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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석문 국가 공단 내 갈대밭에 갈대를 포장한 랩이 수백개 널려 있다.
당진 석문 국가 공단 내 갈대밭에 갈대를 포장한 랩이 수백개 널려 있다. ⓒ 이광석
한 해 50-70여 종에 이르는 각종 철새 20여만 마리가 날아드는 충남 당진군 석문면 석문문국가산업단지(365만5000평) 내 갈대밭 300여만 평 중 100여만 평을 한우목장업자와 사료제조업자가 조사료용으로 무단 채취하는 바람에 서식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베어낸 갈대를 개당 100kg이 넘는 덩어리 수백 개로 만든 다음 발효시키기 위해 그 자리에 놓고 암모니아 가스를 주입한 뒤 흰색 랩으로 포장하고는 한 달 넘게 방치하고 있어 냄새와 모양에 새들이 놀라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이 곳은 지난 1990년 공단을 조성키 위해 방조제 공사를 끝낸 이후 별다른 사업을 하지 않아 거의 자연 상태로 15년이 지나면서 드넓은 갈대밭으로 변해 여름과 겨울철새는 물론 고라니, 산토끼, 너구리 해서 각종 육상동물까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인근 지역 한우목장업자나 사료업자가 갈대를 채취해 조사료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바람에 해마다 훼손면적이 넓어지면서 날아오는 철새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인근 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 10월 초순께 업자들이 대형기계를 동원해 1주일 넘게 갈대를 베어내고 곧바로 흰색 랩으로 포장했다"고 말했다.

이광석 한국조류보호협회 당진군 지부장은 "해마다 이맘때면 가창오리와 같은 각종 철새들이 적게는 10여만 마리에서 많게는 30여만 마리까지 서산 천수만 지역을 오가며 휴식을 취하던 곳인데 올해는 철새들이 도래하기 시작하는 10월 초순께 베어낸 갈대를 흰색 랩으로 포장해 놓아두는 바람에 철새들이 놀라 접근하려 하지 않아 최근 무리를 이룬 철새들을 거의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이 지역은 갈대숲에서 둥지를 틀고 여름을 나는 여름철새인 개개비(휘파람새과. 크18.5cm)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한 해 1만여 마리가 넘게 찾아오는 곳인데 갈대밭이 훼손되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줄어 갈대밭 근처만 가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리던 소리도 이젠 귀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철새들은 주변 환경에 예민해 큰 랩 덩어리 같은 것을 보면 스트레스를 일으켜 이내 다른 곳으로 간다"고 덧붙였다.

인근 지역인 석문면 삼봉리에 사는 박아무개(54)씨는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 갈대밭에 가면 철새를 불법으로 사냥한 엽총 탄피가 여기저기 널려져 있었는데 올해는 구경할 수 없다"며 "이젠 철새도 진객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진군 관계자는 "소관이 군이 아닌 충남도 건설사업단 소속이라 알지 못 한다"고 설명했으며 도 해당부서 관계자도 "전혀 알지 못 한다"고 말해 관청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류협회 당진군지부는 "갈대를 베어낸 사람이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자연보호 차원에서 본인들에게 갈대로 만든 대형 랩 덩어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행정관청에서 권고할 수 있는 사안은 되지 않느냐"며 당진군과 충남도의 무관심을 비난했다.

이 지부장은 "1일과 2일 이 지역에서 철새 관측을 한 결과 1일에는 대호호에서 머물던 재두루미 4마리가 이 지역 상공을 배회하다 그대로 다른 곳으로 날아갔고 2일에도 갈대밭 근처 갯벌에 앉았던 저어새 5마리가 랩 덩어리를 보고 그대로 천수만 지역으로 날아갔다"며 "갈대밭의 훼손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철새뿐만 아니라 갈대밭에 사는 각종 들짐승의 생존도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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