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지원 현대 비자금 수수 의혹 사건의 핵심 관련 인물 3명. 왼쪽부터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김영완씨, 고 정몽헌 전 현대 회장.
박지원 현대 비자금 수수 의혹 사건의 핵심 관련 인물 3명. 왼쪽부터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김영완씨, 고 정몽헌 전 현대 회장. ⓒ 오마이뉴스
우선 O씨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즉 O씨는 김씨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으면 모를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따라서 O씨의 증언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의 본질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이른바 '삼인성호'(三人成虎) 사건이다. 삼인성호는 '세 사람이 짜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하면 곧이듣는다는 고사성어이다.

그동안 수차례의 연속 보도를 통해 지적해왔지만, 이 사건에서 검찰의 공소제기를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는 하나도 없다. 그 대신 '취약한 증언 증거' 뿐이다. 즉 검찰은 김영완과 이익치, 두 사람의 증언에 의존해 박지원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공범관계라면 사건의 본질이 달라진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S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물적 증거는 하나도 없고 인간이 조작 가능한 증언 증거뿐"이라면서 "흔히 검사가 죄지은 놈을 협박하면 자기가 살려고 거짓말하는데 이것을 증거라고 내세운 것뿐이고 물적 증거는 하나도 없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축했다.

사실 검찰의 두 사람에 대한 '의존도'는 검찰이 두 사람을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검찰이 이 사건을 떠받치고 있는 2인의 증언이 언제 바뀔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플리 바겐'에 의한 증언 증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무한 물적증거, 오직 증언증거 뿐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사실관계는 2000년 4월 당시 박지원 문광부장관이 돈을 달라고 한다는 김영완씨의 전언을 들은 정몽헌 회장이 이익치 회장을 통해서 박 장관에게 1억원짜리 CD 150장(150억원)을 건넸고, 박 장관은 이 CD를 김영완씨에게 맡겨 관리하게 하는 한편으로 그 가운데 20~30억원 가량을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핵심적인 진술은 이익치씨와 정 회장의 진술, 그리고 해외 도피중인 김영완씨의 자술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생전에 박 장관으로부터 직접 '돈을 달라'거나 '돈을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고 공판에서 진술했다. 다만 김씨로부터 '박 장관이 돈을 달라고 한다'는 얘기와, 이씨로부터 '돈을 전달했다'는 보고를 들었을 뿐이다.

게다가 검찰이 박 장관의 가족과 보좌진은 물론 사돈네 팔촌까지 계좌를 샅샅이 뒤졌지만, 박 장관과 그 측근이 김씨가 관리한 돈을 사용했다는 아무런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김영완씨는 자술서에서 박씨가 가져간 20~30억원 가운데 3억원 가량은 수표였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3인 중에 어느 한축의 증언만 무너져도 검찰의 공소사실은 무너지게 돼있다. 그런데 3인 가운데 정몽헌 회장은 고인이 되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남은 2인 가운데 이익치 회장은 당사자이므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리가 없다. 결국 남은 사람은 김영완씨뿐이다.

김영완의 특별한 위치

김영완씨의 '신분'은 현재 박지원씨와 일종의 공범관계다. 그러나 김씨의 증언이 무너져 박지원씨가 무죄면, 이익치씨는 유죄가 성립하고 김씨는 이번엔 이익치씨와 공범 관계가 성립한다. 김씨로서는 결론이 어느 쪽이건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유죄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김씨는 언제든지 심경변화를 일으키거나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나면 자신의 증언(검찰에 보낸 자술서 2건)을 번복할 수 있다. 나중에라도 김씨가 진술을 번복하면 박지원 피고인은 설령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이 되더라도 나중에 재심 청구 사유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씨의 진술(자술서)은 이미 대법원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결이 났다.

권노갑씨의 현대비자금 200억원 알선수재 사건을 심리해온 대법원 제3부(재판장 변재승 대법관)는 지난 8일 "(해외 도피중인 김영완씨가 검찰에 보낸) 진술서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 결국 위 진술서는 형사소송법 제314조 소정의 둘째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면서 "그러므로 원심이 이를 증거로 채택한 것은 잘못이다"고 판시했다.

권씨 사건 또한 김영완씨와 이익치씨가 핵심 관련자로 개입돼 있다. 김씨는 현재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씨 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마지막 판결을 앞두고 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