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된 김진 전 사장 후임으로 1일 대한주택공사 사장에 한행수 전 삼성중공업 건설부문 대표가 취임했다. 그는 이날 오전 취임식이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이 공공성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주공의 공공성 강화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그는 부족한 임대아파트 건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분양 아파트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민간업체와 견줄 수 있을 만한, 중상층 이상이 선호하는 아파트를 건설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임대아파트 재원도 마련하겠다는 것이 주공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차별화된 주택 공급전략을 통해 소득의 재분배를 실현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 사장은 당면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경영의 비효율성을 타파하기 위해 개인별 업무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나름의 방안도 제시했다. 한 사장은 "의사결정구조 및 결재라인을 축소하고 책임과 권한을 하부로 적극 이양하겠다"며 '분권화'를 비효율성 타파를 위한 제1 원칙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직원 개개인의 업무 평가를 철저히 이행해 상벌을 명확히 함으로써 인사의 합리성과 정확성을 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행수 사장은 45년 마산 출생으로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 부사장 ▲삼성중공업 건설부문 대표이사 부사장 ▲삼성물산(주) 건설부문 고문 등을 거친 건설전문가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입후보했으나 후순위로 밀려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다음은 한행수 주공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사장 취임과 관련해 소감은.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주택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살려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는 주택을 건설하는데 매진할 것이다. 하루 빨리 주공 업무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 취임 전 다양한 경로로 주공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을 텐데.
"먼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경영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중요하다. 주변 경영여건이 어렵기는 하지만 주공의 역사와 주택건설 노하우는 업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우선 민간의 효율성을 접목시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힘쓸 계획이다.
- 민간의 효율성과 공공성이 충돌할 때는 이를 조화시키기가 어렵지 않겠나.
"주공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서민주택 공급이라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효율을 접목시키는 차원에서 조화를 꾀할 생각이다. 민간의 벤치마킹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선택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공공성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안에서 이뤄질 것이다. 다만 의사결정구조 및 결재라인을 축소하고 책임과 권한을 하부로 적극 이양하겠다. 그런 정도로 주공은 이전보다 훨씬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경영방향은.
"무겁고 관료적인 분위기의 쇄신이다. 밝고 힘차 보이는 조직으로 일신해야한다. 주공이 공급한 아파트들도 이제는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들게 해서 민간아파트와도 경쟁이 가능하도록 지어나갈 생각이다. 주공아파트가 민간아파트와 경쟁한다면 당연히 수요자들이 주공아파트를 선택하도록 해야하지 않겠나.
주공이 집 장사를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임대주택 기금과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선 공공성을 위해서라도 일반 분양 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민간업체와 견줄 수 있는 아파트를 선보여 주공아파트의 이미지를 바꿔 놓겠다. 중상층 이상이 선호하는 아파트로 경쟁력을 강화, 수익을 극대화해 이를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겠다. 조직에서부터 주택건설 등에 이르기까지 업무 파악이 되는대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
- 주공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명경영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새로운 구상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권한은 하부로 이양하고 책임은 위에서 지는 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경영은 많이 투명해질 것이다. 대신 개인별 업무 평가를 철저히 이행해 상벌을 명확히 할 것이다.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제대로 일하는 개인별 업무평가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인사의 정확성을 기하겠다. 이에 따른 성과를 기반으로 인사고과가 이뤄지도록 혁신하는 것이 맨 먼저 할 일이라고 본다. 주공은 앞으로 모든 사람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문턱을 낮춰 항상 열린 마음으로 고객을 대할 것이다. 앞으로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