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은 22일 '국정감사 평가보고서'를 통해 "'참여·정책·민생국감'을 연착륙시켰다"고 원내진입 후 첫 국정감사를 자평했다.
민주노동당은 이 보고서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해 민생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성실한 활동을 펼쳤다"며 국감 평가에 후한 점수를 줬다. 또한 "(의원들이 각 소속 상임위에서) 국감이 정략적 대결의 장으로 악용되는 것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견인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고 그동안의 성과를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10명의 의원이 수많은 현안을 다뤄야 하는 객관적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선점한 이슈를 더욱 부각시키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고 지적하고 "이는 원내외 긴밀한 연계 속에 이후 흐름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10명의 의원들이 각각 평가한 '국정감사의 성과와 한계'도 담고 있는데, 의원들의 자기 평가는 당 차원의 종합평가에 비해서 점수가 낮은 편이다.
의원들은 이 평가에서 ▲국정감사 제도와 피감기관에 대한 이해 부족 ▲당과 의원실의 유기적 협력체제 부족 ▲정책 역량 및 치밀한 전략 부족 등을 국감 대책의 문제로 꼽았다.
김용신 의정기획실장 역시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비정규직의 문제를 질의했는데, 이를 공동보도자료로 낸다던지 '비정규직 국감의 날'을 지정해 '포장'을 시켰을 수 있었지만 집중을 못했다"며 "'의원 10명의 국감'이 아닌 '민주노동당의 국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기획과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실장은 "10∼15분 질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제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나머지 의제를 버리는 것이라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질의 기술에 대해서는 "의원들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초선이라는 핸디캡이 있는데 당장 소기의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보력·경험·조직력 부족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보고서에서 권영길 의원은 "국감장에서의 몇 마디 질의를 위해 수십일 동안 머리 싸매고 고민했지만 정보력, 경험, 조직력 등 많은 측면에서 기성정당들에게 뒤지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파생상품 통한 환시장 개입으로 1조8000억원 손실' 등의 문제를 짚어내며 막강한 '경제통' 동료 의원들에게조차 '베스트 의원'으로 꼽혔던 심상정 의원은 "소나기 기말고사를 본 느낌"이라며 "짧은 질의시간과 보물찾기 수준의 자료 및 정보차단으로 인해 한계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심 의원은 "다른 당은 의원들끼리 의제를 분담하는데 민주노동당은 상임위에 1명씩밖에 못 들어가다 보니 집중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언론들이 큰 정쟁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민주노동당의 정책대안이 드러나지 못했다"며 "당 차원에서도 통일적인 전략으로 (의제를) 적극적으로 부각시켜내지 못했던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애자 의원은 "의료시장 개방 반대, 식품안전대책,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해소 등 대안중심의 접근을 했지만 (원내에서 의제화될) '상품성'은 없었다"며 "시간을 단축시키고 보다 대중적인 소재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감 첫날부터 '역사교과서 친북성' 논란으로 파행을 겪었던 교육위의 최순영 의원 역시 "밤을 새며 준비한 진지한 논의는 실종되었고, 거대 여야가 '이슈 따라잡기식 논쟁', '치고 빠지기식 논쟁', '힘겨루기식 논쟁'에만 몰두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강기갑 의원(농해수위)은 "질의시간이 짧아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며 "국감기일을 연장하거나 상시국감체제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수립, 과제 확인의 계기... '국감 이후'가 더 중요"
몇몇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정책국감, 민생국감을 펼쳤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국감을 통해 관련 현안과 정책대안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며 이후의 정책 수립과 입법 발의에 대한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노회찬 의원은 "다소 밀도가 낮기는 했지만 정책국감이라고 부를 만하고, 정책대안을 수립할 계기가 되었다"며 "스스로 나름의 성과를 인정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이영순 의원은 용역경비의 노조개입 문제, 비정규직과 여성공무원 처우 문제 등을 예로 들며 "만나는 분들이 (민주노동당 국감에서) 한줄기 희망을 본다고 격려하셨다"고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단병호 의원은 "노동행정 및 환경행정전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향후 상시 국감을 행한다는 마음으로 노동행정 및 환경행정의 문제점을 추적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승수 의원 역시 "100%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국정감사 이후의 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감 결과를 가지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감에서 천영세 의원은 의원단대표로서 4대 개혁입법안 발의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 대응하면서도 소속 상임위인 문광위 국정감사에 꾸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천 의원단대표는 이에 대해 "10석이라는 소수 정당이라는 원인도 있었지만 원내 대표로서 국정감사를 끝까지 챙긴 첫 사례가 아닐까 싶고, 모든 국정감사에 참가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나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국감장에서 자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