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 특별법이라는 발상 자체가 걱정스럽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
"지나치게 파격적이어서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현행 법체계에서 가능한데 왜 특별법을 만들려는지 의문이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재벌들이 개발이익 독식하는 법안이므로 철회돼야 한다." (주대환 민노당 정책위원장)
모처럼만에 여야 의원들이 시민단체와 의기투합했다. 2일 '기업도시특별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모인 여야 의원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은 특혜와 기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기업도시 특별법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켜서는 안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아직 각 당이 당론을 확정지은 상태가 아니어서 참석한 의원들의 주장이 곧 당론을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일단 기업도시특별법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는 사실에는 다들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각당의 당론 확정 과정에서 토론회의 결론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는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김종인 민주당 의원,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와 이지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발제는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와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이 맡았다.
김종인 의원 "기업도시 건설자금 결국 은행에서 빌릴텐데…" 금융권 부실화 우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기업도시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의 발상 자체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 이유로 기업도시 건설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여력 부족이 금융권 대출을 거쳐 은행 부실화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의원은 "기업도시 하나를 만들려면 몇조원씩 투입돼야 하는데 어디서 그 돈이 나오겠느냐"며 "금융기관이 대출해주지 않으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은행 돈으로 기업도시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자칫 금융권 부실화를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 의원은 기업도시특별법을 '건설경기 높여서, 성장률 높이겠다는 발상'으로 정의한 뒤 "이렇게 졸속으로 경제를 운용하면 우리 경제는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같은 비합리적인 법률이 제정돼 만약 기업도시가 탄생한다면 몇십년 지나야 정상화될텐데,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면 정부는 어떻게 할거냐"고 중도 부실화에 따른 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 "특혜 부여 지나치게 파격적"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도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우 의원은 "초기안보다 여러부분이 보완됐음에도 불구하고 특혜 문제들, 예를 들어 토지수용권 부여나 자금조달 특례, 국공유지 혜택, 학교·병원시설 설치 특례 허용 등은 지나치게 파격적이어서 놀랄만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우 의원은 "기업도시특별법 추진의 목적이 국가균형발전 도모라고 하는데 이게 아니면 균형발전의 대안이 없느냐"고 되물은 뒤 "산업단지법이나 도시개발법의 문제점을 보완해 추진하면 되지 굳이 특별법까지 만들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이어 우 의원은 "기업들이 특권을 통해 개발이익을 챙기는 등 특혜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는 아직 답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시민단체와 정부 여당, 야당이 힘을 합쳐 지혜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원론수준의 대안을 제시했다.
박재완 의원 "현행법으로 가능한 걸 왜 특별법으로 하려는가"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교수 출신인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은 법리적, 경제적 문제점을 동시에 들이밀며 기업도시특별법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기업도시는 토지의 특성상 되물리기 힘든 것이므로 선택가치가 수반된다"면서 "무분별한 난개발, 부동산 가격 거품, 환경파괴, 중복 과잉투자 등이 생겨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법안의 목적이 불투명하고 민간복합도시라는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며 "현행 법체계서 가능한데 굳이 특별법을 왜 제정하려는지 의문이며, 제정될 경우 현행법은 결국 사장되는 것 아니냐"고 정부정책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뿐만 아니라 박 의원은 민간기업에게 토지강제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고, 개발이익을 환수할 장치마저 부족하다면서 "동의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대환 정책위원장 "만약 대기업이 해당 지역에서 철수한다면?"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은 기업도시 뿐 아니라 정부의 '뉴딜적 종합투자계획' 전반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주 위원장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구호는 경제부흥, 시장개혁, 실업구제였는데 기업도시특별법이 포함된 정부의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은 시장개혁은 커녕 재벌에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 위원장은 "기업도시로 재벌들은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반면, 개발비용을 지역사회에 외부화시키는 '개발의 섬'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만약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발전 전략과 지속가능한 지역혁신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그는 "만약 대기업이 해당 지역에서 철수한다면?"이라는 질문을 꺼내들기도 했다.
특히 주 위원장은 건설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한 정부의 뉴딜적 종합투자계획 때문에 "부동산 투기 붐에 따른 가계소비 침체와 빈부격차 심화 현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히려 재벌개혁에 더 매진할 것을 정부쪽에 주문했다.
시민단체 "골프장, 카지노 과잉으로 모두 도산할 것"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이들 정치권 인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지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기업도시의 대부분은 관광레저형일 것이고 관광레저형의 핵심은 골프장과 카지노"라며 "이같은 정책은 결국 골프장과 카지노의 과잉을 가져와 모두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주도의 중문단지, 인천의 용유도 개발계획 등은 20년이 지나도록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면서 "여기에 기업도시 명목으로 관광레저단지를 또 만든다는게 현실적인 얘기냐"고 반문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민간업체의 토지수용권 취득이 가지는 위헌성에 주목한 뒤 "도시개발법에 비해 훨씬 더 기본권 침해가 심각한 데도 입법목적은 도시개발법 보다 정당성이 더 낮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위해 많은 특혜를 주자는 것에 기업도시 특별법의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추정하고 "그런 입법 목적을 가지고 가혹한 방식의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시킨다는 것 자체에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