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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이라크 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대표단.
지난 7월 20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이라크 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대표단. ⓒ 오마이뉴스 남소연

"좌파논쟁?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우파인 열린우리당은 내버려두고 진짜 좌파인 민주노동당과 정책 경쟁을 겨루자!"

최근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념논쟁에 '진짜 좌파'인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내놓은 관전평은 "근거없는 한나라당의 좌파 딱지 붙이기와 열린우리당의 수세적·몰국민적 대응"으로 요약된다.

노회찬 의원은 "빈부격차가 늘어나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좌'라고 하면 할말이 없는 것 아니냐"며 "EU 대사가 '열린우리당은 유럽 기준에서 중도우익'이라고 하던데 외국에서 볼 때는 이런 수준의 이념논쟁이 창피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한나라당이 좌파적이라고 하는 열린우리당의 4대 개혁입법은 다 87년 6월 항쟁 이후부터 나온 얘기인데, 당시 13대 국회가 여소야대여서 못했고 재벌 규제도 기존부터 시행하던 것"이라며 "이런 정책이 좌파라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행한) 금융실명제는 공산주의냐"고 꼬집었다.

"재벌 규제가 좌파? 그럼 금융실명제는 공산주의냐!"

민주노동당은 "진짜 '좌파'로서 보수진영과 정책적 이념논쟁을 벌이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제114주년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여해 노동자들의 선물인 '전태일 평전'과 '불판'을 들고 있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들.
민주노동당은 "진짜 '좌파'로서 보수진영과 정책적 이념논쟁을 벌이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제114주년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여해 노동자들의 선물인 '전태일 평전'과 '불판'을 들고 있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종철 최고위원 역시 "한나라당이 외신의 보도나 외국 단체들의 시각을 근거로 열린우리당이 좌파라고 말하는데, 자기 편한 대로 근거를 붙이는 것"이라며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가 볼 때는 대한민국이 '꼴통들의 천국'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 당 대변인이었던 김 최고위원은 "좌파들은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우파에 대해 공부를 하는데, 우파는 세계사적으로 좌파가 뭔지 전혀 공부를 안한다"며 "각 당 대변인들도 정치적 수사로는 좌파라고 말해도 정확히는 모르고 쓴다"고 지적했다.

김용신 의정기획실장 역시 비정규직 법안, 철도 민영화 등을 예로 들며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신자유주의 정당"이라고 평가하며 "한나라당이 이런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이념시비에 대해 "수준 이하의 논쟁이며 강경보수의 위기감 표출"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한나라당의 이념시비의 배경은 40여년간 정치를 주도하다가 대권을 못 잡고 원내 1당까지 놓친 강경보수의 위기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방향감각을 잃고 좌우 구분을 못하는 바람에 자기 말고는 다 좌파로 보고 있다"며 "이는 히틀러와 같은 방식이고 극우의 공통점"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김윤철 상임연구위원은 "한국정치사적인 의미에서 '좌파=비주류'였고, 이런 개념에서는 신진정치세력인 열린우리당의 대부분이 좌파로 보일 수 있다"며 "이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념논쟁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대해서도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노 의원은 "이부영 의장은 물론 양당이 좌파는 무조건 나쁜 것처럼 얘기해서, '진짜 좌파'는 (논쟁에도 못 끼고) 가만히 앉아서 나쁜 놈이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 위원은 "열린우리당 역시 '좌파, 빨갱이=나쁜 놈'이라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되어 방어적으로 대응한다"며 "좌파가 아니더라도 혼합자본주의에 대안을 찾을 수 있는데, 방어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정책 지평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열린우리당이 자신이 좌파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이 아닌 한나라당에게 입증하려고 하는데 이는 몰국민적 태도"라고 꼬집었다. 또한 "국민들 입장에서야 잘 먹고 잘 사는 데에 좌면 어떻고 우면 어떻냐"며 "더 경쟁력있는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 진짜 이념논쟁 원한다면 민노당이랑 붙자!"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7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노무현 대통령을 좌파민족주의자'로 보도한 TIME지를 들고 사실여부를 질문하고 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7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노무현 대통령을 좌파민족주의자'로 보도한 TIME지를 들고 사실여부를 질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노동당은 이념논쟁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오히려 의원과 당직자들은 "제대로 된 이념논쟁이 없는 게 문제"라며 "한나라당이 정말 이념논쟁을 원한다면 엉뚱하게 열린우리당을 공격할 게 아니라 '진짜 좌파'인 민주노동당과 경쟁하자"고 제안했다.

심상정 의원은 "각 정당의 이념과 그에 따른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거대 양당이 정치공세용으로 이념논쟁을 하기 때문에 논쟁의 구도가 색깔론과 정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용신 실장 역시 "현 이념논쟁의 문제는 민생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붙은 논쟁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한나라당이 정책적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좌파'라고 딱지를 붙이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지금 국회에는 97%의 우파와 3%의 좌파(민주노동당 의석 비율)가 있다"며 "한국사회에 진보와 보수의 경쟁을 만들고 현실에 투영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객관적으로 10석의 한계가 있고 양당 구조가 견고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태"라며 "당장 만족하기는 어렵겠지만 부유세 도입 등 보수-진보 구도를 확대할 수 있을 만한 의제들을 어떻게 만들지가 이후의 과제"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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