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역시 지체 장애가 있는 편모 슬하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미선이가 보육원에 들어온 것은 10살 무렵이었다. 삼신 보육원은 장애아들만 전적으로 돌보는 곳은 아니었지만 비장애 아이들과 차별 없이 규칙적인 생활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고 판단 능력이 약한 학습 장애아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진 미선이는 10살이 넘도록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글자는 물론 숫자도 몰랐다. 그런 미선이를 실업계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시키고, 아이를 돌보고 살림살이를 하는 보통 주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까지 일화들을 열거하려면 밤을 새야할 정도라고 한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솔직히 미선이를 그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많았다고 한다.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일은 예사였으며 가출해서 생활지도원 교사들과 밤새 울면서 찾아 다녔던 기억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최 원장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미선이에게도 한 가지 꿈이 있었는데 그렇게 꿈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기까지 보육원의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 종사자들의 신념과 지속적인 사랑이 있었다.
미선이 꿈은 큰 식당 주방에서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 일이라고 한다. 미선이 상태로는 그런 일을 하기에는 세상이 험해서 따로 직업 훈련을 시켰다. 하지만 적응을 못한 미선이는 보육원으로 돌아와 주방 일이며 영아들을 돌봐주는 등 살림꾼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런 미선이를 눈 여겨 본 동네 사람들이 중매를 해서 철수(26·가명)씨와 교제를 하게 되었다. 신랑 역시 미선이와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가정 교육을 잘 받은 반듯한 집안이어서 최 원장은 결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가을의 신부가 되어 화사한 웨딩 드레스를 입은 미선이가 신부 대기실에서 최 원장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그 동안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빠랑 잘 살게요.”
“이제부터 제가 ‘어머니’라고 부르겠습니다.” 미선이의 신랑 철수씨는 이 말을 몇 번이나 연습한 듯 최 원장을 향해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는 순간 최 원장은 가슴에서 올라오는 진한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우리는 시설 아이들을 편견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더구나 장애아들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희망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아직도 시설에 대한 선입견이 있고 이해가 부족한 이가 있다면 꿈을 키워주고 시집까지 보내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삼신 보육원의 미선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친부모가 돌보기 어려운 아이들도 사회가 맺어준 제 2의 부모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오히려 더 잘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고 있음을 가을의 신부가 된 미선이를 통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