터 어떤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3신 : 18일 오후 6시20분]

사상검증은 하지만 뒷책임은 안진다?
경찰청장, 이영순 의원 책임추궁에 "모른다" 일관


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기문 경찰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기문 경찰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노동당에 대한 집중적인 사찰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국민승리21 시절인 1998년부터 2004년 8월말까지 총 281건을 감정했다. 더욱이 4.15 총선으로 공당의 위치가 된 이후에도 11건에 이르는 감정을 했다. 민주노동당을 국보법으로 옭아매는데 경찰이 적극 동조한 것 아닌가.

감정의뢰는 경찰 뿐 아니라 국정원, 기무사에서도 했다. 기무사의 불법적 민간인 사찰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감정물을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당헌당규도 있고 서울시 청계천 사업 공개토론회 등 공식행사 자료집까지 감정했다. 비공식 회의자료도 있는데 경찰이 민주노동당을 압수수색한 적 있나."


공안문제연구소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사실상의 '사찰'에 대해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경찰청장을 상대로 집중 캐물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감정량은 경찰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기문 경찰청장은 "수사중인 것은 없다"며 "일선 경찰청 보안과장 전결사항이라 민주노동당의 감정에 대해 별도로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또한 이 의원이 "비공개 내부자료는 어떻게 입수했나"는 추궁에 청장이 "보고받은 바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하자 이 의원은 "그럼 대체 누가 책임자인가"라며 답답해했다.

청장은 이날 오전 최규식 의원과의 질의과정에서 '조직감정'에 대한 사실을 시인한 것과 관련 이영순 의원이 이를 재차 확인해 묻자 "단체의 문건이라고 말한 것이다"라고 번복, 얼버무렸다. 이에 최규식 의원이 나서 "단체에 대한 감정을 하고 있다고 답하지 않았냐"고 거들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이영순 의원은 "공안문제연구소는 경찰 등의 수사기관으로부터 281건을 감정의뢰 받아 66건을 찬양동조로, 35건을 반정부로, 20건을 용공으로, 10건을 좌익으로, 9건을 선전선동으로 감정했다"며 "50%를 이적성으로 규정해놓고 공당의 해산사유에 해당하는 이 같은 감정결과를 최고 책임자가 모른다고 하면 누가 아냐"고 물었다.

이에 최기문 청장은 "보안국장이 설명할 것"이라고 답변을 미루자, 이 의원은 "본인이 책임자다, 본인이 답변하라"고 청장의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 청장의 답변은 "경찰대학의 연구기관에 대해 청장이 일일이 알 수는 없다"는 것으로 되풀이 되었다.

이영순 의원은 "최고 책임자가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마치 아무 때나 적용하는 국가보안법과 같다"며 민주노동당에 대한 사찰수사를 진행해온 것과 이를 3급 비밀로 분류해 숨겨온 사실에 대해 경찰청장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최 총장은 "감정을 남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수준에서 답하는 데 그쳤다.

[2신 : 18일 오후 3시20분]

최기문 경찰청장 "단체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
민노당·한청·진보의련 등 '조직감정' 시인... 파장일듯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받고있는 한청(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에 대해 '조직감정'을 한 사실을 시인했다. 또한 감정서가 사적인 차원에서 전달되었음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같은 사실은 창당 이후 280여 차례 '사찰' 사례가 드러난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이미 법원이 국보법 위반으로 판결한 진보의련(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운동연합) 사건에 대해서도 그 파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오가 넘어 시작된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공안문제연구소는 개별 문건에 대해서만 이적감정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조직감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최기문 경찰청장은 "단체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광섭 경찰청 보안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광섭 경찰청 보안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경찰대학 예규에 기록된 공안문제연구소 운영규칙에 따르면 공안 관련 사건의 증거물인 '감정문건'은 "공산주의 기타 국가안전보장과 관련하여 의뢰한 문서, 출판물 및 증거물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공안문제연구소 측은 "조직·단체에 대한 감정사항은 없다"고 부인했고, 다만 한청과 진보의련은 "수사부서에서 자문을 요청해 해당단체와 관련된 감정문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 성향을 검토한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이 있다"고 최 의원 측에 밝힌 바 있다.

경찰청장의 이같은 답변이 나가자 당황한 듯 정광섭 경찰청 보안국장은 "문서, 출판물과 같은 문서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증거물에 대해서는 할 수 있다"고 추가 답변을 했고, 한청과 진보의련에 대해서는 "연구소의 공식 감정서가 아닌 검토의견서로 사적으로 전달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광섭 보안국장은 "이 과정에서 추후 잘못된 일이 밝혀진다면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해 조직감정에 대한 무리수를 일부 시인했다.

공안문제연구소가 '조직감정'한 한청·진보의련 사건은 무엇인가

경찰 보안국이 감정의뢰한 한청 사건의 경우 지난 2002년 9월 전상봉 의장 등 간부 4명이 구속된 이후, 법원은 지난 7월 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결과를 바탕으로 한 검찰의 기소사실을 인정해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판결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 중이다.

