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공무원과 교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노동쟁의조정법 개정안은 전국공무원노조나 민주노동당이 마련한 안이 아니다. 이는 지난 88년 당시 통일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국회 노동위원회 간사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이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9일 최근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 찬반투표와 관련 주요 정치권 인사들의 노동기본권 관련 과거 발언을 공개하며 "최소한 15년 전 국회에서 제안됐던 법률에 규정된 내용만큼의 공무원 노동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의원은 "공무원노조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임의조직이라고 하더라도 투표행위 자체를 막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며 "영국에서는 공무원 20만명이 파업을 했지만 이로 인해 징계받은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의원단총회에 참석한 노회찬 의원 역시 "(노 대통령이 냈던 안이) 민주노동당 안보다 좋은 안"이라며 "공무원노조가 이 법안으로 보호받았어야 할 것을 지난 15년 동안 보호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단병호 의원이 공개한 국회 기록에 따르면 88년 당시 노 대통령과 함께 이인제 자민련 의원이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로 나섰고, 김영삼 전 대통령, 김덕룡 현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58명 의원이 찬성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같은 해(88년) 평화민주당의 이상수 의원 역시 공무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해찬 현 국무총리, 김원기 현 국회의장이 이에 참여했다.
당시의 노동관계법은 민주정의당과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혔고, 국회 노동위원회를 거쳐 단체행동권을 삭제한 형태로 이듬해인 89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그러나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효력을 갖지 못했다.
공무원노조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안은 바로 2년 전인 2002년에도 국회에 상정됐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 법을 발의한 의원은 이부영 현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신계륜 의원을 포함한 41인. 천정배 원내대표, 신기남 의원, 배기선 의원, 송영길 의원 등 열린우리당측 의원과 박희태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 법안에 동의했다.
당시 이 법안의 제안이유는 "(공무원은) 노동법상의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며, 사회·경제적으로도 자신들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체를 결성할 권리를 가짐"이라고 나와있다.
한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당직자, 당원들을 전국공무원노조의 투표장을 방문해 현장을 지켰지만, 경찰 투입을 막지는 못했다. 유선희 최고위원, 김종철 최고위원 등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동당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 투표장에 의원들을 투입했다.
민주노동당은 이후 다시 한번 당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10시 민주노총과의 정례협의회에서 정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14일 총파업 전야제에는 의원단과 당 지도부가 모두 결합할 방침이다.