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젖갈축제가 문화축제와는 동떨어진 상업축제로 전락해, 찾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충남 논산시(시장 임성규)는 사업비 5억 원을 들여 지난 10월14일-18일까지 5일간 강경 포구에서 강경젓갈축제를 개최했다.
이 축제는 올해로 8번째를 맞는 축제로 옛 강경 지역의 명성을 되살리고 젓갈을 널리 홍보하며, 판로를 확대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한다는 취지로 매년 행사가 열리고 있다.
특히 2004년부터 국가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되어 이전보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선보이고, 강경 옛 모습 사진전, 남사당놀이, 줄타기 공연 같은 다채로운 행사도 많이 준비됐다.
논산시는 단순히 먹거리, 볼거리 위주의 지역 향토 축제를 벗어나 다양한 문화체험과 함께 문화, 관광, 산업축제로 한층 수준 높은 축제를 선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혀왔다.
그러나 당초 의지와는 달리, 축제 준비 단계부터 문화 행사가 아닌 상업적인 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다양한 계층의 시민참여와 아이디어 공모, 의견수렴이 뒷받침되지 못해 이러한 지적은 예견된 것이라는 게 관련자들의 반응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을 고려하지 않고 행사 대부분을 어른 중심의 행사로 편중되어 있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가족 단위로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마땅히 참여할 프로그램이 없어 행사장 주변을 서성이다 돌아가야 했다. 또한 장애인을 배려한 편의시설 설치를 기대하기란 더욱 힘든 일이었다.
축제 셋째날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행인들이 오가는 잔디밭 한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보고 그릴 풍경이 없어요"
사생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이 들은 주변이 벌판이다 보니 보고 그릴 것이 없어 장소가 너무 불편하다며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또 바로 앞에 펼쳐진 음식점에서 지지고 볶는 음식냄새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소음으로 좀처럼 집중이 안 된다고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전에서 왔다는 이 아무개(33)씨는 "사생대회에 참여하기 위하여 먼 곳에서 이곳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찾았는데 앞을 내다보면 상점들만 눈에 가득 들어와 보고 그릴 풍경이 없어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어요. 사생대회장소로는 적당한 장소가 아니에요. 이곳 저곳 많은 상점들을 보면 시골 장터라는 기분이 들고 어디선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마치 야시장에 와 있는 느낌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같은 시기 다른 지자체에서 유사한 축제가 열렸다.
지자체마다 엇비슷한 축제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어 축제 수준이 질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향토 수준 축제로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축제기간 내내 충남의 다른 지자체에서는 새우젓을 주제로 이곳과 행사내용이 흡사한 젓갈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다른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주요 행사와 비교하여 서로 지역만 다를 뿐 축제의 질적인 측면에서 어느 하나 차이점을 엿볼 수 없어 주제의식이 모호하다.
이곳을 찾은 이정화(30)씨는 "한산 모시축제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인 모시를 주제로 하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를 돌아볼 수 있어 유익했는데..., 이곳은 축제의 주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잘 이해가 안가요."
수준 높은 전국 규모의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들이 축제에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획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또 이번 축제처럼 외국인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내국인들만을 위한 흥청망청 야시장 같은 분위기로는 지역축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앞으로 국내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찾아오게 하는 좀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차별화 전략으로 고품질 문화 축제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