의대 교수·의사·간호사·약사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 진보의련은 항소심까지 이어진 재판을 통해 국보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되었다. 진보의련은 1995년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무상의료' 등에 동의하는 의료인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로 2001년 조직 해산을 앞둔 상태였지만, 경찰은 후원금만 보낸 회원을 비롯해 이미 수년 전 활동을 정리한 회원까지 10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이중 8명을 연행했다.

최규식 의원은 "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업무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찰청이 과거사위원회를 설치 자체적인 과거사 규명작업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만큼 위원회 차원에서 공안문제연구소에 대한 전면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최기문 경찰청장은 연구소 '존속' 입장을 보이며 "다만 국가안보 연구 등 사업을 다변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형사정책연구원과 같은 독립된 연구기관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최규식 의원 "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업무, 즉각 중단돼야"

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안문제연구소 감정의뢰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안문제연구소 감정의뢰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공안문제연구소의 존폐와 관련 공안감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찰대학 산하의 치안연구소와 통폐합하라는 입장을 보였다. 박 의원은 "수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초동 수사"라고 전제한 뒤 "노동당에 가입은 하지 않았어도 김일성을 찬양하는 서적을 읽고 노동당 규약을 교육하는 문서를 실마리로 해서 간첩을 잡을 수 있었다"며 공안문제연구소의 역할론을 내세웠다.

이어 박 의원은 김근태 장관, 민주노동당, 소설가 황석영을 '용공' 감정 내린 것과 관련해 "다소 무리한 점이 있었지만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며 "공안문제연구소는 과거의 많은 간첩 사건에서 법원 판결에 유력한 논거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의원은 최기문 청장을 상대로 국가보안법 존폐와 관련한 입장을 추궁했으나, 최 청장은 "국가안보를 고려해 입법기관에서 법안을 마련한다면 집행기관은 그에 따라 성실히 집행하겠다"고 말해 사견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1신 : 18일 오후 1시 15분]

공안문제연구소 쟁점화에 부담스러운 한나라당


정부기관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뒤바뀐 모양새다. 관례적으로 여당은 피감기관의 증인채택을 꺼려하고 야당은 한 명이라도 더 증인으로 불러 정부의 실정을 들추자는 입장. 하지만 18일 국회 행자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는 정반대였다.

최근 무차별한 '사상검증'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공안문제연구소의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은 "증인 출석 요구서가 7일 전 통보되지 않았다"며 국회법 위반을 반대이유로 내세웠고, 열린우리당은 "합의를 해주지 않다가 이제 와서 절차를 따진다"며 "전형적인 시간끌기 전략"이라고 맞섰다.

특히 창당 이후 280여차례 공안문제연구소의 '사찰'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난 민주노동당은 매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제 와서 한나라당이 법과 절차를 말하는 것은 동료 의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수차례 증인요청에 대한 얘기가 오갔고 지난 주 서울경찰청 국감 때 구두 합의한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신청한 증인은 공안문제연구소 전병렬 소장과 가장 오래 재직한 유동렬 연구관. 최 의원은 증인 신청 이유에 대해 "공안문제연구소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감정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무차별적인 사상검증의 실체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의원은 "더욱이 증인들이 증언의 의지를 가지고 대기하고 있다"며 "증인 채택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증인출석을 요구할 때는 증인측에 출석 요구서가 7일 전에 송부되어야 한다"며 '법률 위반'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한 유기준 의원은 "오는 20일 정보위원회 국감에서 공안문제연구소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며 "최규식, 이영순 의원은 정보위에 참석해 질의해도 되지 않냐"고 말했다가 빈축을 샀다.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특별위원회인 정보위에서는 증인채택을 했는데 경찰청 주무 위원회인 행자위가 증인채택을 못해 위원들더러 정보위에 가서 하라는 것은 부끄러운 얘기"라며 "적어도 정보위보다 행자위가 먼저 합의해 다뤘어야 하는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기준 "정보위 가서 질의해라" - 유인태 "공안연은 행자위 소관 기관"

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공안문제연구소 관련자의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하고 있다.
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공안문제연구소 관련자의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증안채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속사정은 다른 데 있어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확정한 가운데 공안문제연구소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오늘 신문들이 일제히 열린우리당의 4대 법안에 대한 보도를 했기 때문에 우리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왜 느닷없이 공안문제연구소를 들고 나오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은 "공안문제연구소 문제는 여당의 국보법 폐지당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공안문제연구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감정서 발급은 법률의 양심과 전문적 지식의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정치권이 왜 끼어드냐"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공안연구소를 의사에, 국보법 위반자들을 환자에 비유 "의사가 환자를 진단해 1주, 2주 진단서를 발급하는데 이에 대해 비전문가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압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다른 곳도 아니고 행자위가 당연히 감사해야 할 경찰청 산하기관을 하자는 것"이라며 "증인채택 요구를 막아놓고 이제 와서 법절차 대로 안했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정략적"이라고 따졌다.

이같은 공방이 계속되자 이용희 위원장은 11시 30분께 정회를 선포했고 여야는 간사간 협의를 통해 공안문제연구소에 대한 증인심문은 오는 26일 행자위원회를 열어 별도로 진행하기도 합의했다.

한편 증인채택으로 인해 지연된 경찰청 국정감사는 12시10분께 개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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