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종합기계(이하 대우종기) 인수를 둘러싼 두산중공업과 대우종기 노조간의 첨예한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대우종기 노조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대우종기 노조는 '구조조정의 전도사'라 불리는 두산의 경영행태에 대해 여전히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어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국면을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27일 대우종기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과 동시에 대우종기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는 한편, 고용승계, 사업부 분할 반대 등 대우종기 노조쪽이 요구해 왔던 사항을 일정 부분 수용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대우종기 인수 전제 '글로벌 톱 5' 진입 비전발표...'분주한'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기계산업분야에서 '2010년까지 글로벌 톱 5'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우종기가 워크아웃 기간 동안 다소 부족했던 연구개발분야를 강화하는 한편, 시설투자를 강화해 제품 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간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진전된 안을 내놓았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3년 동안 100% 고용보장과 함께 상호 협력의 대화 채널을 구축해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종기 인력들이 워낙 우수하고 사업이 굉장히 잘되고 있기 때문에 3년 이후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오히려 '글로벌 톱5' 진입이라는 자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충원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우종기 공대위 쪽의 구조조정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대우종기 인수에 성공할 경우 대우종기를 독립자회사로 운영하고 6개 부문으로 이뤄진 사업부도 분할 또는 합병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판단하건대 그대로 존재할 때 시너지 효과가 높다"며 분할 및 합병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한국중공업 구구조정 악몽 떠올리는 대우종기 노조 "그말을 어떻게 믿어?"
이러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표정에는 우려와 불신이 가득했다. '두산은 안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힐 정도로 강경하다. "3년 동안 100% 고용을 승계하겠다", "사업부를 분할하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도 팽배해있다.
특히 대우종기 노조는 두산중공업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했을 당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일었던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일단 약속을 제시해 놓고 인수 뒤에는 매몰차게 내치는 이중적 면모를 다시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안재석 대우종기노조 인천지부 수석부지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두산중공업이 3년 100% 고용보장이라며 기간을 정했는데 이것은 맞지 않다"며 시한부 고용보장을 약속한 두산중공업의 진의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안 부지회장은 또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법적 구속력을 갖는 문서로 약속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사업부 분할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노조 경영참여 불가' 우회 시사...노조 반발 살 듯
하지만 안 부지회장은 "간접적인 경험이지만, 두산에서 한국중공업 인수하면서 보여준 행태가 있지 않느냐"며 한국중공업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 사례를 떠올린 뒤 "명백하게 (한국중공업에 활용했던) 그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 계약 체결 때 계약사항 불이행에 따른 페널티 조항을 삽입하는 등의 조치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안 부지회장은 "더이상 언론플레이 등 말로만 하지 말라"고 충고하며 두산 인수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노조의 다른 한 관계자도 "그간의 두산의 행태를 잘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두산의 약속 자체를 신뢰하지 않을 뿐 아니라 두산 인수 자체를 반대한다"며 두산중공업의 '제스처'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대우종기 노조 창원지부는 더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대우종기 노조 창원지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은 명백한 두산 자본 인수 반대입장이고 두산의 실사도 저지할 것"이라며 두산중공업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두산과의 협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두산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싸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이 노조의 경영참여를 보장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여전히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경영참여를 보장할 의사는 없느냐'는 질문에 "두산중공업도 윤리경영이나 투명경영 표방하고 있고 경영투명성에 대해서는 보장을 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수용하기 힘들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얘기들은 앞으로 노조와 채널을 구축해서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후 협상에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대우종기 노조는 오는 28일 민주노총 금속연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산중공업이 최종입찰자가 되지 않도록 강력한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어 다음날(29일)에는 자산관리공사를 방문해 우선협상대상자들이 제시한 인수 이후 운영계획서, 5년간 사업계획서 등에 대해 공개를 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