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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안문제연구소 감정의뢰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18일 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안문제연구소 감정의뢰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90년 10월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이후 국방장관과 보안사령관이 해임되었고 보안사는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로 개편되었다.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 김대중 평민당 총재, 노무현 민주당 의원과 김수환 추기경 등 1600여명의 민간인들에 대한 사찰 사실이 드러나자 보안사는 "군 내부 정보수집 외에 민간인 사찰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 국감을 통해 기무사도 여전히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안문제연구소가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측에 제출한 감정목록에 따르면 기무사는 △2001년 77건 △2002년 207건 △2003년 276건 △2004년(8월말까지) 102건 등 총 662건에 달한다.

황석영, 한홍구, 김세균 등 '진보적' 인사 다수

기무사가 공안문제연구소에 의뢰한 주요 감정 사례를 보면, 한총련 소속 대학들의 유인물과 더불어 가장 많은 것은 진보적 지식인의 저술과 관련한 것이었다.

소설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비롯해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1·2권)], 조희연 교수의 [한국사회운동사], 박노해 시인의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함석헌 평전] 등의 출판물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정인에 대해서는 사찰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한홍구 교수가 한겨레21에 연재한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중 17편이 감정된 것을 비롯해 김세균 교수('자본주의 미래' 등 6건), 이진경 교수('탈근대적 사유의 정치학' 등 7건) 외에도 조정환('반전운동내 반미운동' 등 3건), 이삼성('한반도 통일문제 접근의 주요문제' 등 3건), 진중권('이문옥을 외면하고 국민사기극을 집어치워라'), 강정구('미군철수와 한반도 평화통일') 교수 등이 기무사의 의뢰로 이적성 감정을 받았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겨레신문의 '독재정권에 철퇴를 내렸던 학생운동'(손석춘) 기사와 한겨레21에 보도된 '김일성 가짜설?' 그리고 한겨레신문사가 출판한 박노자 교수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등이었다. 또한 신동아의 '미국의 12·12 광주 해명에 의혹있다' 기사와 오마이뉴스의 '주한미군문제 적극적 공론화 필요' '미군 없는 한국을 준비하자' 등의 기사가 기무사의 사찰대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우리는 왜 성매매를 반대해야 하는가'(한국여성연구원·원미혜), '전국 성매매 여성의 실태 및 대안연구'(새움터 대표·김현선), '생태건축의 의미와 전개방향'(한국건설기술연구원·김현수) 등의 논문도 다수 포함되었다.

기무사 "군 내부 실정법 위반 여부 판단하기 위한 것" 해명

한편 민주노동당은 경찰, 국정원, 기무사가 공안문제연구소에 감정의뢰한 281건 중 기무사가 의뢰한 12건에 대해 "기무사가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계속하고 있으며 원내정당에 대한 사찰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기무사 사령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내고 "기무사는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 활동 뿐 아니라 상가임대차보호법제정을 촉구하는 당 특보에 대해서조차 공안문제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는 등 민간인사찰을 금하고 있는 관련 실정법을 위반했다"며 "헌법상 군의 정치적 중립의 의무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규식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 국정원과 기무사의 대면보고를 없애고 경찰청도 정치정보 수집부서를 해체한 마당에 이뤄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참여정부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며 지휘계통과 보고라인의 실체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기무사측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감정을 의뢰한 서적들은 군에 입대한 안보위해세력들이 보안성 검토를 받지 않고 은밀히 영내에 반입하거나 동료 병사에게 탐독을 권유한 서적"이라며 "군 내부의 실정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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